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선수가 성공하려면 운과 실력, 모두가 따라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고려대학교의 박한 감독의 명언처럼 "공격과 수비"가 잘 된다면 뭐가 걱정이겠는가. 하지만 실력지상주의 일색인 운동계에서 그 실력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늘기에는 어려운 것이 세상 일이다. 그래서 실력파 선수들은 대부분 노력가이며 각고의 노력 끝에 그만한 실력을 가지게 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대부분의 실력이란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늘어난다면 그 누구라도 대선수가 되어 이름을 남겼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의미로의 실력으로 이름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노력하지도 않았고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았지만 이름을 남겼다. 그들이 보여주는 실력의 정체는 노력하지 않고도 내 ..
한신 고시엔 구장 (甲子園) 요미우리 다음 인기팀이라고 하면 당연히 안티(Anti)요미우리의 수장이자 관서(関西)의 맏형인 한신 타이거즈 아니겠는가. 한문 그대로 읽은 갑자원(甲子園)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고시엔 구장은 국내에 발매된 고교야구 만화 대부분이 다루고 있는 일본 고교야구 선발대회의 최종 스테이지 쯤 이라고 보면 된다. 그만큼 국내에서도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고 다른 곳보다 야구팬들도 이곳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가 꽤 있다. 내 경우엔 2015년 한참 오승환이 한신의 마무리로 뛰던 시절 일본 출장 후 휴가를 며칠 붙여서 평일 야구를 관람하고 온 적이 있었다. 한신 고시엔 구장은 전통적으로 감독, 선수의 이름을 따거나 선수가 평소좋아하는 메뉴 혹은 선수의 고향과 관련된 먹거리를 ..
'일본야구에도 치맥이 어울릴까?' 이런저런 이유로 일본에 거의 1년 가까이 살았던 적이 있다. 준비하던 일은 결과적으로 잘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본에 거주하던 시절엔 워낙 주변에 놀거리 천지인지라 이리저리 많이 돌아다녔는데, 사실 아키하바라에서 이케부쿠로, 나카노 일대를 돌아다니는 덕후질은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오래 가진 않았다. 애초부터 일본 오기 전에 덕후 중 상덕후였고 웬만큼 희귀한 녀석들이나 희소성 있는 음반들이 아니면 북오프 털이나 나카노 브로드웨이 탐방을 어느 정도 돌면 웬만한 건 어떻게든 구할 수 있었던지라 오히려 흥미가 떨어져 있었다. 특히나 어릴 적에 단편적으로나마 듣던 곡들이 나이 들어서는 굉장히 허접하게 들리는 아쉬운 경험을 몇 번 하게 되자 음반쪽의 관심은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애..
"야구에 만약은 없고 혹시라도 만약이 있다면 다 우승한다."는 정수근의 유명한 발언이 있다. 여타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스포츠의 역사는 승자의 역사고 승자와 대적한 쪽의 이름 정도는 남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성공하지 못하거나 그저 잊혀진 채 관련업계에 남거나 영영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전혀 주목받지 못한 선수가 갑자기 주목받기도 하고, 여러가지 의미로 이야깃거리나 관심을 받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전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선수가 또 다른 미담의 주인공이라거나 예전에 엄청난 유망주였다거나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고 그런 스토리 위에 생겨나는게 이야기라지만 이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 리그에 고토 미츠타카(後藤光貴)라는 투수가 있었다. 라쿠텐에서 현..
LG 트윈스의 '사인 훔치기'가 적나라하게 적발되었다. 어제 열린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와 경기를 치른 LG 트윈스의 더그아웃에서는 종이 한장이 붙어있었다. 그것은 A4용지에 기아 투수들의 구종별 사인을 프린팅 해놓은 것이었다. 프린팅 된 종이는 'KIA 구종별 사인' 이라는 제목과 함께 우타자 기준으로 여러 변화구 별로 사인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상대 투수의 행동을 보고 몸쪽과 바깥쪽은 물론이며, 구종까지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는 명백한 사인 훔치기다. 한 구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선수들끼리 어떤 모션일 때는 무슨 구종이다, 몸쪽이다, 바깥쪽이다를 상의하는 경우는 있어도 저렇게 선수단이 드나드는 입구에다 적어 놓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그렇다. 예전..
제목이 아니다. 어쩌면 롯데 자이언츠라는 구단 자체가 암흑기의 가장 큰 원인일수도 있다. 고금동서(古今東西)부터 롯데 구단은 짠돌이로 유명했고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틀어지거나 협상이 까다롭다고 생각되면 곧 트레이드로 보내버린 전적이 너무 많다. 오죽하면 '껌팔이XX' 들이 야구하니 돈도 안 쓴다는 소리까지 부산 시민들 사이에 돌았을까. 롯데 자이언츠 당장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라는 그 최동원도 선수협 참여로 보복성 트레이드를 당한 전적이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그 누구라도 보내버릴 수 있다는 소리인데 아무리 기업에서 운영하는 구단이고 연봉을 받고 뛰는 게 선수라지만 롯데의 경우엔 도가 지나친 경우가 많다. 물론 돈이 없다면 지금 당장 퍼펙트 타자라는 마이크 트라웃도 이름 모를 마이너리거와 현금 트..
