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세상과 뒤쳐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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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이 차이가 적게 나는 삼촌들과 고모들이 같이 산 시절이 있다. 막내 고모는 나랑 9살 차이었으니 이래저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막내 삼촌이 컴퓨터 학원 강사를 한 적이 있고, 그 덕분인지 초등학교를 갓 들어간 나이에 8비트 컴퓨터를 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만난 컴퓨터라는 물건에 흥미를 느끼고 부모님을 졸라 동네에 있는 컴퓨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여 중학교 2학년까지 이어졌다. 이런저런 프로그래밍도 배우고(지금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코딩이라는 개념은 없이 그냥 시키는 대로 명령어를 적어보는 수준이었다.) 어떠한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진 그리고 어떤 이름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당연히도 대학의 전공은 컴퓨터공학 관련학과를 선택했다. 그때 까지만 해도 그래야 하는 줄만 알았다. 취향이나 선택이라는 느낌보다는 당위성 같은 느낌적 느낌.

 

컴퓨터 (사진=구글이미지)

하지만 막상 대학에서 컴퓨터라는 물건에 대해 배우다 보니 내가 좋아하던 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더 새로운 것을 알고 있다는 우월감일 뿐이었다는 것과 내가 컴퓨터 공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는 것을 즐거워하지도 잘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전공공부보다는 동아리 생활, 일본어 공부에 더욱 중점을 두고 대학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특히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이나 소프트웨어 트렌드에 대해서는 더더욱 문외한이 되어갔다. 어릴 때부터 불려 다니며 남의 컴퓨터를 고쳐주거나 조립해주던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졸업을 하고 취직을 했다. 취직을 해서는 '그냥 전 그런 거 잘 모릅니다.'라는 태도를 취하고 엑셀만 열심히 사용해왔다. 일부러 그런 스탠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더더욱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흐름에 대해서는 모르려고 했던 것도 같다.

 

요즘은 친구가 운영하는 작은 학원에서 일을 하고있다. 학원을 다니면서 가장 놀랐던 일의 하나는 친구의 원활한 소프트웨어 사용이었다.

 

전공도 하는일도 컴퓨터 쪽과는 거리가 멀고 컴맹이었던 친구가 구글 드라이브 등 여러 가지 클라우드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역시 사람은 필요한 만큼 움직이고, 노력한 만큼 알게 되는 법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이런 것에 둔하고 모르는 스타일의 인물이라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그 놀라움은 컸다. 이제는 나도 그 조직의 일원으로서 구글 드라이브를 중심으로 클라우드를 이용한 공동작업이 보편화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방식이 이제는 대중화, 보편화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공동작업 (사진=구글이미지)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는 아직도 엑셀로 표를 만들어서 그곳에 데이터를 입력하여 사용하는 형태가 익숙하고, 나에게 익숙한(편한)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려는 관성에 묶여있는데 시대는 달라지고, 요즘 아이들은 검색도 구글이나 네이버조차 아닌 유튜브에서 한다는 세상이 되었다.

 

요즘 주말에 시간이 많아진 나는 새해를 맞이하여 자기개발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방패로 하여 조금이나마 새로운 것을 접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그동안 구석에 모셔두던 맥북에어님을 다시 한번 배워보고자 마음먹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데스크톱을 처분한 이후 2015년형 맥북에어에 모니터만을 연결해두고 주로 유튜브 등 영상 감상 용도로밖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워낙 오랜 기간 동안 윈도우에 익숙해진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게으름에 더불어 딱히 새로운 무언가를 할 필요성도 없었기에 맥북은 그냥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주로 그 영상 시청조차 윈도우로 부팅하여 사용하곤 했으니 말이다.

 

새해 다짐으로써 올해는 맥북을(맥 O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진=무우상)

새해 다짐으로써 올해는 맥북을(맥 O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기로 마음먹었고,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마우스를 치워두는 일이었다. 제대로 된 맥북 유저라면 마우스보다는 트랙패드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우스를 책상 서랍 속에 가둬두고 맥 OS로 부팅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럴 땐 역시 유튜브만 한 것이 없다. 이것저것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던 와중에 '방구석 리뷰 룸'이라는 한 유튜버의 영상에 눈길이 갔고, 내가 필요했던 내용 몇 가지를 따라 해 보면서 연습을 했다.

