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닝 2020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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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S2020게임 초기 화면. 여전히 위닝은 발매 전 루리웹을 통해 유저정보만 확인해도 두근 거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완벽한 진화일까 리턴일까? 환골탈태한 위닝

 

십 수년째 감동과 애증을 반복해서 주고 있는, 위닝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무려 'eFootball PES(Pro Evolution Soccer) 2020' 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걸고서.

 

타이토의 벽돌깨기 '알카노이드'(左) 브라질에 전래된 초기 축구(右) (출처=구글이미지)

 

게임사들의 프랜차이즈 스포츠게임들은 매년 새롭다고는 하지만, 로스터변경과 소소한 변화만 준 채로 발매가 된다. 매 시즌마다 나오는 게임이기 때문에 2년, 3년에 하나 나오는 새로운 스토리의 액션게임이나 RPG 게임과 달리 커다란 변경사항을 적용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다른 스포츠게임과는 조금 다르게, 볼의 물리적 움직임과 궤적이 게임에서 가장 큰 폭을 차지하는 축구와 야구게임은, 과거 타이토의 '알카노이드'의 그것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역사를 써내려 왔다.

게다가 게임 이전에 실제 축구는, 11세기 바이킹(데인족)의 잉글랜드 침략시기 이후, 앵글로섹슨족이 바이킹의 두개골을 땅에서 파낸 후에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멀리 차고 다닌것에서 시작한 만큼,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것에 기인한다(물론 이것은 여러 기원 중에 하나다).

 

위닝 제작진이 늘 고민하는 것은 선수의 멋진 움직임, 포메이션 변경 등의 전략 등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축구, 우리가 원하는 본연에 충실한 '공놀이' 그 자체다. 그리고 이번 'eFootball PES(Pro Evolution Soccer) 2020'에서 그 구현은 정점에 이르렀다.

 

피파를 모방한 게임 메뉴와 인터페이스

 

나브리피파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다. 마치 구너팬에겐 애증인 나브리처럼...

 

게임 메뉴나 여러 가지 인터페이스에서는 EA의 것을 모방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인터페이스나 UX 라는 것이 1위 기업을 모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용자층을 넓히고 공유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코나미 뿐만아니라 다양한 업계의 2위 주자들이 1위 주자들의 것을 모방하면서 개선해 나아가고 있다. 실제로 여러분의 손에 든 모든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는 아이폰 3에서 시작됐다. 어떤 브랜드도 현재 블랙베리를 따라하고 있지 않다.

 

신작은 파이널 에볼루션 버젼

 

위닝위닝구 이레분 식수! 화이나루 에보루숀~(左) 위닝 6FE의 치트키, 전설의 호나우도(右) (출처=구글이미지)

 

편하게 얘기하자면, 이번 위닝은 2019년 버젼의 '파이널에볼루션' 같은 존재다. 고전 위닝인 '위닝 6FE'가 이전 버젼과 비교할 때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줬던 것처럼, 공놀이 스포츠게임에서 가장 발전해야 할 기본요소인 '공에 적용한 물리엔진', '생체역학(Biomechanics)에 따른 선수의 움직임'이 크게 발전했다.

 

공의 움직임은 일반적인 궤적이나, 방향 등을 볼 때, 킥킹시 하체 상황, 각도, 왼발인지 오른발인지, 아웃사이드인지 인사이드인지, 토킥인지 힐킥인지, 주사용 발이 어느 쪽인지, 날씨가 어떤지에 따라 모두 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상/하체의 생체역학에서의 발전이 더해져 실제 축구 중계를 보는듯한 상황이 연출 된다.

 

그렇다. 게임은 결국 연출인 것이다. 우리가 실제 스포츠를 즐기거나 보고 있는 것을 과연 몇 퍼센트까지 연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즉, 위닝은 스포츠시뮬레이션인 것인데, 이 현실 재현 100%의 시뮬레이션적인 상황을 예로 든다면, 주사용발의 정확도가 1~2일때 턴해서 노룩으로 패스를 하려고 하면, 그야말로 개발, 똥볼을 차게 되는 것이다.

 

이 똥볼상황과 마찬가지로, 2019 에서 골로 바로 이어질 수 있게 손쉽게 잘 되던 2대1 패스, 연계 플레이, 공중 스루가 쉽지 않은 것도, 이런 연출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위닝경기장 모드의 카메라앵글은, 마치 중계를 보는 듯한 그 느낌이 정말 완소 오브 완소다.

