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미식회와 맛집의 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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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생각해보던 문제이지만 어제 겪은일로 화가나서 다시 한번 되새겨보며 글을쓴다.


이곳 저곳의 방송, 대안미디어 (팟캐스트, 유튜브, 블로그 등) 에 맛집에 관한 컨텐츠들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시대이다. 이런 글을 쓰는 나 조차도 카테고리가 맛집 이야기이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히 타이틀을 '한가한 이야기'로 지어 놔서 가끔(?)은 외도를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제 점심시간이었다.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러 사무실 밖으로 나가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니가 말한 그 김치찌개집에 가보자."

"사람 많지않을까?"

"그렇게 까진 안 많을걸?"

"그래 가보자" 라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점심메뉴를 결정했다.

 

여기서의 그 '김치찌개집'이란 이틀전에 '수요미식회'라는 프로그램에 김치찌개편으로 소개된 성수동의 한 정육식당이었다. 그 가게는 저녁에는 정육식당으로써 질 좋은 고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가게로 근처 직장인과 주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중규모의 가게였다.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를 위해 김치찌개, 육회비빔밥, 제육볶음 정도를 제공하는 수준의 영업을 하고있었다. 

 

'수요미식회'와 ''삼대천왕' 이라는 두 맛집소개 프로그램은 너무나도 인기가 있어서 이전에도 소개했던 집들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가게도 손님들도 불쾌한 경험들을 하게되는 일들이 많았기에 조금은 걱정을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도착한 시점은 12:30분경이었다. 이미 가게는 딱 만석이 된 상황이었고, 우리가 차례를 기다리기시작하자 그 뒤로도 한 팀, 두 팀씩 사람들이 몰려들어 가게 안팎은 점점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딱 봐도 직원들이 이렇게까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어 줄을 서기도 하고 뭉쳐서 여기저기 기다리기도 했지만 순번을 정해준다던가, 손님이 나간 테이블을 치우거나 새로운 손님을 받는 등의 순서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이리저리 해매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단이 났다. 하필이면 우리 테이블에서 말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기다리기 시작했음에도 두세팀 뒤에 타이밍좋게 들어온 사람들이 빈자리를 보고 우겨들어 그냥 앉아서 주문을 했다. 물론 순번제를 활용할 줄 몰랐던 사장은 어영부영 그 손님들을 받아버렸고, 나를 포함한 몇몇 손님들은 작은 짜증을 품기 시작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 여기저기서 직원들을 불러대는 소리에 즉흥적으로 다가가서 전표도 적지않고 (메모도 없이) 주문이나 요청을 받은 직원들은 돌아가던 중 다시 다른 테이블의 부름을 듣고, 그렇게 여러 가지 주문을 잊어버리고 손님들의 불만들은 여기저기서 쌓여갔다.

결국 우리가 주문한 음식인 '김치찌개 2인분'이 올라져온 시점에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그 가게를 전에도 이용한 적이 있던 친구가 "어, 두부가 안들어있네?" 하는말에 내가 옆테이블을 보니 그곳에는 '두부'가 들어있었다. 그래서 한참 소리높여 겨우 부른 직원에게 '두부가 없는데요' 하니 가져다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또 함흥차사. 그 작업을 두번 더 반복하고 세 번째에 옆을 지나는 사장에게 이야기하자 그제서야 귀한 '두부'님이 도착했다. 그러는 도중 어떤 테이블에선 '밥'이 나오지 않았다고 화를내고 있었다.


어영부영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친구의 한마디 "여기 다시는 못오겠다". 물론 나는 그 순간에 SNS에 불평을 늘어놓고있는 중이었다.

맛집을 찾아가고 소개하는 방송이 추구하는 바가 있을테고, 그 유명세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싶은 가게 사장의 욕심이나 더 많은 손님들에게 그 맛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라도 과연 그런 상황의 가게에서 몇명이나 그 맛을 즐기고 좋은 추억을 안고가게 될지는 의문이다.

 

나는 전부터 '수요미식회'를 '수요 도장깨기'라고 불러왔다. '삼대천왕'과 더불어 한번 소개되고 나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직원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맛이 변하거나, 나쁜 추억들을 만들어주고 가게자체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즐겨찾는 가게가 그 두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정도가 되어버렸다.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서민들의 놀거리라는게 고작 맛집 찾아다니면서 술 한잔 기울이는 그것으로 획일화되어 단 한 두개의 컨텐츠 에 너무 많은 수요가 생겨버리는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악순환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정답일까?

 

Copyright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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