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 마지막 콘서트에 대한 단상(短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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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간에 걸친 아이즈원(IZ*ONE)의 마지막 (온라인) 콘서트 'ONE, THE STORY'가 막을 내렸다. 'Wonder Story'라는 말로 언어유희를 하고 싶었던 생각이었을지 몰라도 팬들과 아티스트 결국 가슴이 미어지는 마무리로 끝을 맺게 되었다.

 

마지막 회차인 3월 14일 일요일, 오후 5시부터 3시간이 조금 넘는 콘서트가 끝나고 부은 눈을 만지며 어떤 글을 남겨야 할지 한참을 생각했다. 프로듀스 48부터 이어진 아이즈원의 스토리를 써야 했을까, 마지막 콘서트의 잔혹함에 대한 비평을 써야 했을까, 혹은 20년 만의 덕질에 대한 소회를 쓸까. 하지만 그 모든 걸 시간 내 쓰기에는 좀 더 생각의 정리가 필요해 추후에 써보기로 하고, 우선은 마무리를 장식한 아이즈원 12명의 멤버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 짧은 글을 우선 써볼까 한다.

 

1.

프로듀스 48의 방영 때부터 권은비의 리더십은 커뮤니티 상에서 좋은 이미지로 맴돌고 있었다. 데뷔가 정해지고 의심의 여지없이 아이즈원의 리더가 된 그녀는 자신이 짊어진 짐이 무거웠음에도, 항상 팬들을 먼저 생각하고 11명의 멤버들을 살뜰히 챙겼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인사 때 멤버들이 은비를 유독 많이 찾았고 1회 차 공연부터 가장 먼저 오열을 하며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아이즈원의 든든한 함장님은 마지막까지 SPACESHIP을 이끌며 모두를 평행우주로 이끌었다.

 

2.

'미야와키 프로'. 내가 미야와키 사쿠라의 별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애칭이다. 2011년 HKT48의 '手をつなぎながら (손을 잡으며)'로 데뷔를 했으니 올해 10년 차가 되었다. 한국에 처음 와서도 익숙지 않은 한국어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소위 '짬에서 나오는 눈치'로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그래서인지 마지막까지 자신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지 못한 분함이 인사 곳곳에 묻어났고, 슬픔에도 불구하고 오열하는 친구들을 살피며 물을 챙기고 호흡을 고르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치방 언니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보여주었다.

 

3.

이 친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던 강혜원을 알게 해주었던건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이즈원츄-비밀친구'였다. 은비의 마니또가 되면서 아무도 그녀의 비밀친구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카메라로 하나하나 보이고 나서야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아마도 이번 콘서트에서도 위즈원(아이즈원 팬덤)은 마지막에서야 세심한 혜원이의 배려를 알았을 것이다. 항상 무심한 듯 물어봤던 '밥 먹었냐'는 말, 그 말이 그녀에게는 항상 사랑한다는 말이었다는 것을.

 

4.

모두가 아이돌이기에 예체능계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유독 최예나는 예체능에 만능캐였다. 노래, 댄스는 물론이고 보드 같은 다양한 탈 것을 즐기며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 친구였다. 그리고 무대를 이끌어 갈 때는 누구보다 킬링 포인트를 잘 만들어내는 든든한 언니이면서, 사석에서는 가장 꼬마 같은 장난과 투정을 부리던 멤버였다. 그 날 무대에서도 조유리즈의 '언우밤지'부터 멋진 마무리의 '파노라마'까지 스테이지를 종횡무진하던 예나는 마지막 인사에서 슬프고 보고 싶다는 말만 반복하며 꼬마처럼 울음을 터트렸다.

 

5.

