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오랑캐의 역사

반응형
반응형

최근의 유라시아지역 역사서를 읽다 보면 기존의 중국왕조 중심의 역사서술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지금껏 농경문명에 비해 조명받지 못하고 변두리의 이벤트로 취급되던 유목문명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려 노력하는 느낌을 받곤 한다.

 

기존에 읽은 르네 그루쎄의 ‘유라시아 유목제국사’나 스기야마 마사아키의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에서는 두 세력을 서로 대립항으로 두고 서로 각축을 별여 온 이야기가 유라시아 문명사라는 입장을 취한다. -부분적으로는 수, 당 제국도 유목문명으로 규정하여(+진 시황제의 출생까지도) ‘중국왕조 그거 대부분 다 유목문명이 만든 거야 유목 짱짱맨!’ 같은 느낌까지 자아내는 것이 사실이다-

 

오랑캐의 역사/김기협 지음 : 돌배개, 2022 (사진=무우상)


이번에 읽은 김기협의 오랑캐의 역사는 농경문명을 중심으로 하되, 유목문명은 그 농경문명의 ‘그림자 문명’으로서 서로 많은 상호작용을 주고받았다는 관점을 견지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필자 본인이 밝혔다시피 서양사에는 조예가 깊지 않아 주로 중국왕조와 서북부의 유목문명 간의 상호작용 및 시대상에 따른 흥망성쇠를 알기 쉽고 흥미롭게 서술하여 즐겁고도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의 역사서술이 유럽과 비유럽으로 구분되는 유럽중심적 역사인 점을 비판하고 서유럽의 중심문명을 지중해 문명으로 설정하고(지금의 유럽은 지중해 문명의 변방지역) 그 지중해문명과 상호작용이 활발했던 중동지역, 북아프리카 지역은 물론 인도까지 엮어 서쪽 세계사로 바라보아야 하고, 경도 동경 90도를 기준으로 동쪽의 중국 및 주변부의 역사를 따로 바라보는 쪽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에는(인도는 의외였으나)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비슷한 곳을 바라보는 세 권의 책을 비교해 보면 뭔가 횡설수설했으나 참신했던 그루세의 책, 디테일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집요한 추적을 하는 느낌의 일본인다운 스기야마의 책에 더불어, (같은 한국인이라 그런탓인지) 책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전체적인 그림을 알기 쉽게 들려주는 김기협의 책. 세 권의 책이 삼인 삼색이어서 읽는 동안 꽤나 즐거웠다.

 

Copyright ⓒ 무우さん。


ⓒ 무우さん。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