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화와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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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우리나라에서 자주 듣는 말이 사람 사는데 대부분 비슷한거 아니냐는 얘기인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끔씩 간과하는게 저동네 사람들이랑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생긴것도 비슷하고 사회체계 기반도 서로 참고한게 꽤 되다 보니 생각하는게 거의 비슷할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또 달라서 저 양반들이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을 못하는거 아닌가 싶네요.

 

우리나라야 사고체계가 워낙 유교 기반이었고 지금은 꽤나 건강한 민중을 토대로 한 현대적으로 민주주의에 기반한 사고가 기본으로 형성된 데 비해 저나라 사람들의 사고체계는 근대화 이전 봉건적인 사무라이 시절 가치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실상 지금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라기보다는 민주주의의 형태를 이식한 봉건주의에 가깝습니다.

 

다이묘일본 봉건시대의 다이묘(大名) (사진=맛챠)

 

기본적으로 일본인의 선악구분 개념은 굉장히 희박하고 애매모호합니다. 좋게 말해서 거의 사춘기 중딩 수준인데요, 이 선악구분 기준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한다면 보편적으로 선과 악을 착한 것과 악한 것이라 말하겠죠. 도덕에서는 성리학의 인의예지와 삼강오륜 등 동양적인 가치를 가르칩니다. 이는 비록 착함과 악함에 대해 도덕적인 논쟁이 있을 수 있는 영역이 있다 하여도 기본적으로 착한 행동과 나쁜 행동에 대한 가치판단은 절대적이고 이분법적인 가치판단을 기본적으로 내재하고 기본적으로 옳지 않은 가치에 대한 판단과 자신의 가치관을 갖는 것을 중시합니다. 이는 거의 서구적인 기독교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에 기반한 개인의 사고 역시도 중시한다는 얘기겠죠.

 

반면에 일본 사람들은 선과 악, 옳다 나쁘다는 개념 외에도 좋고 싫음까지 같은 가치 토대에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나 서양에서는 매우매우 위험한 발상이고, 인간관계에 있어 그 이해의 폭을 한없이 좁히게 되는 원인이 되지만 (=사회성 부족이라고 한소리 듣기 쉽지만) 실제로 이러한 사고와 화법을 기반으로 도덕적 문제나 자기 자신의 가치판단에 근거하여 이야기하기보다 자기가 속해 있는 집단의 리더 혹은 강자, 정부의 주장은 항상 선인 동시에 옳고, 좋은 반면 자신의 집단 외부에 있는 것은 어떠한 갈등 및 대립이 일어났을 때 항상 악하고, 그르고, 나쁘며, 심한 경우엔 적대하고 싫어하고 핍박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체계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인 관계에 있어서도 항상 자신을 선, 옳음, 좋음에 가치를 두고 상대를 악, 틀림, 나쁨 나아가 싫음에 가치를 두는 거의 사춘기 중학생 수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옳고그름좋고싫음을 선과 악과 같은 가치 토대에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진=구글이미지)

 

대충 이런 식의 사고는 아마 봉건 시대에 사무라이들이 거치적거린다고 일본도 꺼내서 아무나 목베고 다니던 시기의 칼 든 강자의 논리에 맞추어 살아가야 했던 특징일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에 요새 자주 얼굴 비치고 정론을 얘기해주는 호사카 유지 교수 같은 분은 이기는 것이 선, 지는 것이 악이라고 하는 식의 손자병법을 일본인의 사상적인 배경으로 설명하기도 한 적 있죠. 그리고 이기는 쪽이 선하고 내 편이라는 유아적인 사고방식은 덤이구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일본 만화들만 봐도 그런식의 선악구분을 굉장히 자주 대치시키지 않나요?

