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 한국, 독일에게 2-0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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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혼(鬪魂).

 

지난 20여년간 한국축구가 반드시 가져야 할 필수조건이었다. 심지어 2004년 월드컵부터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에는 이 문구가 알게 모르게 들어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투혼을 강요하는 게 싫었다. 투혼은 수 많은 승리 조건 중 하나일 뿐 전부가 될 수는 없었다. 투혼만으로 예선 3경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란 어려웠다. 추억의 슈팅게임에서 가장 위기상황에 쓰는 폭탄처럼 그렇게 투혼은 발휘되어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독일전에서는 오로지 투혼 하나만으로 경기를 치뤄야 했다. 1차전 박주호의 부상, 2차전 주장 기성용의 부상, 촘촘히 압박해야 할 미드필더 진의 붕괴는 대놓고 뻔한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두 차례에 걸친 수비진의 장현수와 김민우의 실책, 공격진의 황희찬과 손흥민의 불협화음 어느 것 하나 우리가 믿을만한 카드는 없었다.

 

하지만 승리했다. 투혼이 발휘되었다. 아니 투신(鬪神)이 심장에 있는 것 같았다. 심판마저 도와주지 않던 그 경기에서 두 골 차이의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들려온 소식이 아쉬웠다. 당연히 승리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2승의 멕시코는 스웨덴에게 3대0으로 패배했다. 2대0의 승리 후 16강을 생각했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카잔에서 통쾌한 반란에 성공했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환희의 그 순간 각 포지션별 후기에 들어가보자.

 

비록 16강 진출엔 실패했으나 대한민국은 독일전을 승리로 이끌며 통쾌한 반란에 성공했다. (사진=구글)

 

 

골키퍼: MOM and LOL

 

23. 조현우

 

조현우는 22명의 선수 중에서 가장 빛났다. (사진=구글)

 

피파에서 공식 선정한 독일전의 맨 오브 매치(Man Of Match)는 골키퍼 조현우였다. 대한민국이 인저리 타임에 두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도 90분 내내 멋진 선방을 보여주며 무실점으로 골문을 지킨 조현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조현우의 불안요소로 제기 되었던 킥 력의 아쉬움이 나오기도 했다. 앞으로 전진한 독일 미드필더 진을 뜷기 위해 측면으로 킥을 멀게 차주어야 했던 조현우의 킥은 낮게 깔리면서 독일 선수들에게 컷팅돼 재공격의 기회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단점은 딱 그거 하나뿐이었다.  전반 38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훔멜스의 공격 찬스를 선방, 후반 2분 고레츠카의 헤딩 슛을 슈퍼 세이빙, 그 외에도 수 차례 독일의 슈팅을 안정감있는 캐칭 능력으로 선방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찬사를 받았던 조현우의 소속팀은 K리그의 대구 FC다. 조현우 선수 경기를 직접 보러 많이 경기장 찾아가시고, 또 이번 활약을 발판 삼아 유럽 진출하는 첫 번째 대한민국 골키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비수: 탄탄한 포백, 김영권의 눈물

 

14. 홍철, 19. 김영권, 5. 윤영선, 2. 이용

 

탄탄한 하드웨어로 안정된 수비를 보여준 윤영선. 성남 시절 신태용의 애재자였던 그 였기에 이번 월드컵의 선전도 기대했으나 아쉽게 출전기회는 독일전 뿐이었다. (사진=MK스포츠)

 

조별 예선에서 처음으로 수비수 선수 교체가 없었다. 그만큼 독일전의 포백 라인이 탄탄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지난 멕시코 전 홍철에게 10분은 너무 짧았다. 그리고 독일전에서 드디어 풀 타임의 기회가 왔다. 홍철은 김민우 카드보다 훨씬 좋았다. 보다 침착했고 영민했으며 빨랐다. 측면 볼 경쟁에서도 대부분 독일 선수들에게 스피드로 이겨내며 컷팅에 성공했으며 탈압박 능력도 꽤나 좋은 편이었다. 멕시코 전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할지라도 스웨덴 전에서 홍철이 박주호 대신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윤영선 역시 뛰어난 컷팅 능력과 준수한 피지컬로 독일의 공격시 마다 잘 막아냈다. 논란이 되었던 장현수를 뺄 수 없었다면 기성용의 미드필더 백업수비를 해주면서 기성용을 전방으로 올리고 윤영선을 믿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을 정도다.

