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동 골목치킨 정복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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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편짱이 연락을 잘 안받는다. 받아도 시큰둥하고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해보니 결국 글을 안써서였다.

참 요즘 삶이 팍팍하고 몸도 따라주지 않아 글 쓸만한 거리도 생각나질 않고 하다보니 글을 못 썼다고 이렇게 서럽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 하루에도 여러번씩 먹어도 질리지 않을만큼 치킨을 사랑하는 무우상이었지만 한동안 멀리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마땅한 가게들이 없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위통 때문이다. 이래저래 스트레스와 잦은 음주등으로 안그래도 좋지 않은 위가 말썽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닭을 먹기만 하면 새벽에 위가 아파 잠들지도 못하고 침대 위를 구르는 경우가 다반사다보니 치킨에 선뜻 손이 나가질 않는 요즘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편짱에게 다시 사랑을 받기 위해선 이 한몸 버려서라도 글을 쓰기 위해 닭다리를 잡는 수 밖에.

 

지난 수요일이었다. 비내리는 퇴근길 유툽에서 이런저런 영상을 보다보니 내려야할 역을 하나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하차한 상봉역. 뭐 환승제도가 잘 발달된 서울이기에 그냥 버스라도 하나 주워타고 집으로 향해야지 하고 역을 나서는데 이게 웬걸? 상봉역 3번출구 바로 앞에 오투치킨이라는 호프집이 떡 하고 버티고 있는게 아닌가? 이건 신의 계시다. 아니 편짱님의 계시라고 해두자. 다음날이 개천절 휴무이기도 하고 비도 추적추적 내리는 밤에 어찌 치킨에 소맥한잔 안하고 귀가할소냐. 우산을 접고 바로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오투치킨상봉역 3번출구에 위치한 오투치킨

 

오래된 듯 낡지는 않은 인테리어에 사장님인듯한 나이드신 아버님이 테이블 한켠에서 친구분과 맥주를 한잔 드시고 있고, 주방에는 아드님과 며느님으로 추정되는 두분이서 서빙과 조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있는 주방이 아닌 가게 한켠에 바(Bar)로 구분지어진 오픈형 주방이랄까? 테이블은 10여개 남짓. 넓지도 좁지도 않은 가게가 멋진 위치에서 장사를 하고 있고, 휴일전 수요일밤 9시경에는 나 말고도 서너팀이 더 저녁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후라이드 치킨의 가격은 15,000원. 반반으로 부탁드렸다. 처음 가져다 주신 것은 뻥튀기 과자와 맥주 350cc 그리고 소주 한 병, 에피타이저로 주시는 양배추 케요네즈 샐러드를 이때 같이 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은 나만의 취향이겠지만 맥주를 조금 마시다가 소맥으로 만들어서 목을 축이며 기다렸다.

 

 

그리고 주인공이신 치킨의 등장. 첫 인상은 작지 않은 크기이나 '양이 이렇게 적었나?' 싶은 느낌이었다. 반반치킨으로 후라이드가 4조각, 양념이 4조각. 어찌보면 평범한 분절인데 유독 양이 적게 느껴진건 허기짐 탓인지 치킨이 오랜만인 탓인지는 잘 모르겠다.

 

당연히(?) 후라이드의 닭다리를 집어 한 입 베어물었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듯이 튀김옷이 아주 얇은 치킨이다. 반죽을 묻혔다기 보다는 튀김가루만 얇게 입힌듯한 그러나 둘둘이나 보드람처럼 여러가지 향신료가 묻어있진 않은듯 깨끗한 모습의 튀김옷이 아주 얇게 감싸고 있었다. 간은 나쁘지 않다. 심하게 염지한 느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싱거워서 꼭 소금이 필요하진 않아 보였다. 물론 내어주신 소금을 살짝 찍어먹는 쪽이 훨씬 감칠맛 있게 즐길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사실.

 

오투치킨은 튀김옷이 아주 얇은 치킨이다.

 

간만에 먹는 치킨이지만 아쉬움 없이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허벅지살과 안쪽에 들어있는 내장 같은 부위도 비린내가 심하지 않고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신선한 고기다. 멋지게 두 조각을 더 맛보고 나서 이젠 양념을 맛볼 차례이다. 처음엔 살짝 물에 갠 고춧가루를 버무려 놓은듯한 모양새에 지금까지 내가 먹어온 양념치킨하고 다르다고 생각하며 낯가림을 할뻔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맛은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녀석이었다. 기존 양념치킨이 두꺼운 튀김옷에 달달하고 끈적한 양념이 감싸고 있는 탕수육 혹은 닭강정과 비슷한 형태의 양념이 특징이라고 한다면 이 녀석은 원체 튀김옷도 얇은데다 소스마저 끈적이지 않아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언듯 보면 흔히들 군만두에 찍어먹는 간장에 고춧가루를 개어놓은 달지 않은 양념이 보이지만 이 소스는 충분히 달다. 입안에 넣으면 먼저 그 단맛이 깔끔하게 느껴지고 뒤따라오는 매콤한 고춧가루가 입안을 정돈해준다.

 

간은 세지 않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양념치킨 소스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물엿이 없어 그 식감이 너무나도 다르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실수를 가장한 우연으로 만나길 바라며 (모든사진=무우상)

 

이것저것 생각하고 즐기며 치킨을 뜯다보니 어느새 테이블 위에 놓여진 모든 접시들을 비워버렸다. 우선 첫인상은 달랐지만 먹고 나니 양이 결코 적지는 않았다. 다 먹고난 후에는 만족스러운 적당한 포만감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얇고 깔끔했던 튀김옷과 독특한 양념이 독창적이라는 인상이 남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은 아니겠지만 이 곳의 독특함이 또 오투치킨을 생각나게 만드는 날이 올 것 같다. 앞으로도 종종 실수를 가장한 우연으로 내리는 역을 지나치는 날이 생길지도?

 

그러면 또 만나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켜주시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고자 한다.

 

추신: 치킨을 먹고 결국 또 위통이 찾아왔다. 나이가 들어 소화시키시는 속도가 더뎌졌는지, 요즘엔 한밤 중이 아닌 새벽 무렵에 날 괴롭힌다. 출근하는 날 이러면 참 하루가 피곤해지는데...

 

Copyright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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