 

그 유튜버의 영상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어느 대안학교의 과학 선생님이 아이패드를 활용하여 아이클라우드로 넘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거대한 프로젝트를 협업하여 완성해가는 과정을 설명해주는 영상이었다. 각각의 아이들이 아이패드나 노트북 또는 Windows PC로 아이클라우드에 접속하여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거대한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협업해서 만들어가는 개념이 너무나도 새롭고 그 결과물이 대단히 멋진 작품이었기에 어안이 벙벙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훨씬 더 큰 폭으로 변하고 있었고, 그렇게 변하기 위한 준비는 이미 끝나 있었는데 아직까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과거에 머물러 있었던 것을 깨닫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찾아보고 따라 해 보게 되었다.

 

제대로 된 맥북 유저라면 마우스보다는 트랙패드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

나에게 맥북은 같은 외형으로 2015년부터 가지고 있었고, 제때 OS도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폰은 이번이 3번째인가 4번째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지난번 아이폰쯤부터는 변화에도 둔감하고 기기를 바꿔도 자동으로 이전 아이폰의 환경이 모두 연결되는 탓에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는 신기함과 즐거움은 느끼지 못했다. 새로움이라는 변화는 불편함도 동반하지만 신선함과 즐거움도 준다는 것을 잊은 채로 익숙함에만 안주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 나의 맥북과 아이폰이 내가 관심을 가진 만큼 변화하고 공부한 만큼 새로워지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사용하던 같은 외형, 같은 UI라는 특징이 기기를 바꿔도 신선함과 즐거움을 주지 못했지만 그것은 내가 그것들을 방치한 결과일 뿐이고, 이제 내가 알고 하나씩 바꿔나가니 같은 외형의 같은 기기라도 전혀 다르게 바뀌는 것을 체험하고 나니 그것들을 사용하는 경험들이 즐거워졌다. 몇 년 동안 사용하면서 몰랐던 아이폰과 맥북의 연동성이라는 것도 처음으로 느껴보게 되었고, 이것 또한 애플의 큰 특징이구나 싶었다. 스마트(Smart)폰은 사용자가 스마트하지 못하면 덤(Dumb)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스마트(Smart)폰은 사용자가 스마트하지 못하면 덤(Dumb)폰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은 키노트를 활용한 프레젠테이션 자료 만들기와 iOS, Mac OS를 이것저것 건드려보며 익숙해지려 노력하는 중이며, 다른 사용자들 및 유튜버들이 추천하는 새로운 앱들을 깔아보며 하나씩 시험해보고 있다. 이제는 Mac OS상에선 마우스가 없는 환경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특별한 몇몇 작업(이미지 편집 등)을 하지 않는 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게 되었다. 아이폰은 주로 '메모'와 '매일 할 일'로 일정 및 생각을 정리하는 용도로 활용해보는 중이며 '단축어'라는 멋진 기능도(실은 iOS12부터 있었다고 한다) 알게 되었다.

 

이렇게 같은 기기로 전혀 다른 기능들을 접하고 익히다 보니 나에겐 지금 이 정도의 하드웨어면 차고 넘친다는 사실도 다시금 느끼게 되었고(물론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어 맥도 탐나고 맥미니도 멋져 보이긴 한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같은 기기도 사람에 따라 그 활용도 및 효용가치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어느 정도 스스로의 역할을 다 하면서 안주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지금의 정체된듯한 삶이 지루한 사람들은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익혀가는 즐거움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면 어떨까 싶다. 나는 생각보다 오래 이 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세상은 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바뀌었으며 그것들은 아는 만큼만, 보려고 노력하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니까.

 

배우고 또한 때때로 익히니 이것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 (사진=무우상)

Copyright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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