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암흑기의 추억: 외전 ①
- 황색스포츠/야구
- 2018. 4. 13.
앞서 연재했던 롯데 암흑기의 추억에 이어 제리 로이스터 감독 이후의 롯데 자이언츠는 어떻게 2위는 했지만 감독이 구속당하는 흑역사가 된 양승호 감독 시절, 진짜로 암흑기의 재림인 김시진 감독 시절과 이종운 감독 시절을 거쳐 2017년 조원우 감독의 지휘로 3위에 안착해 다시금 가을 야구를 시작한다. 짧은 가을야구를 뒤로 한 채 맞이하는 2018년 시즌 초엔 불안불안한 면이 많이 보이고 난조에 헤매는 중이지만 루키들이 성장하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로 '언젠가는 올라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생각하며 그저 시즌 초를 지켜보는 중이다.
그렇게도 길고 끝이 보이지 않았던 암흑기가 지속되었던 이유에 대해 마무리 겸 해서 외전으로 적어보기로 한다.
혹사
롯데 마운드의 역사는 혹사의 역사라고 할 만큼 고질적인 혹사라는 단어를 떼고 넘어갈 수 없다.
당장 1984년 첫 우승때만 봐도 최동원은 1, 3, 5, 7차전을 등판하는 다시 나와서는 안될 무식한 기록을 세웠고, 1992년은 염종석의 어깨와 팔꿈치를 갈아 우승한 해이다. 롯데에서 롱런했던 이닝이터 에이스를 꼽으라고 하면 윤학길과 장원준 정도라고 하지만 그 둘 외에 5년 이상 버텨낸 투수는 잘해봐야 주형광 이외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1992년 우승은 염종석의 어깨와 팔꿈치를 갈아 우승한 해이다. (사진=구글)
이 사실은 롯데 중흥기의 상징적인 투수로 '고독한 황태자'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투수 윤학길의 커리어를 보면 가장 알기 쉽다. 윤학길이 데뷔할 적엔 철완이자 전설인 최동원이 있었지만 윤학길이 데뷔하고 얼마 안 있어 보복성 트레이드로 떠나보냈으며 박동희와 염종석은 전성기가 너무나도 짧았다. 윤학길 혼자 최동원과 1년을 뛰어보고 박동희와 염종석의 방전을 겪었으며, 주형광이 에이스로 각광받는 것을 보고 은퇴했다. 윤학길 은퇴 이후에 남아있던 주형광 역시 180이닝을 넘긴 시즌이 5년이나 되지만 다음 세대 에이스인 손민한이 올라오기 전에 방전이 되어 롯데 암흑기 시절 내리막을 걸었고 손민한은 커리어 초반에 부상과 감독과의 불화로 전성기가 늦게 찾아왔다.
윤학길 역시도 3년 잘 던지다가 1년 퍼지고, 3년 잘 던지는 식으로 1995년까지 버텼으나 막상 윤학길과 쌍두마차를 이룰만한 투수는 주형광 정도였고 에이스 염종석-윤학길-박동희가 모두 가동되었던 건 1992년 시즌이 유일하다. 국가대표 에이스로 이름났던 문동환도 막상 전준호의 유산으로 롯데에 와서 제대로 뛰었던 건 4년이 채 되지도 못한 채로 한화로 가서야 '문에이스'로 만개했으며 FA로 영입한 이상목은 2005, 2006년을 빼면 차라리 자리에 없는 게 나은 성적을 올렸다. 암흑기 에이스 중 하나로 몇 년을 버텨왔던 박지철은 꽤 선전했지만 고질적인 어깨통증을 달고 살았기에 롯데 구단측에서는 미련없이 방출했고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32세였다.
왼쪽부터 박지철, 문동환, 이상목 (사진=구글)
그 후 2005년부터 개안해 전국구 에이스로 거듭난 손민한과 2007년에 합류한 송승준, 한참 에이스 수업 끝에 겨우 제대로 자리잡은 장원준이 모두 가동된 해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처음 취임한 해인 2008년이었다. FA를 앞둔 손민한이 무리하게 이닝을 소화한 결과 결국 2010년부터 롯데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고 2009년 실질적 에이스로 군림했던 조정훈의 경우엔 포크볼러로 이름을 떨쳤으나 2009년 시즌 말기의 어깨부상에 이른 다음해 이른 등판과 당시 투수코치였던 양상문의 말도 안되는 코칭으로 어깨 대신 팔꿈치로 던지게 되어 팔꿈치 인대까지 손상되어 수술과 재활 후 군입대를 거치며 2017년 돌아오기까지 거의 7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2010년의 미칠듯한 마운드 혹사 이후 그제서야 2011년 장원준의 군입대를 앞두고 고원준을 사온 다음부터 반 중무리 운용으로 망가지고 장원준이 입대한 동안 남아있는 토종 선발투수는 송승준 정도였으며 그 외 김수완, 이재곤 정도가 1, 2년 반짝하다 혹사로 사그라 들었다.
특히나 진원재 같은 경우는 양승호가 2011년 미친듯이 굴렸고 군입대 후 제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
용병 선발투수 역시 정말 씁쓸한 사실이지만 브랜든 나이트나 더스틴 니퍼트, 헨리 소사, 메릴 켈리, 에릭 해커, 앤디 벤 헤켄, 아킬리노 로페즈 등 한 팀에서 3년 이상 롱런한 수많은 용병 선발투수 중에 롯데에서 3년을 넘긴 선수는 브룩스 레일리 뿐이다. 그나마 3년을 채운 셰인 유먼, 라이언 사도스키, 조쉬 린드블럼 정도를 제하면 롯데 투수용병의 역사는 피의 역사일 뿐이다. 당장 작년 말에 조쉬 린드블럼이 어떻게 두산으로 가게 되었는지 안다면 용병투수 문제는 해외 스카우트 팀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팀 자체의 문제에 가깝다.
조쉬 린드블럼의 두산행은 해외 스카우트 팀의 문제가 아니라 팀 자체의 문제에 가깝다. (사진=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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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명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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