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버드 8회: AV 시장 붕괴
- THE 황색/옐로우버드
- 2018. 8. 8.
상반기 결산도 이미 1달이나 지났다. 원래는 상반기의 이슈를 다루는 상반기 결산 3부를 다룰까 하다가 이렇게 미루다간 하반기에 상반기 결산을 할 기세였다. 그때 불토리님이 'AV 소멸' 이라는 주제로 옐로우버드를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렇게 열띤 토론을 펼치며 이야기했던 상반기 결산에 이어 AV 소멸이라니, 갑자기 어떤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번 화를 제안하게 되었는지 옐로우버드 8화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황색언론 (이하 黃): 반갑다.
불토리: 안녕하세요. 황색언론 일본지부 특파원 불토리라고 합니다.
黃: 현장 일본 소식을 1개라도 전하고 그런 직책을 가져가셨으면 한다.
- 오늘은 일본 업계의 따끈따끈한 시장 돌아가는 얘기를 전달해드리려고 합니다.
黃: 어떤 것인가.
-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주제는 'AV 시장 붕괴'입니다. AV는 망해가고 있습니다.
黃: 2006년 힙합 아티스트 나스(Nas)가 'Hip Hop Is Dead'를 외치기는 했다만, AV 역시?
- 종말의 시대, 아마겟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정부의 AV 숨통 조이기가 계속되고 있죠. 'AV 제작 → 소비/구매 → 신작 제작'의 순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AV 업체로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요. 당장 앨리스 재팬만 하더라도 이번달 발매작이 고작 3편입니다.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한달에 열 몇 편을 찍어내던 곳인데도 말이죠. 배우들 은퇴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黃: 올림픽 관련 이야기라면 언론을 통해 조금 들은 바가 있다.
- 2000년대 후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와 2011년 도호쿠 대지진을 거치면서 일본 컨텐츠 소비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됩니다. 게다가 불법 공유가 늘어나면서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일본 시장은 급속도로 하향세를 탑니다.
黃: 오프라인 판매는 말할 것도 없었겠군.
- 넵. 게다가 2008년 AV 모자이크가 너무 얇다는 이유로 제작사 h.m.p와 심의기구 고위 간부들을 체포구속해 징역을 살게 했죠. 이후로 h.m.p는 폭망, 사장은 노환으로 별세했습니다.
黃: 잠깐. 2008년이라면 바로 시대적 상황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장 얇던 2008년에 슈퍼스타는 누구였나.
- 아오이 소라, 아사미 유마, 요시자와 아키호, 하마사키 리오 정도 될 겁니다.
폐간한 AV 정보지 오렌지 통신
黃: 아하.
- 이후 AV배우를 길거리에서 스카웃 하는 걸 불법으로 만드는 도쿄 지방 조례가 제정됩니다. 하지만 AV는 겨우 그런걸로 죽진 않았습니다.
黃: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 네. 찾아나서죠. 언제나 길은 있습니다. 문제는 길을 나설 의지가 꺾이면 끝이라는 거죠. 하지만 그 길을 갈 사람이 없으면 끝입니다. 최근 의지를 꺾고 있는 건 2016년 AV 출연강제 사건 이후의 일들입니다. 출연강제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안 좋아졌고...
黃: 한국에서도 그저 야한 영상만을 비판하던 AV가 최근엔 그 문제로 비판된다.
- 정확히 말하면 사기출연이죠. 위약금 사기. 최근 한국에서도 비공개 촬영회가 문제되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사건 전말은 다 드러난게 아니지만, 몇몇 업체에서 문제가 있다고 치고 그런 업체들 때문에 비공개 촬영회 시장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는 거랑 같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문제는 정부나 시민들의 규제가 AV 출연계약을 규제하는 걸 넘어서 표현규제로 나가고 있다는 거죠. AV 배우들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게 아니라, 그냥 'AV 죽어!'로 가고 있습니다
黃: 으흠
- 정부의 반응은 그냥 표현규제입니다. 모자이크를 짙게하고 소재들을 한정짓게 하는 등의 말이지요. 모자이크를 짙게 하면 사기계약이 없어지는 줄 아는 걸까요. 그리고 현직 AV 배우들이 원하는 건 자신들의 노동권 강화일 텐데 정작 그런 면에서는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배우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도 여전하고...
