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동 골목치킨 정복기 6
- 황색뉴스/생활
- 2021. 1. 1.
오랜만이다.
코로나 시국은 핑계에 불과하고 그냥 이래저래 기회가 잘 없었는 데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조차 고개를 들지 못했던 기간인 것 같다. 그런 상황에 맞물려 동네에서 치킨을 홀로 먹을 수 있는 찬스도 잘 없었다. 나이가 든 탓인가 양은 줄어만 가고 조금만 무리해서 먹으면 (특히 치킨이) 새벽내내 속이 아파 시달리니 이것 또한 무섭더라.
각설하고, 오랜만에 동네에 새로생긴 치킨집을 들러보았다. 한 1년이 채 안된 집인데 그래도 여전히 지날 때면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서 치킨에 술 한잔 하는 모습이 가득 매우고 있는 가게였다. 손님들이 적은 한적한 타이밍에는 내가 치킨을 먹을 상황이 안되었고, '오늘쯤 한번?'하고 마음먹은 날에는 다른 손님들이 많아서 혼자 들어가지 못했더랬다. 오랜만에 여유있는 휴일, 마트에서 한가득 장을 보고 집에 가는 길에 저녁을 해결할 겸 들렀다. 처음 온 가게인만큼 당연하리 만치 정해진 수순으로 반반을 시키고 생맥주도 한잔 부탁드렸다.
조금 색다른 모습의 샐러드가 먼저 나왔다. 흔한 케요네즈 양배추 샐러드가 아닌 조금은 멋 부린 샐러드이다. 양배추 위에 견과류 및 약간의 말린 과일도 섞여있다. 소스는 상큼하면서도 단맛이 강한 소스였다.
아마도 어딘가의 대기업에서 나온 기성품이리라. 개성을 부렸다는 건 힘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될 텐데 그래서인지 샐러드는 추가 시 2,000원을 내야 한다. 이 샐러드를 돈을 주고 사 먹겠느냐 하면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일반적인 케요네즈 샐러드보다는 상위호환인건 분명하다. (물론 난 케요네즈 샐러드를 리필해서 먹는 걸 좋아한다. 양배추를 좋아해서)
드디어 나온 치킨의 자태.
이건 KFC류의 크리스피도, 옛날통닭류의 얇은 튀김옷도 아닌 진짜 동네 치킨 혹은 시장 치킨 비주얼이었다. 얼마 전에 먹은 다른 가게에서도 느꼈지만 이 동네의 프랜차이즈가 아닌 호프집에서는
이런 튀김옷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건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크리스피도, 옛날통닭도 맛있지만 그것이 먹고 싶었으면 그런 가게를 찾아갔을 것이다.
닭의 크기는 통닭에서 보편적인 8호 닭으로 추정된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게는 아니지만, 가격을 보아하면 그런 가게들에 비슷하기에 조금은 크기가 커도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처의 썬더치킨 혹은 부어치킨류의 가게에서는 후라이드 마리에 10,000원~12,000원 정도에 같은 크기의 치킨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밑간에 불규칙한 튀김옷이 입안에서 재미를 주는 적당한 맛의 후라이드 치킨이었다.
그런데 양념이 조금 색달랐다. 우선 비주얼부터 색다르다. 이 가게의 사장님은 유난히도 견과류를 좋아하시나 보다. 샐러드 위에 뿌려져 있던 씨앗들이 양념치킨 위에도 뿌려져 있다. 먹는데 크게 악센트를 주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방해가 되지도 않았다. 그냥 없어도 무난했던 토핑이지만 그래도 눈길은 끈다.
그런데 맛이 좀 색달랐다. 어디선가 먹어본 듯한 익숙하지만 치킨에선 잘 만나지 못했던 맛.
학창 시절 여고 앞 분식집에서 주로 사 먹었던 떡꼬치의 양념이었다. 흔히 생각하는 식재료 마트에서 파는 단맛이 강한 양념치킨의 소스가 아니라 떡꼬치를 연상시키는 단맛이 좀 덜하고 고추장과 매콤한 맛이 강한(+ 약간의 신맛) 양념이 발라져 있는 양념치킨이었다. 먹다 보니 맵찔이인 무우상에게는 꽤나 매운 정도였다. 아마도 이런 맛에 이 시리즈(골목치킨 정복기)를 진행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뻔한 치킨을 넘어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독특한 치킨이 맛보고 싶어서.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방문은 일종의 성공이라고 해도 좋겠다.
가격은 조금 아쉬웠지만 재미있는 매력을 지닌 가게이므로 동네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가게인 게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사장님이 맛보시라고 무심한 듯 툭 놓아두고 가신 귤도 그렇고, 샐러드와 독특한 양념까지 자신만의 개성을 조금 더 잘 살려서 더 큰 매력으로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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