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포츠, 배신의 역사
- 황색스포츠/체육일반
- 2017. 5. 27.
1999년 부산 사람들은 소위 '신문을 볼 맛'이 났고, 9시 50분에 하던 '스포츠 뉴스'가 기다려질 맛이 났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축구, 야구, 농구팀이 모두 리그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팀 '대우 로얄즈'는 테리우스 안정환의 인기와 함께 리그 준우승과 평균 관중 2위를 자랑하는 인기팀이었고,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는 '탱크' 박정태 - '검은 갈매기' 호세 - '마포' 마해영의 호쾌한 클린업 트리오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농구팀 '기아 엔터프라이즈'는 비록 농구 대통령 허재가 원주로 이적했지만, 강동희(PG)-정인교(SG)-김영만(SF)-제이슨 윌리포드(PF)-클리프 리드(C)의 조합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1999년 롯데 자이언츠의 클린업 트리오는 엄청났다. (사진=미디글리쉬 블로그)
그에 비해 2016년 부산 스포츠의 성적은 팬들에게 절망적이었다. 축구팀 '부산 아이파크'는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결국 승격에 실패했고, 농구팀인 '부산 kt 소닉붐'은 시즌 9승 26패라는 최악의 승률로 최하위에 맴돌고 있다. 작년 10개 팀 중에 8위를 기록한 롯데 자이언츠 역시 2017 시즌에는 재무장한 모습으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2016 시즌에는 처참했던 정도였다.
부산 스포츠는 작고 큰 배신을 당해왔다. 제 2의 도시라고 불리던 부산에서 강력한 두 팀이 한순간에 연고가 이전되는 불운을 겪었으며, 다른 팀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을 두 번이나 겪었다.
1. 대우 로얄즈
1983년 한국 프로축구인 '슈퍼리그' 창설과 함께 대우자동차는 자동차 공장이 있던 부산에 연착했다. 그 후로 대우 로얄즈가 걸어간 프로축구의 길은 그야말로 킹스로드(King's Road)였다. 국가대표 중에서도 최고의 에이스들이었던 조광래, 박창선, 변병주, 하석주 등과 영구결번 16번의 주인공인 김주성 선수를 비롯해 로얄즈의 마지막을 함께 한 테리우스 안정환 선수까지 대우 로얄즈는 당시 리그의 성적과 관중 동원 모두를 겸비한 80-90년대 한국의 최고의 축구 클럽이었다.
필자도 학생시절 그 들의 장면을 눈에 담기 위해 구덕운동장으로 달려가곤 했다. 당시의 푸른 물결의 정체성을 구단인수와 함께 바꿔버렸다는건 어리석은 짓이다. (사진=나무위키)
하지만 2000년도 IMF와 함께 재정난에 빠진 대우그룹은 현대산업개발에게 구단을 넘겼고, 대우 로얄즈의 이름은 하루아침에 부산 아이콘스로 변경되었다. 비록 스폰서가 바뀔 수는 있었지만, 벌써 이름부터 로얄즈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주 메이커인 '아이콘스'로 바뀌었다. 이렇게 기본적인 것에서 부터 기존의 모든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는 태도를 계속해서 보인다. 짙푸른 푸른색의 유니폼을 붉은 격자무늬로 변경하고, 홈구장인 구덕운동장의 보수 관계로 인해 대구와 창원 등지에서 대부분의 홈경기를 치뤄버린다. 심지어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2004년 부산 아이콘스는 서울로 연고지 이전을 신청해버린다.
부산 프로축구단 유니폼의 변천사. 하지만 과연 이게 올바른 순서인가? (사진=rgg 블로그)
안양 LG와 부산 아이콘스와의 두 팀의 경쟁에서 결과는 안양 LG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지금의 FC 서울의 전신이 되었고, 부산 아이콘스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도박에서 지게 되면서 부산 팬의 눈길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듬해인 2005년에는 현대산업개발에서 건설하는 아파트 이름인 '아이파크(i'PARK)'라는 이름을 고스란히 쓰게 되면서 홍보성이 짙은 팀 이름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1
2. 기아 엔터프라이즈
1996년 한국 프로농구 리그(KBL)의 원년 멤버로 참여한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는 그야말로 사상최강 기아 농구팀을 그대로 KBL에 이식시킨 팀이었다. '허동택 트리오' 허재, 강동희, 김유택 선수와 기아왕조의 마지막 적자(嫡子) 김영만 선수와 그를 이끌었던 최인선 감독까지 모두 이식되었다. 당연히 결과는 원년 첫 시즌 우승, 그에 이어 두번째 시즌 준우승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하지만 부산광역시는 최강 농구팀에게 매정했다. 부산 사직체육관은 한겨울에 열리는 농구 시즌인데도 불구하고 난방시설을 제대로 틀어주지 않는 등 부실한 지원을 했었고, 기아 선수들은 이러한 시설에 몇 차례나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절대왕조'라 불리우던 기아농구팀. 그 팀이 부산에 온 것은 큰 축복이었다. 하지만 부산의 자치단체는 그들을 등한시했고, 결국 팀은 더 나은 곳으로 이전할 수 밖에 없었다. (사진=더피알)
그러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 모비스로 구단이 인수되자 부산에서 울산으로 바로 연고지를 옮겨버린다. 그러면서 농구 대잔치 시절부터 이어지던 '기아 왕조' 기아 농구단은 결국 울산 모비스 오토몬스라는 이름으로 바뀌면서 한 순간에 부산을 떠나게 된다. 결국 선수들과 코칭 스텝들도 결국 분산되었고, 후에 여수에 있던 코리아텐더 농구단이 부산으로 연고이전을 하면서 옮겨지고 이 농구단이 KTF에 인수되면서 지금의 부산 kt가 내려져 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 농구팀의 시작인 기아농구단의 원류는 지금은 울산 모비스에서 흐르고 있다고 보는게 맞다.
결국 kt 프랜차이스 스타 조성민은 타 팀으로 이적을 하게 되었다. (사진=구글)
작년 부산 kt 농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 조성민을 창원 LG로 트레이드 시키며 팬들의 원성을 샀던 kt 농구단은 연고 이전 루머에 다시금 휩싸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kt 농구단의 훈련장이자 숙소인 '올레 빅토리움'은 북수원에 위치해있고, 프로야구 10구단인 kt 위즈 야구단의 연고지도 수원이다. 부산 시민들은 버스 타고 부산에 농구만 하러 오는 kt 농구단에 대해서 크게 달가울리가 없다. '지역 기반'이라는 뿌리가 없는 프로 팀은 결국 바람이 불면 또 다시 흔들릴 뿐이다. 이제는 롯데 자이언츠 팀만 아닌 다른 축구, 농구팀들도 지역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프로 스포츠가 진심으로 부산에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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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대우 로얄즈 역시 '로얄'이 대우자동차의 '로얄'에서 따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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