黃: 흔히 말하는 번개탄으로 자살이 빈번해지니 번개탄 판매를 중단하라는 식의...
- 넵. 그렇네요. 개혁의 움직임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AV를 예전의 핑크 무비 시대로 되돌리려 하는 발언은 참 무책임한 말이지요. 뭐가 문제이고 어떤 게 해결책인지 맥조차 못잡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악재 속에서 불황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처럼 AV를 돈주고 보지 않아요, 게다가 AV를 아예 보지 않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인 AV 제작사 중 한 곳인 아오이야 혼텐(葵屋本店)
黃: 아니 그것은 어째서인가.
- AV 마저 볼 여유가 없어진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AV를 보는 건 한편으론 덕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컨텐츠의 깊이가 얕아지면서 덕질한 매력도 없어지니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黃: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 정리해 말하자면 인터넷 시대의 AV는 비디오 시대의 AV 보다 내용 없고 가벼운 것들이 많아지고 특히 표현규제가 강해지면서 AV 제작자들이 어떤 표현물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임하는 것보단 잠깐 돈벌고 말아야겠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점점 작가성은 옅어지고 있어요. 90년대 AV와 비교해보면 창의성도 없고 다 거기서 거기 중요한신만 늘어놓은 것들이 많아졌죠. 그럴수록 1회성 소비자는 많아지더라도 컨텐츠의 깊이가 얕아지기 시작하는 거죠.
黃: 조금은 다른 이유지만 제작비가 현저히 줄어들자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은 펜션으로 한정되고 거기에서 스토리를 짜다보니 늘 비슷한 내용으로 만들어지는 현재 한국 IPTV 영화 시장과도 비슷해 보인다.
- 그러네요. 칸파니 마츠오, 토지로 감독 이런 사람들의 팬층은 여전히 많지만 이들은 늙고 있습니다. 젊은 감독들은 옛 작가 감독들만큼 팬덤을 쌓지는 못하고 있죠.
黃: 안타깝다.
- 그래서 2018년 AV에서도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했습니다. '동인 AV'
黃: 동인?
- 네. 제작사 회사를 끼고 AV를 찍는게 아니라 만화로 따지면 동인지 시스템이랑 같아요. 아마추어 배우들이 직접 사적으로 AV를 제작하는 거죠.
FETIFEST(페티쉬 페스티벌). 동인 AV의 AV OPEN의 개념이다.
黃: 그게 가능한가.
- 지금 그런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신주쿠 뒷골목 숨은 DVD 매장 같은 곳에서 몰래 잠깐 팔고 사라지는 거죠. 아니면 우리나라 인터넷 방송처럼 일정한 플랫폼 안에서만 AV를 판매하고 최대한 제작비 유통비를 아끼면서도 AV가 넓게 유통되지 않으니 배우들도 별 부담없이 찍는 방식입니다. 당연히 불법 다운로드에도 별 영향은 없고요.
黃: 단타로 치고 빠지는 음지형 AV가 생겨난 것이군.
- 네. 이러한 트렌드는 AV가 더욱 더 음지화 될 것이라는 예견이 들게 합니다. 게다가 이른바 메이저 업체들은 점점 규모를 줄이고 있어요. 이번에 DMM이 성인 부문과 갈라섰죠. 또한 우리가 잘 아는 맥싱과 앨리스 재팬 같은 곳도 점점 만드는 작품을 줄이고 있습니다. 꼬리를 자르고 있죠. 물론 AV가 사라지진 않을 거지만 이들 회사가 AV를 포기하면 지금까지의 소비 판도와는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黃: 점점 기존 문화가 사라져가는.