지난 주말 14일과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연이어 취소되었다. 앞선 14일 토요일은 전국에 내린 비로 야구 경기가 취소되었다. 김용희 KBO 경기운영위원은 비가 오후 들어 잦아들었지만, 그라운드에 이미 많은 비가 고여 있어 경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우천 취소 판정을 내렸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아는 통상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MBC 스포츠 플러스(이하 엠스플)에서 우천취소일 경우 지난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일이 보통인데, 이례적으로 '우천 취소 실황 중계'라는 제목으로 현장 중계가 시작되었다. 한명재 캐스터: 과연 오늘 경기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자 함이에요. 허구연 해설위원: 아무래도 뭐 여러가지 상황,..
이 글을 보시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롯데에 마무리투수로 유명한 선수를 5명만 대 보시라. 답은 그렇게까지 빨리 나오지 않을 것이다. 롯데 역사상 가장 안정적이고 롱런한 마무리는 2016년부터 롯데에 합류한 손승락이 유일하다. 그 외에 박동희, 박석진, 기론, 강상수, 김사율 등이 있으나 모두 롱런하지 못했고 롯데 시절 마무리로 한 해를 잘 막았던 노장진은 고질적인 멘탈과 사생활 문제로 2년을 채 못가고 몰락했다. 불펜 롯데의 불펜진은 대대로 약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불펜투수들이 소화 해낼 이닝을 선발에서 소화해냈고, 최동원이나 윤학길, 염종석은 묵묵히 그 역할을 수행해냈다. 그리고 오래 가지 못했다. 이름이 있는 코칭스태프나 투수코치들이 꽤 거쳐간 롯데지만 마무리를 제외하고서라도 제대로 키워낸 불펜투..
앞서 연재했던 롯데 암흑기의 추억에 이어 제리 로이스터 감독 이후의 롯데 자이언츠는 어떻게 2위는 했지만 감독이 구속당하는 흑역사가 된 양승호 감독 시절, 진짜로 암흑기의 재림인 김시진 감독 시절과 이종운 감독 시절을 거쳐 2017년 조원우 감독의 지휘로 3위에 안착해 다시금 가을 야구를 시작한다. 짧은 가을야구를 뒤로 한 채 맞이하는 2018년 시즌 초엔 불안불안한 면이 많이 보이고 난조에 헤매는 중이지만 루키들이 성장하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로 '언젠가는 올라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생각하며 그저 시즌 초를 지켜보는 중이다. 그렇게도 길고 끝이 보이지 않았던 암흑기가 지속되었던 이유에 대해 마무리 겸 해서 외전으로 적어보기로 한다. 혹사 롯데 마운드의 역사는 혹사의 역사라고 할 만큼 ..
2005년 다시 또 다른 터널 이렇게 문제가 많은 상황이니 팬들이 기대할 건 거포본능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대호나 장원준, 강민호의 성장 뿐이었고, 성적은 또 다시 최하위를 찍지 않는게 더 이상했다. 그나마 백인천 시절보다 다행인것은 승률은 4할대까지는 어째어째 올려놨고 승수는 50승을 챙겼으며, 고질적인 사생활 문제가 있던 마무리 노장진을 어떻게 잘 추스려 마무리에 안착시켰다는 정도였다. 게다가 시즌 후반기가 되자 그럭저럭 안정된 모습을 보여서 내년 2005 시즌은 괜찮겠지 하며 안심하던 롯데팬들과 더불어 프로야구 팬들에게 2004년 후반기 큰 시련이 닥친다. 현재까지도 야구역사상 최대의 치욕이라고 일컫어지는 2004년 프로야구 병역비리 사건이 터진 것이다. 롯데에서 걸린 선수들만 해도 조성환, 최기문,..
2004년 터널의 끝 3년 연속 최하위의 굴욕에 롯데는 투수코치로 이름 높던 양상문을 영입해 팀 리빌딩에 들어간다. 지금의 양상문은 지도자로는 호불호가 꽤 갈리는 코치이자 감독이지만 롯데 코치시절에 미완의 대기였던 박지철과 불펜 에이스 박석진을 에이스로 키워내면서 1999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한 바 있었고, LG 코치시절에도 5점대의 팀방어율을 기록한 LG의 투수진을 3점대 중반의 팀방어율의 팀으로 만든 공로가 있었다. 작년엔 최소한 용병선수들은 어떻게든 잘해주었다는 판단에 재계약으로 방침을 정한 롯데는 더 이상 최하위는 원하지 않는다는 듯 FA시장에도 제대로 돈주머니를 풀어 정수근과 이상목을 데려온다. 롯데 최하위의 원인 중 가장 큰 이유는 마운드의 약화, 특히 선발진의 문제였다는 해석이 많..
독재자 2002년 남발했던 무수한 무리수와 나비효과는 큰 폭풍으로 다가왔다. 개막 13경기동안 1무 12패를 시작으로 충격을 넘어 악몽같은 시즌의 서막이 올라온 것이다. 그래도 5월에는 그럭저럭 팀을 유지해가며 사상 최악의 초반 부진을 겪은 OB 베어스를 제치고 잠시 7위에 머무르던 롯데 자이언츠는 6월부터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물살을 탄 백인천 감독의 자기 입맛에 맞는 팀 개조계획은 용병농사의 처참한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2년간 준수한 성적을 올린 신인 김주찬을 30-30도 가능한 선수라며 호언장담을 했고 이에 제2의 이승엽으로 만들겠다며, 타격 매커니즘의 개조에 들어갔다. 당시 블래스 신드롬으로 인하여 송구에 문제가 있는 유격수 김주찬을 어떻게든 외야수로 써먹어보려는 의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