 

어쨌건 저동네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논리와 감정을 섞어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을 선과 옳음, 좋음에 가치를 두고 상대를 악, 틀림, 나쁨의 가치를 가진 집단 내지는 개인으로 프레임 짜서 몰아넣는 것이 거의 일상입니다. 흥분하지 않는 듯 하면서도 조곤조곤한 말투로 웃는 낯을 하면서도 상대방을 나쁜, 나아가 싫어해 마땅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일본인 대부분의 종특인 동시에 이들이 벗어날 수 없는 감정과 이성의 혼합된 논리라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자기들 머리속의 일본은 국제질서 속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상냥하고, 양심 있는 국가로 설정하면서 피해자인 한국에 대해서는 무려 준법적이고 친절한 우리 일본이 이미 사과했는데 언제까지나 사과를 계속해서 요구하는 소인배인 동시에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사고 체계 하에서 나온 논리이며 쉬운말로 우리는 선한데 왜 한국이 저러냐며 억울하다는 피해자 코스프레의 연장 정도 되겠죠.

 

일본일본인은 친절하다. 하지만 (사진=구글이미지)

 

일본인들은 친절합니다. 하지만 그 친절함은 착함도 선도 아니에요.

 

그저 형태이며 그들은 그 형태를 통해 타인을 공격하고 프레임을 짜서 나는 나쁘지 않다. 나는 선이라며 상대방을 몰아세웁니다. 왜 친절하지 않으면 안되느냐면 스스로는 선이자 옳고 좋은 존재라고 주장하기 위한 형태가 '표면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진짜 피해자인 아시아권 국가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량하고 착함에 대한 도덕기준과 행동을 일본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친절하거든요.

 

하지만 그건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을 읽는 한국인, 아시아권 국가 사람인 이상 일본인들은 타 아시아 국가 인원을 언제나 모기장 안의 인간이 아닌 모기장 밖의 모기처럼 생각하고 틈새가 보이면 항상 악이자 그른 것, 나쁜것으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고 자기는 언제나 피해자 입장으로 적반하장으로 나올 확률이 매우 크니까요. 물론 자신은 친절하고 냉정하고 논리적인 사람인 것 같은 형태를 지니면서 대외적으로는 웃는 낯을 하고 내부에서는 뒷담화와 호박씨를 좀 까겠지요. 우리나라야 그렇게 구는 사람은 어디서 씹히다가 뚝배기 좀 깨지고 시원시원하게 풀겠지만 일본은 그런 것들을 기피하고 직설적으로 자기 드러내고 손발 나가는거 야만인 수준으로 보니 아마 고치기도 어려울 듯 합니다.

 

 

제 경우엔 후쿠시마 사고라거나 먹어서 응원하자는 건 솔직히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미친 소리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국이라면 아무도 안 먹고, 정부도 통제구역으로 뒀을 동네인데 일본인들에게는 그게 일본이라는 테두리 내에 있어서 나쁜 일이라는 걸 인정할 수 없기에 저런 요상한 먹어서 응원하자느니 하는 소리를 하는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렇기에 방사능 오염된 음식도 좋은 것, 옳은 것이란 맹목적 가치판단이 이루어지면서 그걸 비판하면 자신이 일본이라는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니까 그게 틀렸다고 생각하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거고 틀렸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려고 하는 게 가장 문제가 아닐까요?그래서 만약 저 사고가 외국에서 일어났으면 "日本にはそんなことない. 信じられない. (일본에는 그런 일 없어. 믿을 수 없어)" 하면서 온갖 미친소리를 늘어놓으며 우리나라처럼 방사능 오염 특정 지역만 수입 금지 조치한게 아니라 그 나라랑 그 주변 지역까지 다 수입통제를 시켰을거라는 건 안 봐도 비디오겠죠.

 

먹어서응원하자먹어서 응원하자는 운동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진=구글이미지)

 

그리고 우리나라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60년대 이후 태어난 전후 세대들은 기본적으로는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이 나쁜 짓을 했을 리가 없다. 일본은 항상 옳고 선하다. 전 세계가 좋아하는 경제대국 일본이 그럴리가 없다는 게 이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 아닌가 싶습니다. 프레임을 짜서 정부가 옳다는데 우리는 비국민이 아니므로 찬성한다 식으로. 그리고 정말 그렇게 믿는 양반 차고 넘칩니다. 제대로 찾아보고 해외에서 왜 그럴까 하는 자주적인 사고를 가진 아주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죠.

 

그렇기에 우리가 일본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대화를 하기는 향후 몇년간 꽤 힘들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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