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무 프로리그 (M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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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L
스타크래프트 무 프로리그 (MPL) 시즌2 (사진=구글이미지)

 

2018년 12월 30일, 무프로리그(MPL) 시즌2 결승전이 성황리에 끝이 났다. 우리가 익히 아는 온게임넷이나 지금은 사라진 MBC게임 등 방송사가 아닌 김봉준이라는 개인 방송인이 주최하는 대회가 신한은행이라는 큰 기업의 후원까지 받으면서 여러 기업들의 스폰서를 유치하고, 아프리카TV를 통해 중계되었으며 오프닝 무대로 '스타 마니아'로 알려진 박완규 씨가 라이브를 하는 등 소위 '그럴싸한' 결승전 행사가 개최된 것이다.

 

나는 스타크래프트 1세대다. 스타크래프트가 발매된 1998년에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처음 스타를 시작한 곳은 방과후의 한 PC방이었다. 카운터에서 직원에게 게임 패키지 CD와 매뉴얼을 받아 하나씩 읽어가며 게임을 했다. 주로 친구들과 둘셋씩 편을 먹고 헌터 맵을 플레이했다. 그 무렵 우리 집에는 itv가 나오지 않아 티브이에서 중계했던 스타크래프트 대회는 군대를 다녀온 이후에나 접하게 되었는데, 온게임넷 프로리그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 처음으로 스타리그에 빠져들었다. 그 시절은 이미 정상을 찍고 저물어가는 황제의 드랍쉽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가끔씩 보여주는 번뜩이는 재치와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에 놀라며 응원을 했고, 그의 플레이를 PC방에서 따라 하다 친구들에게 기본 유닛이나 잘 뽑으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임요환
임요환의 드랍쉽은 모든 스타팬들의 워너비이기도 했다. (사진=구글이미지)

 

앞마당 먹은 천재 이윤열의 믿을 수 없는 물량이나, 몰래멀티를 기가 막히게 성공시키고 상대를 압살 하던 괴물 최연성, 쉴틈 없는 공격으로 처음 저그 우승을 만든 투신 박성준을 보며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직도 회자되는 3 연속 벙커링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며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스타리그가 방송되던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부어치킨에서 5천 원짜리 치킨을 사고 편의점에 들러 250mm 아사히 두 캔을 사 오면 딱 만원이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만원이면 금요일이, 주말이, 한 주가 행복했다. 그렇게 영원히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스타리그가 선수들의 승부조작 등으로 여러 가지 파행을 겪고는 사라져 갔다. 그렇게 스타크래프트 게임 리그는 이젠 지나간 추억이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롤도 워크래프트도 오버워치도 리그는 있었지만 내가 보고 즐기는 스포츠는 아니었다. 난 그렇게 어른이 된 줄 알았다. 더 이상 게임 리그에는 설레지도 기다려지지도 않는 흔한 어른이.

 

다시 스타리그를 접하게 된 것은 작년이었다. 블리자드에서 십수년이 지난 게임의 리마스터를 발표했고, 그 발표행사에 내가 알고 사랑하던 게이머들이 다시 모여 더 좋아진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며 추억을 상기시켰다. 아직도 스타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이 있었고, 그들을 위한 리그-비록 방송국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리그는 아니지만)들이 개최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데뷔를 보았던 최종병기 이영호, 총사령관 송병구 등이 아직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유투브로 그들의 채널을 찾아 그들의 게임을 지켜보며 추억을 달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이번 MPL이란 리그를 알게 되었다.

 

이영호
'최종병기' 이영호 (사진=구글이미지)

 

아프리카TV와 블리자드의 주퇴로 개인리그들이 개최되고 있었지만, 팀 단위의 리그는 전무하던 실정에서 한때 프로게이머로 스타를 꿈꾸었던 지금은 한 개인방송인이 된 BJ가 팀 단위의 프로리그를 개최한 것이다. MPL을 알게 되고 시즌1, 시즌2를 즐기면서 본방이 기다려지고 설레었다. 이번 MPL 시즌2는 조금 더 열심히 찾아보았고 그만큼 더 깊이 즐길 수 있었다.

 

프로리그가 존재하던 시절, 데뷔를 꿈꾸었으나 기회를 만나지 못하고 리그가 사라졌던 연습생이었던 선수가 이번에 처음으로 프로리그 무대에 데뷔하여 승리한 후 흘리는 눈물을 보고 나도 울컥했다. 온게임넷으로 스타리그를 즐겨볼 당시에는 늘 친숙했던 정소림 캐스터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어 반가웠고, 큰 무대의 메인 진행자였던 전용준 캐스터의 전매특허인 "시작~ 하겠습니다!"하고 소리치는 멘트를 다시 듣는 순간엔 짜릿하기까지 했다. 특히 준결승전은 기적의 역전들과 에이스 결정전, 최종 에이스 결정전까지 이어지는 접전으로 숨쉴틈 없는 긴장감도 느낄 수 있었다.

 

전용준
전용준 캐스터의 "시작하겠습니다" 멘트는 짜릿하기까지 했다. (사진=아프리카TV)

 

마지막 결승전까지 보고 난 지금 나는 가슴이 참 따뜻해진 기분이다. 이미 마음이 늙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다시금 뜨거움과 설렘을 만들어준 선수들, 해설진들 그리고 김봉준 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MPL 시즌2와 함께 행복했습니다."

 

Copyright ⓒ 무우さん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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