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암흑기의 추억: 외전 ②
- 황색스포츠/야구
- 2018. 4. 17.
이 글을 보시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롯데에 마무리투수로 유명한 선수를 5명만 대 보시라. 답은 그렇게까지 빨리 나오지 않을 것이다. 롯데 역사상 가장 안정적이고 롱런한 마무리는 2016년부터 롯데에 합류한 손승락이 유일하다. 그 외에 박동희, 박석진, 기론, 강상수, 김사율 등이 있으나 모두 롱런하지 못했고 롯데 시절 마무리로 한 해를 잘 막았던 노장진은 고질적인 멘탈과 사생활 문제로 2년을 채 못가고 몰락했다.
불펜
롯데의 불펜진은 대대로 약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불펜투수들이 소화 해낼 이닝을 선발에서 소화해냈고, 최동원이나 윤학길, 염종석은 묵묵히 그 역할을 수행해냈다. 그리고 오래 가지 못했다.
이름이 있는 코칭스태프나 투수코치들이 꽤 거쳐간 롯데지만 마무리를 제외하고서라도 제대로 키워낸 불펜투수는 정말 손에 꼽는 수준이었다. 임경완도 처음부터 임작가라는 소리를 들은 것이 아니었다. 엄연한 최다 홀드 기록 보유자이나 강병철과 양상문이 무리하게 혹사 기용을 시킨 끝에 망가졌고 가득염 역시 1995년부터 스윙맨으로 뛰고 나서 롯데를 벗어나 SK에서는 좌완 원포인트로 상당히 활약했었다.
임경완은 처음부터 '임작가'가 아니었다. (사진=구글)
김명성 감독은 LG의 투수코치 시절 김용수, 이상훈, 인현배, 정삼흠을 모두 키워내고 롯데에 부임해서 박석진과 정원욱을 육성했으나 정원욱은 1999년 시즌 초에 무리한 투수운용으로 시준중반 아웃된 후 원래의 구위를 찾지 못하고 은퇴했으며, 박석진은 불펜 에이스로 군림했으나 2001년 133 이닝이라는 기록적인 혹사를 당해 2002년 시즌아웃 후 2004년 삼성으로 트레이드 된다. 강상수는 2001년부터 거의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크게 몰락한 채 2003년 시즌 전 FA계약에서 롯데 측이 크게 후려친 염가계약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이며 기량 저하와 의욕부진이 겹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사이드암 불펜투수 이왕기는 2년 반짝한 뒤 관리가 하나도 안 되어 2007년 이후 자취를 감췄으며 최대성은 결국 제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팔아버렸다. 노승욱마저 나가 떨어져 방출된 불펜진에 남은 김수화, 이정훈, 배장호, 나승현 등의 유망주들 1 모두 코치진에서 제대로 키워내지도 못했다.
롯데에게는 끝까지 아쉬운 '류거나' 나승현. 빠른 은퇴가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구글)
그 결과 2008년 제리 로이스터 취임 이후에는 허리부상으로 고생하던 임경완과 멘탈적으로 불안정하던 최향남이 마무리를 맡다가 결국 150km의 평균구속으로 유명했던 다비드 코르테스를 마무리로 영입하며 시즌을 소화해낸다. 그 후로도 불펜의 주축으로 역시 용병투수인 존 애킨스나 타팀 출신인 강영식, 정대현, 심수창, 홍성민, 김성배, 김승회가 주축이 되고 김사율이 반짝 활약을 하는 정도의 롯데시네마 시기를 거쳐 배장호가 그나마 제 실력을 보여주고 윤길현과 손승락이 오고 나서야 겨우 개선된다. 그나마 윤길현도 2017년 처참한 성적으로 기피대상이 되지만 드디어 박진형이 성장하면서 어느정도 안정성을 갖추기 시작한다.
롯데의 암흑기를 끝낸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에서 거의 유일하게 퇴진 후에도 평이 좋은 감독이지만 선발중시의 야구와 더불어 제대로 된 승리조의 부재로 쓸 사람만 쓰는 소수정예 불펜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었고, 후임인 양승호 감독은 국가대표 마무리투수인 정대현의 삽질을 필두로 김사율과 최대성의 몰락, 이정훈의 부재, 강영식의 노쇠화를 중무리 투입과 진명호의 스윙맨화로 모두 극복하지만 일명 '양떼야구', '출첵야구'라는 소리를 들은만큼 혹사는 여전했다. 이에 '감옥님'이라는 치욕적인 별명과 함께 '양백정'이라는 굴욕의 한마디를 더하게 되었다.
박동희 이후 파이어볼러를 기대했던 최대성. 하지만 결국 제구의 문제를 풀지 못하고 트레이드 되었다. (사진=구글)
김시진은 명색이 투수코치로 이름을 알린 감독이지만 취임하자마자 다시 쓸 사람만 쓰는 야구를 시작하면서 불펜투수들 모두 어깨에 피로가 쌓여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게 된 채로 다시 암흑기의 서막이라고 불릴 만큼 처참한 성적을 거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2015년 이종운 감독이 부임하자 다시 나비효과로 돌아오면서 폭발하게 된다.
프로스포츠가 아무리 성적으로 모든 걸 대변할 수 있다고 하지만 너무 과도하고 인위적인 혹사는 선수들을 그만큼 갉아먹으며 차라리 성적이라도 나오면 모를까 그 결과조차도 좋지 않았다. 이는 당장 오늘만 수습하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던 감독과 코치들에게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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