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빽과 - 아스파라거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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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지난 2020년 4월 20일부터 양구.화천.춘천 등 도내에서 생산된 아스파라거스(Asparagus) 20톤을 온라인으로 팔고 있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트위터 닉네임을 '감자 파는 도지사'에서 아스파라거스 파는 도지사'로 바꿨더군요. 


아스파라거스 특별판매는 강원도 농수특산물 진품센터나 강원마트 홈페이지에서 매주 월요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개시되는데요, 가격이 참 저렴합니다. 1kg 7천 원입니다. 당일 수확한 최상품을 이런 초특가에 살 수 있는 건 참 흔치 않은 기회예요. 그래서 판매를 시작했다 하면 1분도 안 돼 물량이 매진되고 있습니다. 행사는 5월 31일까지 진행될 거라고 하니깐 미처 구매하지 못하신 분이라도 아직 수차례 기회가 남아 있으니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사진1] 최문순 강원도지사 트위터 프로필 (출처=해당 트위터)


강원도가 아스파라거스 특판에 나선 이유는?


직접 구매해 보셨다는 분들의 후기를 보면 호평 일색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판매된 아스파라거스는 일반 마트에선 보기 드문 최상품입니다. 보통 아스파라거스는 굵기에 따라 1호부터 5호까지 등급이 매겨지는데요, 굵을수록 좋은 품질이라고 합니다. 보통 시중에 유통되는 아스파라거스는 4~5호의 가는 것들이에요. 반면에 이번에 강원도에서 판매하는 아스파라거스는 가장 굵은 1호(직경 25mm 이상)와 2호(직경 17mm 이상)입니다.


1~2호 아스파라거스는 굵어서 질길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그 동안 국내에선 잘 팔리지 않았고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었다고 합니다. 2013년부터 수출을 추진해 2019년 25톤 물량이 나갔고 올해 목표치를 45톤으로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일본 수요가 급감했습니다. 수출 길이 막히면서 국내 과공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내수 혼란을 막기 위해 강원도가 직접 아스파라거스를 판매하기에 이른 것이지요.


아스파라거스는 유럽이 본 고장이지만 우리 기후에도 쑥쑥 잘 자라 이를 키우는 농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2월 제주도부터 나기 시작해서, 4~5월에 전국에서 수확됩니다. 2월에는 1kg에 도매가로 약 2만 원에 거래되던 것이 4월이 되면 공급이 늘어나서 가격대가 5천 원 아래로 떨어집니다. 그러다가 6월 이후로는 강원도에서만 아스파라거스가 나오기 때문에 다시 도매가가 올라 1kg에 만 원 이상을 받는다고 합니다. 특판을 5월 31일까지 진행하는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네요.


[사진2] 일반 마트에서 유통되는 국내산 아스파라거스

 

우리가 먹는 부분은 꽃대가 아닌 새순!


흔히 식용으로 먹는 아스파라거스 종의 학명은 '아스파라거스 오피키날리스'(Asparagus officinalis)입니다. 그 어원은 새싹을 의미하는 페르시아어 '아스파라그'(asparag)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아스파라거스목 아스파라거스과 아스파라거스속의 여러해살이 초본식물이에요. 각종 원예도감에서는 백합과라고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건 좀 낡은 분류방식입니다. 아스파라거스는 과거 백합목에 속해 있었지만, 90년대 계통발생학의 발전으로 현재는 백합목과는 별개로 아스파라거스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데쳐서도 먹고 볶아서도 먹고 생으로도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부분은 오피키날리스의 '새순'이에요. 고급지고 섬세한 단맛이 참 일품이죠. 아돌프 히틀러가 채식주의자가 되고 나서 아스파라거스를 즐겨먹었다는 사실이 유명한데요, 굳이 채식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선호할 만한 맛입니다. 괜히 '채소계의 귀족'이라고 불리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어린 애들은 싫어할지도). 빨갛게 열매도 맺지만 열매는 독성이 있어서 먹으면 배탈이 날 수도 있습니다.


