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황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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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만큼이나 뜨거웠던 프로듀스48의 열기가 지나가고, 지난 '라비앙로즈'와 '이번 '비올레타'를 통해 아이즈원(IZ*ONE)이라는 이름을 우리나라 걸그룹 팬들의 머리속에 각인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 AKB48이라고 하면 '아! 누구누구 있는 그룹' 내지는 '일본의 특이한 아이돌 그룹' 정도로 인식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아이즈원 팬덤이 아닌 일반적으로 프로듀스48만을 보고 넘어간 입장에서는 AKB48과 아이즈원은 그냥 따로따로인 그룹이 아닌가 하는 생각 정도만 들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팬덤에서 아이즈원의 존재는 '48사단의 자매그룹' 내지는 한국 분점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핫한 그룹 중에 하나이자, 싱글만 냈다 하면 밀리언씩이나 판다는 그룹이 왜 우리나라까지 와서 악마의 편집이라고 치를 떨었던 엠넷의 편집과 CJ가 깔아준 판에 뛰어들게 되었을까. 과연 지금 AKB사단의 현주소는 어떤 이유로 이렇게 된 것인지에 대해 장황하지만 한번 적어볼까 한다.

 

MAMA2017년 MAMA에 출연하며 프로듀스48의 참가를 알렸던 AKB48 (사진=구글이미지)

 

48 Down, 46 Up

 

 데뷔 후 기나긴 무명시절 후 조금씩 발돋음을 하다 2010년 헤비 로테이션(ヘビ-ロ-テ-ション) 싱글을 화려하게 터트린 AKB48은 한동안 일본 최강의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했으나 언젠가부터 AKB의 도쿄 분점이라고 할만한 노기자카46(乃木坂46)가 이미 AKB48과 동급으로 성장하더니, 이제는 좀더 소수 그룹이자 후발주자인 노기자카가 AKB를 미디어에서 밀어내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하극상의 시발점은 AKB의 자매그룹, SKE48의 더블 센터 중 한 축인 마츠이 레나(松井玲奈)의 교환과 겸임으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나고야를 기반으로 한, AKB의 첫 자매그룹이자 총선 1위의 마츠이 쥬리나(松井珠理奈)라는 존재로 이름 정도는 귀에 익게 된 SKE48을 '더블 마츠이'로 이끌어나가던 총선 최고 6위에 빛나는 또다른 전국구 인기 멤버 마츠이 레나는 2014년 콘서트 중 그룹내 대조각에서 노기자카46으로의 겸임이 발표된다.

 

마츠이레나SKE48의 마츠이 레나가 노기자카46의 겸임이 시작되면서 노기자카46의 판매량은 확실히 늘어났다. (사진=구글이미지)

 

 반대급부로 노기자카 46의 센터로 군림하던 이코마 리나(生駒里奈)는 AKB48로의 겸임이 발표되면서 AKB 멤버로의 활동이 시작된다. 이 트레이드 형식의 겸임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70만을 넘어가던 SKE48의 싱글 판매량이 점점 줄어들면서 하향세를 보였고 결국 70만의 절반도 되지 않은 30만장의 판매량만을 보이며 대폭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싱글 20만장을 겨우 팔던 노기자카46은 정확히 SKE48의 싱글판매량이 줄어든 만큼의 늘어난 싱글판매량을 보이며 점점 상승세를 이어나갔고, 결국 5년만에 밀리언셀러의 벽을 넘게 된다. 그렇게 후발주자인 노기자카46은 AKB와 동급 수준까지 올라오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오래된' 이미지의 AKB와 자매그룹들의 이런저런 악재를 틈타 노기자카46은 AKB와 그 자매그룹들의 미디어 출연기회를 야금야금 잠식해 간다.

 

사시하라리노섹스 스캔들 이외에도 논란이 많지만 어쨌건 총선 1위를 여러번 차지한 멤버인 사시하라 리노 (사진=구글이미지)

 

 그나마 방송계에서 불러주는 아이돌이자 '여성 예능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삿시(さっし-)' 사시하라 리노(指原莉乃)의 존재에 감명을 받았는지 운영측은 NMB48의 오가사와라 마유(小笠原茉由), HKT48의 나카니시 치요리(中西智代梨), 타니 마리카(谷真理佳) 같은 소위 "예능계"의 멤버들을 즉시 전력감 수준으로 인식한 듯 그대로 완전 이적시키는 강수를 뒀지만, 이적한 멤버들은 버라이어티에서 아이돌이 아닌 개그 이미지로 소모당한 채 아이돌 이미지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완전이적으로 인해 지방에 구축된 개인 팬덤이 완전히 붕괴해버린 채 그룹에서 '실적'이라고 할만한 악수회 성적이 땅을 치게 되었다.

 

예능캐사시하라 리노처럼 예능에서 즉시 전력감이라 생각하고 이적시켰던 나카니시 치요리(左), 타니 마리카(右)같은 멤버들은 오히려 지방 개인 팬덤이 붕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진=구글이미지)

 

 여러 무리수는 또다른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HKT48 이후 차세대 그룹인 니가타 현의 NGT48과 노기자카46의 다음 세대 그룹인 케야키자카46(欅坂46)이 정확히 같은 날에 활동을 시작했으나 첫 싱글 누계 40만장 이상을 넘긴 '대박'을 내고 당해 데뷔하자마자 홍백가합전에 얼굴을 내민 케야키자카와는 달리 NGT48은 활동 후 2년이 지난 2017년이 되어서야 겨우 메이저 싱글 데뷔를 했고 케이키자카의 절반에 지나지 않은 누계 2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데 그쳤다. 케야키자카46이 데뷔하자마자 공중파 방영 칸무리방송[각주:1]을 받았고, 다음 해 2개를 더 더하면서 칸무리방송 3개를 진행할 때 NGT48은 역시 한동안 자기 버라이어티가 없던 또다른 자매그룹과 함께하는 방송 단 하나를 진행한게 전부였다.

 

NGT신인 자매그룹 NGT48의 미래는 앞으로도 어둡기만 하다. (사진=구글이미지)

 

 이렇듯 줄어든 미디어 출연은 일반 대중에게 노출되는 기회 역시 줄어들게 만들었고 이는 결국 물건너 우리나라에까지 와서 CJ와 손을 잡는 결과를 낳았다. 프로듀스48은 이리저리 말이 많았지만 확실히 인지도 하나는 크게 확보해냈으며, 아이즈원이라는 그룹의 탄생으로 48사단이 한 숨 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물론 46사단이라고 지금 큰소리를 칠 상황은 아니다. 한국 JYP 엔터테인먼트의 트와이스(TWICE)가 현재 일본에서 압도적인 대세가 된 탓에 노기자카와 케야키자카 역시 말로만 아가씨 이미지고 같은 AKB48그룹처럼 식상하다는 얘기가 다 나올 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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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冠番組: 일본 방송용어로 유명 연예인이나 게닌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통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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