 

이번 예선 3게임을 풀타임으로 뛴 오른쪽의 이용은 그야말로 투혼이었다. 앞선 비공개 평가전 세네갈 전부터 이마가 찢어지며 밴드를 착용하고 나왔다. 경기가 끝나자 새하얀 헤어 밴드가 붉게 물들었다. 이번 독일전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맏형이었던 이용은 가장 많은 거리를 뛰고 또 뛰면서 측면에서 공격과 수비에 늘 있어줬다. 후반전 막바지에 공이 낭심을 강타했지만, 맞고 나간 볼이 역습찬스로 이어져 중단할 수 없었던 웃픈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짜고짜 첫 인터뷰에서 "괜찮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용 역시 쿨하게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죠."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지난 4년간의 설움을 실력으로 털어낸 김영권. 결국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사진=스포티비)

 

그리고 김영권.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정호와 짝을 이룬 김영권은 수비 역할분담에 실패하며 알제리에게 4실점을 허용해 '자동문'이라는 불명예 스러운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 후로도 소속팀보다 국대경기에서 안이한 플레이나 집중력 부족을 많이 지적 받기도 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 2017년 8월 31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이란 전에서 한 명이 퇴장당한 이란에게 유효슈팅 0을 기록하며 0대0으로 비긴 뒤 관중소리가 크다 보니 소통하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 후로 김영권에 대한 비난은 겉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김민재가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지자 김영권이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전의 김영권이 아니었다. 앞선 2차전에서 장현수의 실수를 자신이 대부분 커버했으며, 이는 독일전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몇몇 위험한 크로스와 슈팅 찬스 지역에서 김영권의 몸을 맞고 굴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추가시간 3분,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손흥민의 땅볼 크로스를 받고, 독일을 상대로 월드컵 첫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어이없는 부심의 오프사이드 기가 올라갔다. 하지만 항의 끝에 VAR 판정으로 이어졌고 토니 크로스의 골에 굴절되어 김영권에게 간 것으로 판정되어 다시금 득점이 인정되었다. VAR로 첫 실점을 한 대한민국은 VAR로 독일전 승기를 가져오는 순간이었다.

 

미드필더: 닥치고 압박

 

17. 이재성, 15. 정우영, 20. 장현수, ▽ 18. 문선민 (▲ 8. 주세종 후반 24분)

 

호리호리한 이재성은 쓰러질듯한 부상과 체력적 한계속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해냈다. (사진=머니투데이)

 

기성용이 빠진 미드필더 진에서 세밀한 볼 배급이나 공격 조율은 사실상 포기한 포메이션이었다. 장현수와 정우영을 중앙에 포진시켜 중앙의 토니 크로스와 세미 케디라에게 직접 압박을 가한 뒤 부딪히며 볼을 빼내면 측면의 이재성, 문선민이 역습찬스로 돌파를 하거나, 혹은 그 둘이 측면에서 압박을 가해 전방의 손흥민에게 연결시켜 준다는 전술이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운동량을 보여주어야 했던건 이재성과 문선민이었다. 어차피 황희찬과 이승우 카드가 있었던만큼 후회 없이 전반부터 뛰어야 했던 둘이었다.

 

정우영의 전반 드디어 먹혀들어간 무회전 프리킥은 불규칙하게 이동했고 그 결과 방심하던 노이어 골키퍼의 몸을 맞고 튀었다. 세컨볼 찬스를 노렸던 손흥민은 아쉽게 골찬스를 놓쳤지만 그 순간부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크 가이거 주심은 압박을 가하는 한국의 전술을 알고나 있었다는 듯이 전반 8분 정우영에게 전반 23분에 이재성에게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90분 내내 압박을 가해야할 선수들에게 분명한 심리적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리하게 퇴장을 피해내며 꾸준히 압박을 해 냈다.