저희 동네 마트에선 국내산 아스파라거스 약 100g(7개)을 4천 원 정도에 팔더라고요. 국내산 말고 태국산이나 페루산을 팔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오픈마켓에선 1kg 2만 원, 냉동 1kg 9천 원 정도에 팔더군요. 마트에서 방금 사온 아스파라거스를 생으로 우적우적 씹어먹으니 줄기에서 살짝 인삼 비스무리한 향이 풍겨나옵니다. 맛은 달달한데 쓴맛이 조금 섞여 있었네요. 아마도 인삼에 많은 사포닌이 아스파라거스에도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이 사포닌 때문에 아스파라거스를 오래 두면 쓴맛이 점점 강해진다고 해요.


[사진3] 식용종 아스파라거스 오피키날리스 (출처=Plants of the World Online)

 


떠오르는 농가소득 효자작물 아스파라거스


아스파라거스 오피키날리스는 물이 잘 빠지는 사질토양에 심으면 전국 어디서나 잘 자랍니다. 온도는 21~22도 정도가 좋습니다. 높이는 1.5m 정도 자라는데 이파리는 고사리를 닮았습니다. 처음 심고 나서는 뿌리가 땅속 양분을 잘 머금을 수 있도록 놓아두다가 3년차부터 수확을 합니다. 열매를 맺는데 힘을 쏟는 암그루(자주)보다는 수그루(웅주)가 20% 정도 더 수확량이 많습니다.


수명이 길어 한번 뿌리를 튼실하고 잘 뻗게 해놓으면 최소 10년 이상 봄, 여름 두 번에 걸쳐 수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새순이 죽순처럼 쑥쑥 올라온대요. 보통 4~5월이 제철이라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2월부터 9월까지는 신선한 제철 아스파라거스를 구할 수 있습니다. 찬 바람이 불면 성장을 멈추고 동면을 합니다. 동면 상태에서 영하 10도까지 버틴다고 하네요.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수요가 늘고 있으며 다수확 고소득 작물이기 때문에 아스파라거스를 키우는 농가는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씨앗이 50~350원 정도 하는데요, 평당 7만원 가량 순이익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3백 평을 심으면 약 2천만 원 정도 버는 거네요. 물론 농사란 게 계산대로 결과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고 장마철 병충해 우려도 있지만, 다른 여느 농작물에 비해서는 확실히 수익성이 높은 작물이긴 합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색상에 따라 그린, 퍼플, 화이트로 나뉩니다. 퍼플 아스파라거스가 당도가 높고 영양가도 높지만 좀처럼 키우질 않습니다. 성장이 더디고 수확량이 적어 비교적 수익성이 덜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건 그린 아스파라거스입니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는 그린 아스파라거스를 마치 콩나물처럼 햇빛에 닿지 않게 재배한 것인데요, 영양가는 낮지만 식감이 부드러워서 유럽에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사진4] 관상종 아스파라거스 세타케우스 (출처=Candy Floriculture Pte Ltd)

 

같은 아스파라거스속(Asparagus)의 형제 식물들


아스파라거스는 관상용이나 장식용으로도 쓰이는데요, 이러한 아스파라거스는 종이 따로 있습니다. 세타케우스(학명: Asparagus setaceus)라든지, 스프렌게리(학명: Asparagus aethiopicus cv. Sprengeri)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잎과 줄기가 가느다란 것이 고사리를 닮아서 '아스파라거스 고사리'(Asparagus fern)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이런 관상종의 잘린 줄기는 꽃장식에 많이 씁니다.


한중일 자생식물 중에서도 아스파라거스와 비슷한 식물들이 있습니다. 비짜루(학명: Asparagus schoberioides)와 천문동(학명: Asparagus cochinchinensis)이 그것인데요, 둘 다 아스파라거스속에 속하니 아스파라거스와는 형제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스파라거스속을 비짜루속이라고 하기도 해요. 


비짜루는 여러 포기를 묶어 빗자루로 썼기 때문에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부드럽고 가시가 없어 새순을 식용으로 쓸 수 있고요, 뿌리줄기는 용수채라 해서 기침약으로 쓰입니다. 비짜루의 사포닌에 가래를 묽게 하는 거담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천문동은 중국 아스파라거스(Chinese asparagus)라고도 하는데, 비짜루와 달리 뻣뻣한 가시줄기가 있습니다. 천문동의 덩이뿌리는 한방에서 자양강장제로 쓰입니다.


[사진5] 아스파라거스 베이컨말이


아스파라거스, 어떻게 조리해 먹는 게 좋을까?


