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 한국, 스웨덴에게 0-1 석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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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패(惜敗).

 

아쉬운 패배라는 말이 더도 말고 덜도 아닌 단어였다.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르드의 니즈니노브고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대한민국은 반드시 이겨야할 상대 스웨덴을 맞아 VAR판정으로 인한 페널티킥을 주었고, 이를 주장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가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0대1로 패배했다. 같은 조 디펜딩챔피언 독일과 그 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멕시코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냉정하게 16강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지난 스웨덴전 각 포지션별로 어떤 활약과 아쉬움이 있었는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러시아 월드컵 1차전에서 스웨덴에게 패하면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남은 두 경기가 더욱 부담스럽게 되었다. (사진=구글)

 

 

골키퍼: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

 

23. 조현우

 

공중볼 처리에서 뛰어난 조현우가 주전이 되었고 이는 정확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은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엄청난 빛을 발했다. 모든 전문가들이 조현우의 순발력이 뛰어나지만 아무래도 경기경험이 있는 김승규가 주전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공중볼 찬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조현우를 주전으로 선발했고 이는 정확히 적중했다. 경기 내내 공중볼 장악은 물론이고 단 한번의 펀칭 미스 조차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득점과 맞먹을만한 슈퍼 세이브도 몇 차례나 선보였다. 남은 두 경기에서도 스웨덴 전의 선방쇼를 펼친 조현우가 모두 풀타임을 뛸지 혹은 김승규의 깜짝 발탁이 이루어질지 주목해볼만하다.

 

수비수: 김영권의 투지, 박주호의 부상

 

▽ 6. 박주호 (▲ 12. 김민우 전반 29분), 19. 김영권, 20. 장현수, 2. 이용

 

김영권은 인생경기라고 할만큼 투지와 실력을 보였다. (사진=인터풋볼)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김진수의 왼쪽 공백을 김민우와 홍철이 메우는건 버거워 보였고 신태용 감독의 최종 선택은 박주호였다. 그리고 전반 20분까지 협력수비와 안정된 왼쪽 빌드를 담당한 박주호가 있던 포백은 꽤나 단단했다. 하지만 장현수의 패스미스를 박주호가 다이빙하며 터치아웃을 막아내려했고 그 동작에서 박주호의 햄스트링에 무리가 왔다. 결국 박주호는 부상으로 실려갔고 긴장한 기색이 가득했던 김민우가 피치 위로 나왔다. 햄스트링 부상은 2주 정도의 재활 시간이 필요해 사실상 단기간 스웨덴전 패배뿐 아니라 멕시코와 독일 전에서도 박주호는 출전이 불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비라인에 비상이 걸렸다.

 

중앙 수비수는 호불호가 갈렸다. 지난 월드컵에서 홍정호와 함께 자동문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받았던 김영권의 수비력은 대단했다. 개인적으로 조현우와 더불어 이번 게임의 MOM으로 뽑을 수 있을만큼 위험한 상황에서의 중요한 클리어링과 수비 조율이 탁월했다. 공중볼 경합 후 미숙했던 세컨볼 처리에서 늘 위험한 순간에 김영권의 태클과 육탄 방어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리고 언급하기 미안한 장현수는 다시 한번 축구팬들의 원망을 자아냈다. 어떻게 보면 결과론적이지만 자신의 패스미스를 막으려다 박주호가 부상당했고, 자신의 패스를 저지하려다 김민우가 페널티킥을 주고 말았다. 대놓고 너무 구멍이라고 할만큼의 나쁜 실력은 아니었지만 늘 그랬듯 한 두번의 실수가 결정적인 팀의 위험을 가져다주는 상황은 결국 이번 스웨덴 전에서도 나오고 말았다. 과연 남은 두 경기에서도 신태용 감독은 '김앤장' 라인을 가동할까. 아니면 오반석, 윤영선이 나올지 지켜봐야겠다.

 

오른쪽 이용은 꾸준했다. 앞서 세네갈전에서 이마가 찢어지며 보호용으로 착용한 흰 헤어밴드는 후반전 끝엔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최고참인 이용은 오른쪽에서 달리고 막아내고 또 전진했다. 문제는 전북전에서 좋았던 크로스가 먹히지 않았다. 시종일관 낮은 크로스로 수비수에게 막히거나 멀리 벗어나기 일쑤였다. 다른 의미로 기용된 고요한 역시 초반 박주호의 부상으로 쓰기가 애매했다. 경기를 보는 내내 중앙의 김민재와 왼쪽의 김진수가 아쉬웠던 수비진이었다.

