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백세리
- 인터뷰
- 2018. 7. 11.
+이 인터뷰는 2018년 1월 19일에 게재되었으나 페이지 로딩 문제로 인해 게시물을 새로 작성해 옮깁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재작년쯤이었을까. 영화에서 맡은 모든 역이 늘 주연은 아니지만, 늘 강력하게 눈에 띄는 배우가 있었다. 그런 배우를 흔히들 '신스틸러'라고들 부른다. 그래서 언젠가 한 번쯤 인터뷰를 꼭 해봐야지 하고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년 초 은퇴를 선언하고 또다시 새로운 자신의 길을 찾아서 계속 가고 있는 그녀. 백세리님을 만나서 오늘 인터뷰를 진행해볼까 한다.
백세리 / 세리 아미에
황색언론 (이하 黃):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너무 영광이다. 우선 황색언론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린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많이 떨리고 두근거리네요. 백세리입니다. 반가워요.
黃: 너무 반갑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 연기 은퇴를 2017년 초에 했구요. 그 뒤로는 쭉 열심히 쉬고 있습니다. 취미생활도 하고 말 그대로 백조입니다. (웃음)
黃: 하지만 늘 뭔가를 하고 계시기에 백조라는 느낌은 잘 모르겠다.
- 아하. 혼자서 사부작거리면서 잘 노는 편이라서 (웃음)
黃: 본격적인 겉핥기에 들어가 보자. 당연히 본명은 백세리가 아닐 것 같다.
- 네. 제가 가수 백지영을 존경해서 앞의 성을 백으로 정했구요. 세리는 영단어 쉐이플리(Shapely)의 앞뒤 글자를 딴 거에요. 제 팔에 있는 문신도 그 단어죠.
黃: 아! 그 이야기도 질문 중에 있었는데, 몸에서 유일한 타투로 보인다. 첫 타투의 의미를 조금 더 알려달라.
- '운동으로 다져진, 매끈하게 잘 빠진' 이라는 형용사인데, 여성의 근육이 적당히 있고 늘씬한 몸매의 굴곡이 재겐 예술 그 자체로 다가와서 그 단어에 꽂히게 되었어요.
黃: 뭔가 워너비(wannabe) 같은 의미의 단어다.
- 평생 운동해서 몸과 마음을 건강히 다지겠다는, 말하자면 내면적 우울감과 분노를 치유하려는 저만의 표식이라 보시면 돼요.
黃: 늘씬한 몸매의 굴곡이 예술이라 하셨는데, 세리님의 자신 있는 곡선은 어디인가.
- 30대 초반까지는 뒤태였어요. 짧지만 동양인 특유의 허벅지 라인이 자신 있었는데 지금은 살쪄서 실종됐구요. 다시 만드는 중에요!
黃: 지금도 괜찮으신 것 같던데...
(웃음)
'Shapely'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그녀
黃: 본격적으로 작품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백세리님을 검색하다 보면 늘 앞에 붙는 수식어가 있더라. '교사를 하다가 배우가 된' 이라는 수식어. 어떻게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나.
- 10대 때에는 반에서 늘 1등 하는, 심지어 전교에서도 1등도 해본 우등생이었고, 정말 공부 밖에 모르는 아이였고요. 대학은 학비도 싸고, 직장이 안정되어 있는 교대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부모님 기쁘게 해드리려 간거에요.
黃: 그렇게 교직 생활이 시작되었군.
- 하지만 제 성격상 타인을 위한 사명감이나 의무와 책임감 같은 이타적인 삶을 산다는 게 힘들었고, 특히 아이들에게 사랑을 줘야 하는 직업이 저랑은 맞지 않았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우울증과 심각한 식이장애 1가 있었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교직에서 교장, 교감선생님 같은 분들 중에 심각한 꼰대들도 많았고...
黃: 아무래도 힘들었을 것 같다.
- 결국 3년 만에 사표를 냈는데, 교감선생님이 사표를 자꾸 수리하고도 저를 설득하셔서, 결국 세 번째 사표를 내고 잠수를 타버렸어요. 그만큼 제가 무책임했죠. 하지만 나라에서 주는 녹 따위보다 제 감정이 더 중요했어요.
黃: 물론 자기 자신보다 중요한건 없다고 생각된다. 그 후로는?
- 그리고 부산에서 잠시 다른 직장을 다니다 김종서 콘서트를 보러 서울에 간 적이 있는데, 문화예술 공연이 많았던 홍대를 보면서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때 가수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연습생 생활도 아주 짧게 했었어요. 초등학교 때 피아노 6년 친 게 다지만, 노래하고 멜로디 만드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黃: 그런데?
