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경기취소, 중요한건 팬이었다
- 황색스포츠/야구
- 2018. 4. 17.
지난 주말 14일과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연이어 취소되었다.
앞선 14일 토요일은 전국에 내린 비로 야구 경기가 취소되었다.
김용희 KBO 경기운영위원은 비가 오후 들어 잦아들었지만, 그라운드에 이미 많은 비가 고여 있어 경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우천 취소 판정을 내렸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아는 통상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MBC 스포츠 플러스(이하 엠스플)에서 우천취소일 경우 지난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일이 보통인데, 이례적으로 '우천 취소 실황 중계'라는 제목으로 현장 중계가 시작되었다.
한명재 캐스터: 과연 오늘 경기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자 함이에요.
허구연 해설위원: 아무래도 뭐 여러가지 상황, 정황을 전달해 드리고 판단은 시청자 여러분께서 하셔야겠죠.
방송의 요지는 이랬다. 3시 14분 우천취소 결정은 내렸고, 17분 뒤인 3시 30분 비는 그쳤다. 게다가 전날 이미 비가 예고되었기 때문에 대형 방수포는 어제부터 깔려 있고, 신설 구장인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외야에는 최첨단 배수기능이 작동 중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면 모르겠으나, 3시 30분에 비가 그친 상황에서 비에 대한 모든 준비가 그쳤던 광주에서는 5시에 예정된 경기가 충분히 치뤄질 수 있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구장은 전날 비를 대비해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사진=스포티비)
엠스플의 실황 중계는 확실히 증거들을 집어냈다. 한명재 캐스터가 기상 레이더로 본 기상 상황에서도 이미 3시 무렵에 비가 그칠 것이 예고된 상황이었으며, 외야 그라운드에 문제가 있어 경기 취소를 선언했다는 감독관의 인터뷰에 담당PD인 이석재 PD가 직접 경기장을 밟고 상태를 체크하기도 했다. 잔디는 물론이고 어떠한 작업도 하지 않았던 흙 부분도 전혀 젖어있지 않았다. 과연 경기진행에 대한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여기에 각종 댓글과 팬들은 팀의 컨디션 관련 공방을 시작했다. 지난 금요일 드디어 터진 4번타자 이대호의 타격과 불펜의 최소화, 그리고 극적인 역전승으로 승기가 오른 롯데, 모든 불펜 자원을 써버렸으며, 9회에 극적인 역전패를 당했고, 네번의 번트를 대서라도 이겨야 할 경기에서 진 기아를 보았을때 토요일 우천취소는 기아에게 너무 유리했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열리는 아시안게임때문에 일찍 개막한 프로야구인데, 충분히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취소를 할 경우 리그가 엄청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도 덧붙여졌다.
경기 취소를 이해할 수 없었던 엠스플은 이례적으로 '우천 취소 실황 중계'를 했다. (사진=엠스플뉴스)
하지만 핵심은 마지막 허구연 해설위원의 말에 있었다.
허구연 해설위원: 어지간하지 않으면 야구는 속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게임을 한다는걸 팬들에게 좀 많이 인식시켜 주는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야 팬들이 '아 비가 좀 와도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야 야구장을 오시는데 ,비 좀 오면 '오늘 또 안 하는가 보다' 하며 결국 관중이 줄어들 수가 있거든요
이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이다.
오늘 경기는 KBO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두 팀 롯데와 기아의 경기였다. 게다가 주말 경기였다는 점에서 기아 팬분들 뿐만 아니라 많은 부산, 경남 지역의 팬들까지 광주에 직접 찾아온 경기였다. 이렇게 먼 길에 응원을 온 팬들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지켜보고 5시의 경기였다면 4시쯤에 다시 한번 경기장을 체크해서라도 경기를 속행시켜야 했다. 각 팀은 홈 팬들을 위한 서비스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야구협회에서는 원정까지 힘겹게 온 팬들을 더욱 배려해야 했다. 주말이라 부산, 경남에서 광주까지 온 관중들을 뒤로 하고 2시간 전에 게임을 취소시킨다는건 너무나도 어리석은 행위였다.
이은 15일은 일요일 낮 경기는 14일 우천 취소로 엠스플 보도의 지적과 함께 많은 팬들에게 압박을 당한 KBO는 오늘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휩싸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광주 전역에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졌다. 미세먼지 경보는 대기 중 입자 크기 10㎛ 이하 미세먼지 평균농도가 300㎍/㎥ 이상 2시간 지속할 때 발령한다. 광주지역 대기관측소에서 측정한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낮 12시에 331㎍/㎥이었으며 오후 1시에는 422㎍/㎥까지 치솟았다.
김용희 경기 감독관은 오후 2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기아전 시작을 지연시키며 미세먼지 농도 추이를 지켜봤다. 전광판에서는 "현재 광주지역에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 중입니다. 심한 미세먼지로 인해 경기 진행여부를 판단 중입니다."라는 소식을 전했다. 결국 오후 2시 28분을 기해 경기가 취소되었다. 올해 프로야구 4번째 미세먼지 경보 취소 경기였다. 하지만 이번엔 또 반대의 상황이다. 28분이 지연되었다.
오히려 토요일과 달리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진 일요일은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 (사진=스포티비)
지난 토요일 5시에 관객들이 입장 후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될 우천 취소 경기는 2시간 전에 취소를 선언하고, 일요일 미세먼지로 가득차 피할 곳 없었던 경기장의 관객들은 위험수위의 미세먼지 경보에도 28분을 그저 관중석에 앉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까지 지켜볼 상황이었다면 토요일 비가 오는 경기였고, 빨리 결정해서 경기 취소를 선언해야 하는 경기는 일요일인 미세먼지 경보날이었다.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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