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조태석 1월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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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군터 (2017)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띄고 있는 이 코미디 영화는, 엔딩 크레딧을 장식하는 Arnold Schwarzenegger의 컨트리송보다도 재미가 없다. 특색 있는 캐릭터들이 눈에 띄는 것 같다만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부조리는 차라리 시도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또한 한 사람이 감독과 주연배우를 동시에 맡는 건 거의 미친 짓이다. 워렌 비티는 영화를 살리고 연기에 실패했지만 차라리 그 편이 낫지, 자기 캐릭터는 살리고 영화는 말아먹다니 대체 그건 무슨 짓이란 말인가? 러닝타임이 96분밖에 되지 않는데도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대니 콜린스 (2015)

 

 

알 파치노와 존 레논 아니었다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영화. 2019년이나 되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늦어도 아주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내가 이 코너를 그만두기 전에는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알 파치노는 존나 대단한 배우다. 멍하니 앉아서도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지구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무튼 알 파치노와 별개로 이 영화는 보나 마나 어마어마한 손해를 봤을 것인데 단순히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알 파치노의 개런티와 존 레논 음악의 로열티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흥행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하고 영리하지 못한 페이소스의 나열이 의외로 먹히는 걸 보면 신파 잘 찍을 스타일인 것 같기도 한데, 안타깝네.

 

크레이스 형제 (1990)

 

 

2차 대전 당시의 유럽은 완전히 돌아버려도 살기 힘든 시대이긴 하지만 크레이 형제들은 필요 이상으로 미쳤다.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2015년 개봉했던 <레전드>의 주인공, 영국 특산 갱스터 크레이 형제의 이야기다.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는데 이해는 한다. <레전드>가 철저히 크레이 형제 중심의 이야기였다면 이 영화는 크레이 형제 주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어찌 보면 2차 대전 당시 여성들의 전쟁 같은 삶을 주로 다루고 있다고 봐도 별로 과언이 아니지 싶다. 남편이 징집이 되었건, 징집을 피해 도망을 다니던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려야 했던 것에는 차이가 없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당시의 남성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아등바등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왜 그렇게 체면을 중시했는지!

 

여하튼 내가 볼 때는 영화로서의 가치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인상적인 연출들이 중간중간 포진해있으며 실존 인물들이 워낙 기인이다 보니 사건을 나열하기만 해도 긴장이 넘친다. 그러나 과하게 잔인한 장면들이 잊어버릴 만하면 등장하는 건 내 기준에서는 감점 요인에 가깝다.

 

스위스 아미 맨 (2016)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외로워서 죽어가고 있다. 심지어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는다. 타인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원한다고 착각하며, 타인이 원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기도 한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급하게 어른이 되어 사회로 쫓겨나왔다. 그런 우리에겐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 나는 이 영화에서 그 해답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진정한 고독이다. 완벽하게 고독한 상황에서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집중하지 않고서는 우리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알기 힘들 것이다. 왜냐면 세상은 너무도, 너무도 시끄럽기 때문이다. 극한의 고독을 겪는 인간이 무기물에게 정을 주면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언뜻 <캐스트 어웨이>와도 닮아있지만 그 결은 아주 다르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헐리우드 스타 Daniel Radcliffe와 Paul Dano의 케미스트리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젊은 친구들은 머지않아 헐리우드를 이끌어나가는 리더들 중 하나가 될 게 분명하다. 일단 이 미친 히어로 프랜차이즈가 멸망한 뒤에 말이다. 긴 잔상을 남기는 이 이상한 영화는 당신을 웃게도, 울게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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