- 과거 에로책 회사들이 많았습니다. 유명한 '플레이보이'지도 있고요. 지금 이런 잡지들은 엄청 많이 죽었죠. 이런 잡지들이 망해서 없어졌다기 보다는 회사 측에서 '포기'한 측면도 크죠. 예전만큼 투입 대비 산출이 안나오니깐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는 식이죠. 예전 우리가 알던 19금 잡지들은 대부분 일반 출간물 쪽으로 돌아섰어요. 그런 잡지 팔아봤자 그냥 일반 책 만큼도 수입이 안 나오니까요.
黃: 그런데 지금은 도서 만큼이나 영상도.
- 네. AV 제작사 중에서도 쿠키(KUKI)라는 회사가 었었지만 지금은 사업을 접고 위성방송 사업으로 넘어갔어요. 아마 S1, SOD, KMP, 프레스티지 이런 회사가 하루 아침에 부도가 나서 없어지는 상황보다는 점차 AV 부문을 접고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할 확률이 훨씬 더 높을 겁니다. DMM은 이미 성인 사업 없이도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 상황이니 성인 부문을 어떻게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요.
AV女優消滅(AV여배우소멸) / 하카무라 아츠히코
黃: 역사에서 가장 의미없는 행동이지만 '만약' 어떤 일이 일어났을때 다시 이 사태가 반등될 수 있을까.
- 사태가 반등되려면 다른 대안이 보여야 할 텐데 글쎄요. 동인 AV가 정말 대히트를 쳐서 동인 시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크게 떠오른다거나 한국 시장이 합법화로 바뀌어서 해외 진출이... 이미 일본에선 'AV 여배우 소멸' 이라는 책이 나와있는데 여튼 AV에 상당한 변화가 이루어질 거라는 건 확실할 거 같네요.
黃: 오늘 이야기 좋은 것 같다. 한일양국의 시장을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좀 더 할 말이 있나.
- 좀 과격한 표현이긴 하지만 'AV는 망해간다'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미 'AV 소멸'이라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사라지진 않겠죠. 하지만 바뀔 겁니다. 너무 바뀌어서 먼 훗날 돌이켜봤을 때 '이젠 예전 AV는 소멸했구나.'하고 회고 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黃: 아쉬우면서도 또 시대의 흐름같기도 하고 그렇다. 좋다.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 해보자.
- 역사는 언제나 진보하진 않는다. 그저 변해갈 뿐이다.
黃: 텍스트라 노래를 들려줄 순 없지만 이번 옐로우버드 8회를 읽으며 김광석의 '변해가네'를 듣는 것도 좋겠다.
- 오늘의 클로징 O.S.T 인가요.
"AV가 몰락하는 가운데, 새로운 움직임으로 매우 힘을 길러오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도 무시 할 수 없을 만큼 수가 늘어나고 있어요. 다만, 제작자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들은 AV를 찍고 있다는 의식이 없어요. 저도 처음에는 그들의 모습에 매우 당황했습니다. 돈을 조달하는 방법부터 돈을 버는 방법까지 사고 방식이 완전 다릅니다."
-동인 AV의 유행에 대한 V&R플래닝 사장 아다치 카오루의 언급 中
본 황색언론에 있는 모든 포스팅의 저작권은 원 작성자에게 있으며, 사진 허락 없이 어떠한 형태로도 재생산, 복사, 배포될 수 없습니다.
Copyright ⓒ 황색언론 19팀 yellow_news@naver.com
'THE 황색 > 옐로우버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옐로우버드 10회: 포르노그래피와 성착취의 구분 (0) | 2020.03.25 |
---|---|
옐로우버드 9회: 연말 결산 (feat. 다랜) (0) | 2019.02.04 |
옐로우버드 7회: 상반기 결산 2부 (feat. 다랜) (2) | 2018.07.11 |
옐로우버드 6회: 상반기 결산 1부 (feat. 다랜) (4) | 2018.07.05 |
옐로우버드 5회: 동물 (2) | 2018.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