 

미드필더: 무색무취 속에 빛났던 기성용

 

▽ 13. 구자철 (▲ 10. 이승우 후반 28분), 16. 기성용, 17. 이재성

 

밋밋한 공격에는 밋밋한 미드필더가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신태용 감독의 '트릭' 중 한명은 구자철이었다. 기성용, 정우영의 미드필더 조합으로 생각되었던 미드필더진은 파격적으로 3명의 미드필더가 자리하면서 수비시에는 기성용이 내려오고 구자철, 이재성이 측면 돌파와 중앙 돌파로 공격활로를 만들어가는 전술을 꾀하며 기성용을 수비에만 박아두지 않겠다는 생각이 보였다. 하지만 구자철의 돌파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앞선 김민재와 김진수가 아쉽다면 이 곳에서도 부상으로 월드컵 출장이 무산된 권창훈의 공백이 너무나도 컸다. 이재성의 돌파에 커버해주는 선수가 없으면서 무리한 돌파가 스웨덴 수비에게 막혔고, 구자철 역시 앞선 공격라인과의 연계에 실패해 다시 수비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후반 공격 강화를 위해 구자철은 후반 이승우와 교체되었다.

 

이승우는 이승우 정도를 해냈다고 본다. 작고 몸싸움이 약하지만 그만큼 파울을 얻어내는 능력이 좋았고 번뜩이는 개인기로 깜짝 슈팅을 선보이기도 했다. 멕시코, 독일전에서도 풀리지 않을 경기에서 이런 식으로 기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캡틴' 기성용은 어디에나 있었다. 기성용은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부터 2010년의 박지성이 그러했듯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는 것 같다. 수비에서도 미드필더 진에서도 기성용은 집중력을 놓지 않았다. 화려한 플레이는 없었지만 아쉬운 플레이도 없었다. 한가지 아쉬웠던건 중거리슛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몇 차례 시도해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공격수: 단순한 공격루트의 결과

 

7. 손흥민, ▽ 9. 김신욱 (▲ 15. 정우영 후반 22분), 11. 황희찬

 

손흥민은 고립될 수 밖에 없었다. (사진=인터풋볼)

 

앞선 평가전에서 손흥민과 황희찬의 투톱을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호흡이 좋지 않았다. 두 선수 다 소속팀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역을 맡고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결국 신태용 감독은 김신욱을 펄스나인으로 사용하면서 측면의 두 선수에게 헤딩에 따른 볼배합을 해줄 요량으로 쓰리톱 체제를 가동시켰다. 하지만 경기 초반 전반 12분에 김신욱의 태클이 깊었다는 이유로 조엘 아귈라 주심이 옐로카드를 준다. 이때부터 김신욱의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경기 초반 수비수와 경합해서 측면 공격수에게 넘겨주고, 크로스 시 후방에서 강력한 몸싸움 뒤 헤딩으로 공격하는 루트를 해야 했던 김신욱에게 너무 이른 경고가 주어졌다. 몸싸움으로 경기를 풀어야 할 김신욱에게 전반 12분 옐로우카드는 경기 내내 그를 굳게 만들었다.

 

김신욱에 대한 말이 많지만, 김신욱은 활발히 뛰어서 역습을 노리는 최전방 공격수가 아니라 중앙의 위치에서 경합으로 측면 손흥민, 황희찬에게 역습을 줘야 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크로스 상황에서 적절한 위치선정으로 끊어먹는 헤딩슛이 없었던건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럴만한 크로스가 올라오지도 않기도 했다. 손흥민, 황희찬은 개개인이 못했다기보다 당연한 상황의 결과로 나온 것이다. 앞선 구자철과 이재성이 눈에 띌만한 돌파와 패스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후반까지 수비위주로 갔던 팀이라 매서운 측면 오버래핑도 생각하지 못했으며 김신욱의 몸싸움이 경고로 인해 굳으면서 고립된 결과로 무리한 돌파만이 가능했다.

 

스웨덴 전을 대비했다는 문선민을 쓰지 않았다는 여론도 있지만, 문선민의 개인기 역시 수비수를 빗겨나가며 공격 루트를 만들만한 선수가 아니었다. 또한 그 전술에서는 김신욱이 아니라 석현준이 승선했어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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