어릴때부터 끝이 없었던 서바이벌 평가로 누구보다 아픔이 많았고, 항상 긴 문장으로 써 내려가는 소소한 수다가 매력이었던 이채연. 과연 프로듀스 48처럼 또 주저앉아 울지는 않을까 내심 계속 걱정이 되었지만 슬픔을 꾹꾹 참아내면서 나긋나긋하게 그녀의 마지막 인사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조용히 이야기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까르르 터지는 웃음처럼 결국 마지막에 멤버들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을 꺼내다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6.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반짝이며 항상 멤버의 품에 꼭 안겨 있던 김채원은 유독 이별을 감당하기 힘들어 보였다. 한 마디 한 마디를 어렵게 이어가며 울음을 참는 모습에 얼마나 멤버들에 대한 사랑이 컸고 아이즈원의 활동을 자랑스러워했는지 보였다. 특히나 순한 모습이지만 무대에서 많은 고음을 연습하고 춤을 반복하던 악바리 근성처럼, 과한 울음에 과호흡 증세까지 보였는데도 발을 동동 구르면서까지 한 마디 한 마디씩 어렵게 내뱉는 모습이 그래서 더 가슴 아팠다.

 

7.

"우리 데뷔했어요. 여러분" 하며 데뷔 무대부터 울음을 터트렸던 김민주는 결국 모든 콘서트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마지막 날은 처음 라비앙로즈 무대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첫 멘트부터 목소리가 떨려왔다. 누가 넘어지면 같이 놀라고 누가 울면 같이 울었던 민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콘서트임에도 많은 슬픈 팬들의 모습이 보였는지 시작부터 그렇게도 슬퍼했다.

 

8.

작은 키때문에  동선에 맞추려고 항상 조금 더 높이 뛰려 노력했던 야부키 나코는 모든 멤버들에게 사랑을 받는 멤버였다. 살짝 커 보이는 후드티가 내려와 있는 조그마한 두 손으로 자신의 상징색인 하늘색 마이크를 놓칠세라 꽉 잡은 나코는 울음 반 멘트 반으로 마지막을 이야기했다. 작은 어깨가 작은 손이 작은 키가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급기야 고개를 떨굴 때 모든 팬들도 함께 고개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9.

타국땅에서 자신만의 일상 속에서 루틴을 지키며 씩씩하게 버텨준 혼다 히토미는 마지막까지도 자신보다는 자기를 챙겨준 멤버들과 그로 인해 바뀐 일상을 이야기했다. 이제는 혼자서 지하철도 탈 수 있고, 배달도 시킬 수 있고, 오늘까지도 배가 아파 멤버들을 걱정하게 했다며 와앙 울어버리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다. 데뷔 때부터 말하던 꿈과 희망이 이제는 정말 작지 않은 존재가 되었지만 남은 시간이 너무 야속했다.

 

10.

생각해보니 조유리즈라 불리던 세 멤버는 유독 마지막 인사에서 크게 울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조유리는 유독 팬들의 함성이 참 그리웠는지 마지막 팬들의 이벤트가 나오는 모습에서 뒤돌아 목놓아 펑펑 울었다. 항상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그녀의 목소리로 채웠던 유리었지만 그날 앵콜무대만큼은 결국 한 소절도 부르지 못하고 그녀의 울음만으로 가득 채웠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11.

은비의 생일날 진행되었던 브이라이브에서 파란 머리를 했던 안유진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 나왔던 슬픔이처럼 대성통곡을 했다. 항상 진행하고 밝게 웃으며 장난을 쳤던 그녀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려서 멤버들과 팬들 모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유진이는 이번 콘서트에서도 씩씩하게 대사를 하고 애드리브도 쳐가며 마지막 인사에서도 눈물을 보였지만 표정을 일그러트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마지막 팬들의 얼굴에 화면에 가득 차자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한 번에 토해냈다.

 

12.

당시 최연소란 타이틀을 많이 가지고 있었음에도 센터라는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나갔던 장원영은 마지막까지도 야무지게 인사를 건넸다. 매일 안부를 전하고 음식을 추천하던 그 말투로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 주었다. 비록 목소리는 떨렸지만 무사히 인사를 마친 모습을 보면서 원영이가 너무 빨리 어른이 된 것은 아닌지 오히려 막내처럼 아직 아이처럼 그렇게 펑펑 울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더더욱이 들어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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