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슬프지만 사실
- 황색뉴스/사회
- 2018. 3. 1.
본명은 '이성주', 팬더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글쟁이가 있다. 주로 딴지일보에 글을 연재하며 밀리터리 및 전쟁사 분야의 이야기를 하는 작가이다. 무우상은 팬더님의 글을 좋아하며 그의 글이 연재되면 빠지지 않고 읽으려 한다. 그가 하는 강연에도 한 두번 참석한 적이 있고, 팟캐스트를 통해 송출되는 강의도 찾아서 듣곤한다. 그러나 대개의 작가강연이 그렇듯 글처럼 매끈하고 명쾌하진 못하다. 주제의식과 논지의 전개방식은 글과 비슷해도 표현방식이 바뀌면 중언부언과 갑작스러운 화제전환(흔히들 삼천포로 빠진다고 하는)은 퇴고가 불가능한 말의 특성상 늘 함께하는 단짝친구가 되기 쉽상이다. 유시민 작가처럼 대중앞에서의 즉흥적인 말도 막힘없이 논리정연하게 뽑아내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런 그가 며칠전 팟캐스트 '밀떡'의 3.1절 특집편에 출연하여 군대와 성,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의 이야기를 했다.
SBS 팟캐스트 '밀떡'
주제가 주제인 만큼 다른 패널들은 가급적 휘말리기를 싫어하며 (거의 말씀들을 안하시더라) 거리를 두는것 같은 느낌이었고, 한 분은 도중(3부)에 사라지기도 했나보다. 역시나 그의 이야기에서는 갑작스러운 방향전환이나 설명이 부족한 대명사의 사용 등이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의미있는 시도였고 괜찮은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들으면서도 이런 이야기들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역시나 다음회차의 방송에서 청취자의견으로써 사실관계나 논리전개방식 또는 논지에 대한 비판이 아닌 주제 자체가 불편했다는 이야기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내가 싫어하는 내용의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역사적 사실과 사회현상, 하나의 사건과 시대적 흐름에 대한 과학적인 인과관계의 분석은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듣기에 불편하고 알고 싶지 않은 혹은 화가 나는 일들이라 하더라도 그 사실은 바뀔 수가 없고 존재하는 현실이다. 더러운 현상이지만 그 발생배경과 매커니즘을 알아야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다. 더욱이 그러한 흐름들이 현재 우리가 안고있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의 직접적인 배경이라면 더더욱이 '불편하다'로 끝낼 수는 없다. 지뢰밭 한가운데 서있는데도 무섭다는 이유만으로 눈을 감고 머리속으로 행복회로만 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청나라로 끌려가는 여인들 - 의정부시 제작 뮤지컬 '환향녀 의순공주'
'환향녀(還鄕女)' 라는 단어가 있다. 고려후기에서 조선중기를 걸쳐 수 많은 왜구들의 칩임과 임진왜란, 병자호란 같은 큰 전쟁을 겪으며 한반도의 수많은 여성들이 침입자에게 끌려가고 팔려가고 공물로 바쳐졌다. 가족이 또 지역공동체가 그리고 국가가 그녀들의 삶과 행복을 지켜주지 못했고, 때로는 자신들의 욕심과 안위를 위해 그녀들을 방패삼아 그 뒤로 숨었다. 그들이 치욕스럽고 힘든 삶을 견뎌내며 불굴의 의지와 행운의 도움으로 겨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던 경우에도 우리는 그녀들을 받아주고 감싸안아 우리의 일부로서 함께하기 보다는 '더럽혀진 몸', '수치를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자신들과 그녀들을 구분하려 애썼다. 함께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순간, 지켜주지 못했던, 그녀들을 방패로 삼았던 우리들의 추한 모습들이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려하지 않았다. 아니 숨기려고 노력하고 더더욱 맹렬하게 그녀들을 매도했다. 이것이 역사적 사실이고 또한 우리의 민낯이다.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진실이라고 언제까지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 뒤로도 비슷한 역사는 반복되어 역사는 다시금 일본군 위안부라는 존재를 탄생시켰다. 그 이후에도 대한민국은 한국군 위안부를 만들었고, 양공주를 만들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스스로의 눈을 가리고 주위를 둘러보려 하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으며, 개개인에 대한 배상은 한일협정의 체결과 동시에 완료되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때 이야기 다 끝난거 아니냐"는 태도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일협정 체결당시 소외되고 핍박받았던 민중, 특히 여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일반 국민들은 일본군위안부의 존재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우리 스스로가 알기를 꺼려하고 알려지길 꺼려했기 때문이다. 환향녀를 겪은 민족이다. 자신이 억울하게 피해를 당했어도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이 돌팔매가 되어 나에게 다시 날아오는 사회다. 그녀들을 지켜주고 상처를 치료해주기는 커녕 행실을 문제삼으며 손가락질하고 핍박하던 사람들이다. 80년대 중반까지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와 그 참혹한 현실을 대다수가 몰랐던건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일본군 위안부로서 피해입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입은 대한민국 사회가 막고 있었다. 아직까지 문제가 풀리지 않은 책임은 일본정부보다 한국사회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현재 각계각층으로 퍼져가고 있는 미투(#MeToo)운동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다. 수많은 여성들이 성매매 및 성희롱, 착취 등에 신음하고 있다. 가해자는 쉽게 잊어도 피해자 본인들은 잊지못하고 계속해서 고통받으며 살아왔다. 계속해서 사회적으로 입막음을 당해왔던 대다수의 피해자들 중 소수가 최근에 시작된 미투(#MeToo) 운동을 통해 이제서야 억눌린 고통을 하나둘씩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한국사회는 그들의 입을 막고 손가락질하는 것으로 쉽게 이 순간을 견디고 안으로는 계속해서 곪아갈 것인지, 아니면 이참에 제대로 한번 환부를 도려내고 다시금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갈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갈림길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기사가 있어 링크를 걸어둔다. 한번쯤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7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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