 

스피드 또한 조금 느려졌다. TV 에서 보는 화면이나 앵글에서 비춰지는 속도감을 연출했다 보다는 실제 경기장에서 관람할 때 느낄 수 있는 속도감을 연출해냈다. 다만 경기장카메라로 게임을 즐기면, 속도가 빨라 보인다. 일반적으로 영상을 달리는 하체에 포커싱해서 앵글을 맞출 경우 뛰는 속도가 실제보다 3배속으로 빨라 보이기 때문에, 게임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한국어 중계는 되도록이면 '끄자'. 한국어로 활약해 주신 두 분께는 송구하지만, '왜 그렇게 대본을 읽으셨냐"고 밖에는 말을 못하겠다.

 

위닝공격과 수비 콘셉트 어레인지. 이 부문에서 위닝은 FM 다음으로 최고의 축구게임이다.

 

역대 찬사를 들었던 위닝은 마치 다수의 클래식팬이나 골수 헤비메탈팬이 타 장르를 무시하는 것처럼 진입장벽이 높았다.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장르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위닝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골을 넣을 때마다 들리는 '존 카비라'의 괴성과 함께 그 진입장벽을 통과할 때의 쾌감이 손끝과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라이센스라이센스를 따낸, 네덜란드 리그를 포함한 다수의 리그는 주요 팀 위주로 충실히 재현해냈다.

 

싱글플레이를 위한 마스터리그의 존재가치

 

필자는 과금방식의 게임보다는 싱글 위주나 순수한 멀티 위주로 죽어라 파고 드는 스타일이다. 와이파이님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2019의 경우 마스터리그를 건너 뛰다시피 했는데, 이번 버젼은 냅다 마스터리그부터 시작해서, 발매 후 현재까지(원고 작성 기준) 일주일째 새벽 3 시에 자고 있다. 덕분에 출근해서는 카페인+좀비세상이다.

 

마스터리그마스터리그를 시작할 때 요한 크루이프, 디에고 마라도나, 지쿠, 호베르투 카를로스 등 레전드의 얼굴과 가상의 얼굴로 감독을 시작할 수 있다. 필자의 카를로스는 네덜란드의 페예노르트에 처음 취직해서 리그 2위에 팀을 올려놨다.

 

사실 위닝 4나 J리그부터 즐겨온 필자를 포함한 많은 원로 위닝 유저들에겐 마스터리그의 존재가치야말로 위닝을 매년 '떡상'내지 콘솔을 사는 이유로 자리매김하였다. 주급 협상이라든지 주요선수의 이적, 임대 등 시즌 중에 겪는 각종 머리 아픈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진다.

 

마스터리그마스터리그에서는 팀의 선수별 계약에 따른 시장가치책정, 바이아웃, 주급체계 변경 등 풋볼팀매니져로서의 경험이 모두 가능하다. 제시해 온 이적료가 낮으면 시장가치에 따라 협상도 가능하다.

 

다만 'MLB the SHOW'나 '매든(Madden)', 'NBA 2K' 등 다른 인기있는 스포츠게임의 프랜차이즈 모드에서 밴치마킹 했으면 하는 스폰서쉽, 클럽하우스 서포트 등이 아직까지는 위닝에서 구현되지 않고 있어 여전히 아쉽다.

 

조현우위닝에 타이트하게 구현된 대구 FC의 조현우 선수(????? 누구??) (조현우사진=대구FC)

 

이번 위닝은 역대급으로 불리던 각기 다른 버젼의 위닝들에 가까워졌고, 라이센스나 또 기타 라이센스나, 또또또 라이센스나, 심각하게 다른 유명 아시아선수들의 얼굴을 제외하면 마스터피스인 것이다. 분데스리가는 없어도 감내하겠는데. 아시안챔피언스리그를 넣었으면, 적어도 일본 외 다른 나라 선수들의 얼굴도 신경 써주면 좋겠다. 그래야 하는 맛이 나지.

 

또 다른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피파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유명 선수의 사커라이프를 즐기다가 은퇴 후 감독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새로움은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구너이기 때문에 귀앵두지로 40살까지 뛰다가 아스날 감독이 되는 것을 해보고 싶다.

 

글을 마치며

 

요즘 게임 시장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게임의 가격일까? 과금방식의 필요성 또는 할인정책? 필자는 '자신이 산 게임이 돈 값을 하고 있느냐에, 반응할 필요 없는 재미'야 말로 40년 콘솔역사를 관통하는 진리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스토리가 어떻든, 그래픽이 어떻든, 가격이 어떻든, 게임성이 어떻든, 결국 게임은 게이머에게 각기 다른 방식의 희열을 주고, 일상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풀게 해주고, 없던 친구도 만들어 주거나 우정파괴도 도와준다.

 

게임은 재미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위닝이 재미있느냐? 충분히 재미있고, 돈 값 한다.

사라, 두 번 사는 건 강요하지 않겠다. 대신 안 해봤다고 후회하지 마라. 이번 위닝은 그런 위닝이다.

 

Copyright ⓒ 김통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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