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허무함에 대하여.

반응형
반응형

언제가의 일기가 남아있다. 무심코 넘겨본 그 일기장의 한페이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와 의미에 대하여.

 

아마도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의 어딘가에 위치했던 나는 티비에서 '이정현' 이라는 가수가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후에 이야기한 '수상소감'이란것을 들었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했던 문장은 '여러분 사랑해요'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니가 말하는 여러분은 누구일까? 그리고 팬이라는 사람들을 향해서 연예인이 내뱉는 '사랑한다' 는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긴걸까? '사랑'이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사용해도 되는걸까?

 

혹시 우정, 동지애, 가족애 등도 사랑이라면, '사랑'이란건 더 포괄적인 개념이며 그 하위의 부류로서 우정, 연애, 가족애, 전우애, 조국애 등등이 있는것은 아닐까?

사랑 그 허무함에 대하여

'철학박사 강신주' 씨가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라는 TED식 강연에 나온 동영상을 감명깊게 본 적이 있다. 내용인 즉슨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 이틀째 새벽이 되어 오는 손님도 없고 다른 가족들은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 아버지에게 생전에 좋아하시던 음악이라도 들려주고싶어 틀어놓으려고 했지만 '어떤 음악을 좋아하셨는지 몰랐다' 는걸 알아채고는 자신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다' 라고 깨달았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사랑한다는건 그 사람에 대해 앎이거든요' 라고 정리했다.

 

난 저 이야기를 매우 좋아하고, 공감했다. 옆자리에 짝이 맘에 들어도, 하물며 새로운 선생님이 조금만 맘에 들어도, 교회 오빠가, 동생이 신경쓰이기 시작해도 궁금하기 마련이다. '저 사람은 무엇을 좋아할까?' 그런데 정작 우리가 서로에게 '사랑해야만 한다'고 강요하고, 누구나 그럴것이라 가정하고 지나가는 '가족'들에 대한 관심은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 영상의 충격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된지도 벌써 4~5년은 족히 지난 오늘. 내 조카놈은 기차를 좋아한다. 짜장면을 좋아하고, 고기를 좋아하고 야채를 싫어한다. 어린녀석이 특이하게 자몽주스를 좋아하고 단 음식은 즐겨하지 않는다. 동생은 어렴풋이 이런건 좋아할 것 같고 저런건 싫어할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난 아직도 내 엄마, 아빠가 어떤색을 좋아했고, 어떤 음식을 좋아했으며, 어떤 음악을 즐겨들었고,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 영상을 보기 이전에 돌아가셨다는 핑계를 대어보지만, 3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본 적이 없었다. 그 말대로라면 난 부모님을 사랑한 적이 없다.

Copyright ⓒ 무우さん。


ⓒ 무우さん。

반응형

'황색뉴스 >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주와 깊은 고깃국의 내공에 대하여  (0) 2017.09.27
수요미식회와 맛집의 궁합.  (0) 2017.09.02
함박 기사스텍  (0) 2017.07.02
족발의 변신  (0) 2017.06.19
보쌈과 김치  (0) 2017.06.03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