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조태석 12월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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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 (2014)

 

 

어떤 사람은 말한다. 영화는 연극의 연장선에 있다고. 그러나 그런 명제를 만족하려면 <버드맨> 정도의 조건은 갖추어야 할 것이다. 쇼 비즈니스의 구성원, 배우, 아버지, 히어로, 전 남편 등 많은 이름이 주어진 마이클 키튼의 어깨가 무겁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롱테이크 무비를 보면 그 긴박감 때문에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불쾌감이 들 정도인데, <버드맨> 역시 그랬다. 왜 롱테이크 무비는 보고 있으면 좀 조마조마하지 않은가. 마이클 키튼의 캐릭터 역시 굉장히 조마조마하고 위태롭다. 또한 요즘 헐리우드가 히어로 프랜차이즈 때문에 미쳐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나만 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안도감 역시 느꼈다. 괜히 상을 많이 탄 영화가 아니다.

 

앵커맨2: 전설은 계속된다 (2013)

 

 

내가 그간 홍상수의 몇몇 영화들이 아주 훌륭한 코미디라고 생각을 한 이유는 그가 풍자의 귀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거 다 홍상수 주변에서 있었던 일을 엮어서 만든 거라며? 어느 영화 할 것 없이 다. 그러고 보면 풍자의 의지 역시 별로 보이지가 않는다. 그저 그의 주변 이야기를 담담하게 늘어놓는 영화일 뿐이다. 아무튼 홍상수에게 큰 배신을 당했지만, 난 이 영화만큼은 미국과 미국 남성에 대해 - 풍자를 통해 - 아주 강한 비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네 명의 미국 남성은 평균도 못 미치는 바보들이지만 일에 있어서 승승장구하고, 끝내는 이들에게 영광이 돌아가는, 이 영화는 그런 불합리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들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미국인, 그것도 백인 남성이라는 사실뿐이다! 윌 페럴은 꾸준히 그런 바보 백인 남성의 캐릭터를 고수해왔는데, 그가 가진 의도는 홍상수와 달리 진짜 풍자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아메리칸 허슬 (2013)

 

 

Duke Ellington의 <Jeep's House>로 시작하고 <Jeep's House>로 끝을 맺는 수미상관법을 사용하고 있는 이 영화는 허투루 쓰이는 캐릭터가 거의 없지만 여성 캐릭터는 한심하거나, 아무도 아니거나, 똑똑하지만 성적 긴장감과 사랑에 약한 인물로 활용된다. 사이사이 익숙하지만 강렬한 배우들이 등장해 익숙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혹시 영화가 모두 끝난 후 다시 앞부분을 본다면 뒤통수를 크게 맞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 2배의 재미를 얻을 수 있다. 크리스찬 베일 역시 어디서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고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눈먼 자들의 도시 (2008)

 

 

줄리안 무어의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박힌 포스터를 보면 이 영화가 저예산 영화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포스터만 보고도 영화의 각을 어느 정도 잴 수 있는 나조차도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영화는 대재난 아포칼립스 무비가 되고 싶었던 저예산 영화에 불과하다. S#1의 C#1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체 DI실에 들어갔다 나오긴 한 건지 의문이 드는 톤이나, 제작비를 아끼기 위한 각고의 노력들이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배급사에서는 이 영화를 블록버스터로 홍보하고 싶었던 모양인지 카피를 보면, 자신은 감염되지 않았지만 눈이 먼 남편과 함께 격리구역으로 가는데 그곳에서 진실을 발견하고 어쩌고... 무슨 국가적인 음모가 숨어있을 것처럼 포장했지만 사실 그곳에는 진실이 아니라 인간이 있을 뿐이다. 내가 말하는 '인간'이 어떤 의미인지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제작비가 많이 주어졌다면 훨씬 모양새 좋은 영화가 됐을 것이다. 그놈의 돈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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