무우상은 혼자 사는 처지라 싫더라도 가끔은 요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뭐 매 끼니를 외식으로 때울 수도 있겠지만, 실은 요리하는 것을 그렇게 귀찮아 하거나 싫어하진 않는지라 가끔씩은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하곤 한다. 어릴때는 그냥 라면이나 겨우 끓여먹는 정도였지만 군대를 다녀온 후 처음으로 했던 아르바이트가 대학로의 작은 피자집이었고, 서브메뉴로 몇 가지 스파게티를 내어놓는 곳이어서 간단한 조리를 해야하는 일이었다. 그러한 인연이 닿았는지는 모르지만 그 후로도 주로 술집 주방에서 보조역할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주로 했었고, 집에서도 살기 위한 몸부림을 쳐가며 하나씩 레파토리를 늘려가며 살아왔다. 게다가 가끔씩은 주위에서 무우상의 요리를 맛보고 칭찬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렇게 살아보니 어설프지..
대부업체의 추심보다 심하다는 편집장의 집요한 독촉에 시달리며 몇날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겨우 생각난 주제가 있어 써보기로 하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기존에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 중 하나였던 경주시가 알뜰신잡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방문에 힘입어 다시금 조명받고 있는 상황. 대단한 면면의 출연자들의 깊은 내공과 걸출한 입담에야 어디 비할바 있겠냐만은 무우상 관점에서 알리고 싶은데도 방송에 나오질 않아 아쉬웠던 곳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경주에서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첨성대? 불국사? 등등 유명한 곳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무우상은 지금은 옛날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잊혀져가고 있어도 한때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경주로 입성시켰을 '경주역'이 떠오른다. 뭐 무우상의 여행패턴이라는게 사..
전부터 생각해보던 문제이지만 어제 겪은일로 화가나서 다시 한번 되새겨보며 글을쓴다. 이곳 저곳의 방송, 대안미디어 (팟캐스트, 유튜브, 블로그 등) 에 맛집에 관한 컨텐츠들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대이다. 이런 글을 쓰는 나 조차도 카테고리가 맛집 이야기이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히 타이틀을 '한가한 이야기'로 지어 놔서 가끔(?)은 외도를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제 점심시간이었다.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러 사무실 밖으로 나가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니가 말한 그 김치찌개집에 가보자." "사람 많지않을까?" "그렇게 까진 안 많을걸?" "그래 가보자" 라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점심메뉴를 결정했다. 여기서의 그 '김치찌개집'이란 이틀전에 '수요미식회'라는 프로그램에 김치찌개편으로 소개된 성수동의 한 정육식..
언제가의 일기가 남아있다. 무심코 넘겨본 그 일기장의 한페이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와 의미에 대하여. 아마도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의 어딘가에 위치했던 나는 티비에서 '이정현' 이라는 가수가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후에 이야기한 '수상소감'이란것을 들었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했던 문장은 '여러분 사랑해요'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니가 말하는 여러분은 누구일까? 그리고 팬이라는 사람들을 향해서 연예인이 내뱉는 '사랑한다' 는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긴걸까? '사랑'이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사용해도 되는걸까? 혹시 우정, 동지애, 가족애 등도 사랑이라면, '사랑'이란건 더 포괄적인 개념이며 그 하위의 부류로서 우정, 연애, 가족애, 전우애, 조국..
'기사식당' 이라는 장르의 음식점이 있다. 주로 택시운전을 생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식사를 하러 들르는 식당들을 말한다. 서울에서는 주로 지대가 저렴한 부도심 외곽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여러 가게들이 모여 '기사식당 골목'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기사님들이 식사를 하시는 만큼 '주차공간의 확보'가 최우선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빠르고 저렴하며 비교적 양이 푸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간이 돈'인 분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식사를 하기 위해 선택하는 가게들이다. 또한 메뉴가 다양하거나 뷔페형식을 차용하는 가게들이 많이 보이기도 한다. 그날의 메뉴를 미리 정해서 식사를 하거나 음식을 즐기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아버지들은 특별한 시점이 아니면 '식사를 ..