다시 먹는 얘기로 돌아가 봅시다. 아스파라거스는 밑둥이 질기기 때문에 아래 2cm 정도를 칼로 잘라내거나 손으로 부러트립니다. 자르고 남은 줄기의 밑에서 5cm 정도는 감자칼 같은 걸로 껍질을 벗겨내 손질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위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손질 안 하고 그냥 먹었습니다. 굳이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식감이 부드럽더라고요. 두릅을 먹는 듯한 식감이네요.


아스파라거스는 소금물에 데치거나 기름에 볶거나 구워서 먹습니다. 비타민E 등의 지용성 비타민이 많기 때문에 비타민E의 항산화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기름에 조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올리브유나 버터에 볶으면 특유의 달달한 맛이 더욱 깊어집니다. 짭조름한 베이컨이랑 잘 어울려서 베이컨말이로 해먹는 요리법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어로 아스파라 베이컨(アスパラベーコン)이라고 하는데요, 아스파라 베이컨이란 단어는 겉모습은 거칠어보이는 육식남이지만 속마음은 여리여리한 초식남을 의미하는 속어로도 쓰입니다.


그 밖에 버섯이나 달걀과도 잘 어울리고요, 끝 봉오리 부분에 머스터드 소스를 살짝 묻혀도 맛있습니다. 제가 참조한 레시피에서는 홀그레인이나 허니 머스터드를 추천하던데, 옐로우 머스터드를 뿌려도 괜찮더라고요. 스테이크에 곁들일 가니쉬로 쓰거나, 볶음 요리, 파스타, 튀김, 수프, 샐러드, 피클로도 먹습니다. 고추장에 무쳐 나물로 먹는 퓨전 한식 버전도 있습니다. (각종 요리법에 대해서는 참조할 만한 유튜브 영상이 있어서 링크 첨부합니다. https://youtu.be/GS8oAygzaRA )


아스파라거스는 약 10일 정도 신선도를 유지한다고 하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쓴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먹는 것이 낫습니다. 냉장보관할 때는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젖은 키친타올로 감싸서 보관합니다. 꽃가지를 물병에 넣어 보관하는 것처럼 물병에 세워 넣어 냉장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좀 더 오래 저장하려면 살짝 데친 뒤 냉동실에 보관하면 됩니다.


[사진6] 맛있고 영양 좋은 아스파라거스를 먹어봅시다! 우적우적!

 

먹고 나면 오줌에서 썩은내가 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아스파라거스가 건강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으니 그 효능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면 섭섭하시겠죠. 아스파라거스에 함유된 사포닌(saponin)은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되고요, 비타민E는 항산화제 역할을 합니다. 아스파라긴(asparagine)은 아스파라거스에서 처음 발견된 아미노산이라서 그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중추신경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작용한다고 합니다. 아스파라긴은 숙취의 원인인 독소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를 빠르게 제거하는 데에도 탁월한 물질입니다. 즉, 숙취 해소 효과가 있다는 얘깁니다.


아스파라거스에는 루틴(Rutin)이라는 비타민P 성분도 풍부합니다. 루틴은 요산 배출을 촉진시켜 통풍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다만, 아스파라거스에 있는 아스파라거스 산(Asparagusic acid)이 대사과정에서 메탄에티올(methanethiol)을 발생시켜 오줌 냄새를 독하게 만든다고 하네요. 제 경험상으로는 아스파라거스를 많이 먹으니깐 실제로 오줌량이 많아지고 오줌에서 썩은내가 났습니다. 한편 탈모 개선과 정력 증진에 좋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건 그저 속설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오줌이 콸콸 쏟아지는 걸 보니 정력이 강해진 것 같은 플라시보 효과는 있긴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혈압이나 콜레스트롤 수치를 줄여준다고 합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식이섬유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너무 많이 먹으면 복부에 팽창감을 줄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스파라거스에 알레르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이상으로 아스파라거스에 대해 정말이지 다양한 얘기를 풀어봤는데요, 아직 우리에겐 낯선 채소일지도 모르겠지만 맛을 한번 들이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식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드셔보신 적 없으시다면 꼭 경험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번에 특가로 판매하고 있는 강원도산 아스파라거스 구매에도 도전해 보시고요. 저는 똥손이라서 지난 번에는 구매에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행운이 따르길 바라야겠습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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