- 중간에 이사를 가게 되면서 하우스메이트 구하는 글을 보고 이사를 잘못가는 바람에 제가 그동안 못았던 전세김을 모두 다 날리고 말 그대로 알거지가 됐거든요.
黃: 그게 2012년쯤인가.
- 네. 그때 제가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다음 카페 중에 배우를 구인하는 '지앤필'이라는 카페에서 '고소득 보장 성인 배우'라는 글을 보고 그때부터 배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黃: 그렇게 시작한 게 '전망 좋은 방: 밀애'인가.
- 네. 그게 데뷔하고 처음 찍은 거에요. 그 회사가 영상 배우, BJ, 영화까지 모두 하는 회사여서 세 가지를 동시에 했어요.
黃: 하지만 영화는 상대적으로 2012년도에서 2014년도까지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다.
- 그동안 배우보다는 BJ 쪽이 주였어요. 배운 일은 부업 같았던 것 같아요.
黃: 그러다 2016년부터 급격히 작품 수가 올라간다.
- BJ도 그만두고 모든 일을 그만두려고 할 때 IPTV 시장이 나름 부흥기를 맞으면서 그때부터 영화만 찍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많이 찍었어도 초창기에는 단역 위주라 편당 출연료가 회차당 얼마 되지 않았어요.
黃: 맞다. '입영전야'나 '남녀의 궁합' 같은 경우에는 단역이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백세리님이 단역이라도 눈에 띄는 배우로 이미 소문이 난 상태였다.
- 그건 돈을 향한 돈독이 연기혼으로 승화되었던 거에요. 단순한 노출이었더라도 나름 연구하고 연습하고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스텝과 제작진과 투자자와 시청자들에게 배우로서 부족하지 않은 백세리가 될 수 있을까 노력을 많이 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黃: 그럼 여기서 중간에 하나만 끊자. 주 목적은 돈이었지만 그래도 그걸 떠나 이 영화는 참 좋았다는 영화도 있었나.
- 감독님이 작가시면서도 연출가로 뛰어나신 분이 바로 공자관 감독님이신데요. 거기 여대생으로 출연하기로 했던 배역이 펑크가 나서 다른 여배우를 물색하시다가 제가 대타로 촬영 하루 전에 투입됐어요. 대본도 급하게 하루만에 외우고... 근데 정말 영화답게 영화를 찍으시는 공 감독님과 작품을 해서 제일 기억에 남고 제겐 영광이었어요.
黃: 어떤 영화였나.
- 이채담씨가 주연이었던 쓰리 옴니버스 영화. '특이점이 온 영화'에요. 그런식으로 대타로 들어간 영화들이 많아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다작을 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구요. 여배우들 펑크 내신 자리를 제가 많이 메웠어요.
黃: 좋다. 영화에 대한 질문 몇 가지만 더 하고 넘어가자. 찍은 영화 중에서 가장 공감이 많이 된 캐릭터는.
- '여직원들: 직장연애사' 에서 이현주라는 직장 여상사 캐릭터가 남자를 가지고 노는 성격이고 히스테릭한 성격이라 저랑 잘 맞았어요. 어리바리한 남자를 조련하는 듯한 그리고 마지막에 하이힐 신은 발로 히스테리 부리는 그런 장면들이 딱 저에요. (웃음) 아참 그리고 옥상베드신의 대사는 100퍼센트 다 애드립이었어요.
黃: 와!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 그렇다면 참 섹시했다고 느꼈던 캐릭터는.
- 섹시는 정말 컨셉일뿐이지만 '야한 목소리: 쏠리네'라는 영화에서 마이크 앞에서 야한 소설을 읽는 쌈마이 술집 여자 역인데, 영화 안에서 또 다른 목소리 연기를 한다는 게 엄청 재미있었어요. 제 목소리가 참 섹시했죠. (웃음)
黃: 실제로 그런것 같다. 그런 컨텐츠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 그런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웃음)
黃: 그러면 이번 2017년도에 작품을 5개 정도 찍고 은퇴를 한건가.
- 2016년에 몰아서 찍은 게 개봉을 늦게 해서 그렇구요. 2017년에는 '일대일' 이라는 영화 한 편만 찍었어요. 그게 제 은퇴작입니다. 작년에 찍은 '동창회의 목적 3'도 올해 개봉할 것 같아요.