'고기' 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떠오르는 장르는 무엇인가? 영어로는 meat, beef, pork, chicken 등으로 특정지어 이야기를 하지만 한국어에는 굳이 단어앞에 개, 돼지, 소, 닭 등을 붙이지 않으면 어떤 종류의 고기인지는 특정지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고기'라는 단어로 떠오르게 되는 특정 음식은 화자와 청자의 문화적 습관에 따라 정해진다고 할 수 있겠다. 지역적으로도 무슬림들이 많은 중동지역에서 서부 중국까지는 '양고기'가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장 익숙한 '고기' 였을 것이고, 중국은 '돼지고기', 일본은 '생선'이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일본은 근대화된 이후 '肉'(고기) 라고 하면 '소고기' 를 의미하게 되었다. 메뉴에 다른 설명이 없고 고기'肉' 자만 적혀있다면 대부분 그 고기는 ..
가장 오래된 기억은 '메로나'였다. 그 해 여름은 매일같이 메로나를 입에 달고 살았다. 아이스크림이라고 하면 무조건 메로나였다. 다음으로 기억나는건 '농심 포테토칩' 이다. 오다가다 들르게 되는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어린 무우상은 늘 포테토칩을 집었다. 과자 = 포테토칩 이었다. 이상한 성격덕인지 머리가 나쁜것인지 이유는 몰라도 무우상은 한번 꽂히면 매일같이 같은것만 먹어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자신만의 기준은 있어도 한번 정하면 좀처렴 바뀌질 않는다. 라면은 십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오징어 짬뽕'이 베스트다. 새로운 제품들이 나오면 한두번씩 시험삼아 먹어보긴 하지만 아직까지 '오징어 짬뽕'의 벽은 넘지 못했다. 어쩌면 귀찮음인지도 모르겠다. 한번 노력해서 베스트를 정해두면 다시는 고민하고 방황할 필요가 없..
서울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돈암동) 3번출구를 빠져나와 바로 보이는 왼쪽길로 들어서면 허름한 포장마차 같은 노포가 있다. 그 자리 그대로 수십년을 이어온 것은 아니지만 (실은 바로 맞은편 건물에서 시작했다) 분위기만큼은 그 역사를 오롯이 느낄수 있는 곳이다. 가게의 이름은 '태조감자국' 어느 기사에 의하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감자탕집이라고 한다. 60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온 이 가게를 무우상이 접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입학이었다. 정릉동 산골에 위치한 학교앞은 딱히 학생들이 찾을만한 가게들이 없었던지라 술자리를 가지고 싶은 학우들이 즐겨찾는 곳이 성신여대입구역 근처였다. 그 지역은 나름 번화가라 할 정도로 많은 가게들이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었으며 지하철을 이용하여 통학을 하는 학생들이 학교로 ..
20대의 남자들이 모이면 "뭐 재미있는 일 없냐?" 하고, 30대의 남자들이 모이면 "어디 맛있는거 없냐?" 하며, 40대의 남자들이 모이면 "어디 돈되는일 없냐?" 묻고, 50대의 남자들이 모이면 "뭐 몸에 좋은것 없냐?" 묻는다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 남성들의 창의력 부족과 삶의 패턴의 획일화가 가져온 비슷한 욕망들을 나타내는 우스갯소리지만 의외로 이런 틀을 벗어나서 살아가기란 쉽지가 않다. 스스로 평범함을 거부하고자 노력하고, 인간이 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는지 수학적으로 증명까지 하는 성격인 무우상이지만 결국 실체는 평범하고도 평범한 사람인지라 여지없이 같은 트랩에 빠지고 말았다. 무우상의 20대는 능동적으로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녔다기 보다는 손에 잡히는 범위에서 새로운 음악과 사람들, 그리고 ..
안녕하십니까. 처음이니까 잠깐 소개를 하자면 필자는 "무우さん。"이라는 닉네임을 여기저기서 사용하고 있는 한량으로 편하게 애칭으로 '무우상'이라 불러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냥 '무상'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흉악한 무리들은 나를 공짜로 취급하여 여기려는 시도라고 생각하고 단호하게 대응하지는 않는다. 그냥 검색에서 찾기 힘들기 때문에 이왕이면 '무우상'이라고 해주시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스스로에 대한 소개를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 하다가 이놈이 얼마나 호구인가를 읽는이들께 알려드리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싶어 해묵은 이야기를 꺼내본다. 때는 2004년 초여름. 무더위까진 아니고 슬슬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려하는 즈음이었다. 그 당시 무우상이 기거하는 집은 반지하 전셋방으로 특이하게도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