 

이재성은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중앙에서 전방으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공격을 기대했던 선수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재성의 개인기는 월드컵에서 먹혀들지 않았다. 시원스러운 돌파가 보이지 않았다. 전방과 중앙에서 이재성을 이용해보던 신태용 감독은 이재성을 측면으로 내려 압박으로 인한 역습 돌파를 주문했다. 이번 독일전 역시 개인기는 먹히지 않았지만 확실히 지난 2경기 보다 압박이 살아났고 패스도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굳어있던 대한민국에 유일한 열기를 안겨다준 문선민 (사진=구글)

 

문선민은 골 찬스에서 과감한 슈팅을 못한 것은 분명 아쉽다. 하지만 지난 보스니아와의 평가전에서 시작하자마자 미친듯이 달려드는 문선민의 적극성을 신태용 감독은 파악했고 결국 꿈의 무대에 선 문선민은 첫 월드컵에서 정말 후회없이 달렸다. 뺏어내고 넘어지고 달려들고 또 달려들었다. 여러 여론과 부담감으로 얼어있던 대한민국 대표팀에 유일한 열기(熱氣)였다. 그렇게 엄청난 거리를 달린 문선민과 교체된 주세종은 후반에 들어온 선수 답게 많은 활동량으로 시종일관 단단하게 미드필더 진을 봉쇄했다. 그리고 인저리 타임 6분이 지나갈 무렵 계속 골문을 비우고 나오던 노이어 골키퍼의 공을 뺏어 전방 손흥민에게 길게 롱패스를 찼다. 그리고 그 킥은 자신의 첫 번째 월드컵 어시스트로 이어졌다.

 

공격수: 첫 세레모니를 한 손흥민

 

▽ 13. 구자철 (▲▽ 11. 황희찬 후반 12분 (▲ 22. 고요한 후반 34분), 7. 손흥민

 

손흥민은 자신의 월드컵 통산 세 번째 골만에 웃으며 세레모니를 했다. (사진=구글)

 

아무래도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구자철을 독일 전에서 믿어볼만 했다. 하지만 구자철의 움직임은 이번 월드컵 조별 예선 내내 무거웠던건 사실이었다. 소속팀에서도 부상으로 조기 입국한 구자철의 컨디션은 조별 경기 내내 100% 돌아오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구자철은 후반 12분 부상으로 교체되었고, 예상대로 황희찬이 들어왔다. 그런데 황희찬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하지만 중계에서 황희찬이 움직임이 잘 잡히지 않았기에 정확한 판단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평가전 내내 강력한 돌파에 비해 포메이션과 엇나가는 움직임이 보였던 느낌이 컸다. 교체 해서 들어왔던 구자철과 문선민에게 신태용이 격려를 한데 반해 황희찬이 들어올때 신태용 감독이 화내는 모습이 아주 살짝 잡히기도 했다.

 

FC서울에서도 종종 미드필더를 맡은 고요한은 무난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콜롬비아 전처럼 대 놓고 누구를 전담 마크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썩 나쁜 플레이는 아니었다. 고요한이 미드필더진으로 내려가면서 4-5-1로 변경되며 손흥민이 최전방에 섰다. 찬스만 나면 손흥민을 위한 롱 패스가 측면으로 시종일관 주어졌다. 롱 패스가 중앙으로 몰려 차단 당하던 멕시코 전보다 원활한 패스로 손흥민은 비록 골 찬스를 만들지 못했으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홀로 분데스리가 최정상의 수비수들을 상대하기엔 벅찬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때때로 골 찬스가 벗어날때 경기가 잘 안 풀린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마지막 무렵 노이어의 골을 뺏은 주세종이 다시금 손흥민에게 롱 패스로 전달했고, 거의 100분 가까이를 뛴 손흥민이었지만 마지막 골을 위해 전력질주를 했다. 그리고는 방향만 바꾸면서 자신의 월드컵 통산 3번째 골을 기록했다. 패색이 짙어진 알제리전에서의 골, 후반이 끝나가서야 들어갔던 멕시코 전에서 골에서 손흥민은 제대로 된 세레모니는 커녕 기뻐할 수 조차 없었다. 하지만 드디어 독일 대표팀의 숨통을 끊는 결정적인 골을 넣으면서 월드컵에서 세번째 골 만에 손흥민은 힘찬 세레모니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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