黃: 은퇴가 아쉽다. 그래도 열심히 한 배우 생활인데 은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나.
- 제가 2015년에 배우로 활동할 때 촬영장에서 한 감독이 제 가슴을 촬영 중에 만지고 도망을 갔어요. 두 번 씩이나요. 하지만 목격자가 없어서 제가 이를 갈다가 결국 일하느라 바빠서 2016년에야 고소를 했어요. 증거라고는 제가 전화해서 사과하라는 말을 하고 녹음한 게 다였거든요.
黃: 그런 일이 있었나.
- 네. 그런데 그 감독이 형사재판에서 변호사까지 사서 자신의 죄를 끝까지 부인하면서 저를 꽃뱀으로 몰기 시작하더라고요. 제 성격에 너무 화나서 지난 수 년간 수입이 얼마였는지도 모두 다 제출했었어요. 게다가 그 감독에게 당한 여배우들이 제가 직접 들은 것만 다섯 명인데 그분들도 다들 증거가 없어서 당하기만 했었던 것 같아요.
黃: 어떤 상황에 그렇게 당했나.
- 감독과 일대일로 촬영 중에 당하니 증언은 넘치는데 다들 증거는 없더라고요. 거기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고 재판도 길어지면서 2016년 겨울부터 은퇴하려고 마음도 먹고 있었어요. 엔터 식구들도 그 감독의 만행을 알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기에 회사에도 정이 떨어진 상태였죠. 하지만 다행히 현장에 있던 메이크업 분장 여실장님의 유리한 증언으로 결국 제가 이기게 되었습니다.
黃: 뒤늦게라도 축하한다. 그동안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고, 결국 그게 누적되어 은퇴가 되었군.
- 네. 절대 그런 범죄자는 카메라를 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요. 결국 그 감독은 회사에서 잘렸어요. 원래는 저도 40살까지 10년을 채우려 했는데 지금은 미련이 없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활동을 했더라도 다작을 하게 되면 시청자들이 싫어하시더라구요.
"한때 TV속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이 행복해요."
黃: 아쉽지만 충분히 이해가는 결과다. 이제 지금의 백세리로 넘어가 보자. 지금 하고 있는 유튜브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거기서는 또 다른 이름을 쓰더라.
- 네 세리 아미에(Shely Amie)라는 (웃음) 제가 나이 들고도 롱런하는 일본 가수 아무로나미에(安室奈美恵)가 너무 멋있어서 그분과 비슷하게 롱런하고 싶은 BJ가 되고 싶은 마음에 지었구요. 그래서 배우 세리와 BJ 아미에가 합쳐져서 세리 아미에가 되었습니다.
黃: 그렇게 세리 아미에라는 이름을 가진 유튜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 유튜브는 제가 히키코모리로서 유일한 외부와의 소통의 창이구요. 누구나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고 공유하고 소통하고픈 욕구가 있듯이 저도 SNS 소통은 좋아해요. 또한 BJ로서도 홍보할 여지를 남겨두고 배우 은퇴 후 BJ로 활동할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은 저만의 무대입니다.
黃: 백세리님에게 유튜브란 영상으로 기록하는 공개 일기 같은 것이고 또 앞으로 설 무대를 짓고 계신다고 정리하고 싶다. 이제 마무리 토크로 들어가자. 안 좋은 기억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그 5년간의 배우 생활 다시 돌아본다면 어땠나.
- 배우로서 인정도 받고 돈도 벌고 그래도 지금까지는 제 인생 최고의 전성기였습니다.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자유롭고 활기차고 카타르시스도 느끼면서 무대를 누비는 느낌에 즐거웠어요.
黃: 백세리의 팬들도 충분히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 네. 팬분들도 저의 은퇴를 반기셨습니다. (웃음)
黃: 공식적인 마지막 질문이다. 백세리에게 TV란?
- TV는 열 남편보다 낫다는 저에겐 남친같은 존재입니다. 항상 같은 곳에서 저만 바라봐 주는 저에게는 필수 미디어지요. 그래서 제가 한때 TV 속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이 행복해요.
黃: 정말 긴 시간 수고 많으셨다. 마지막 인사 부탁드린다.
- 황색언론 독자 여러분. 그동안 제가 배우로서 부족한 점도 많았고 밝은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앞으로 어디서 무얼 하든 행복하게 웃으면서 소통하고 싶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배우생활의 은퇴는 아쉽지만, 지금도 늘 운동하고, 공부하고, 노래하는 그녀. 조만간 또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백세리님을 황색언론은 응원한다. (모든사진=백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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