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취미가 있다. 그것은 유튜브로 수 많은 영상들을 보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주로 먹방과 쿡방을 본다. 올리브쇼, 냉장고를 부탁해 등 쉽게 검색할 수 있는 클립들은 이미 여러번씩 반복 시청한지 오래고, 이웃나라 일본에서 만들어낸 영상들도 즐겨보고 있다. 그런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맛있겠다' 혹은 '먹고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더더욱 강한 욕구는 '경험하고 싶다'라는 느낌이다.
무우상의 스테이크 (사진=무우상)
두껍게 잘 제단된 고기를 썰어보고 싶다거나, 그릴에서 스테이크를 구워보고 싶다거나, 혹은 대방어를 해체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물론 대부분은 평생 한번 해볼까 말까 한 일들이 많겠지만, 가끔은 칼로 마늘이 썰고 싶다던지,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초밥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던지 하는 이뤄지기 쉬운 욕망들은 바로 행동으로 이어져 한 밤 중에 밥을 하거나 야채를 썰어 볶기도 한다.
요리의 분석
일본쪽 요리방송을 보고 있다면 보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가 있다. 분석과 기록이 종특이라 그런것인지 아니면 한국보다 먼저 근대화의 과정을 진하게 겪은 사회적 배경에 힘입은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엇 하나 그냥 넘기지 못하고 분석하고 실햄해보는 프로그램이 많다. 속칭 '스펀지류' (이 프로그램도 일본의 '트라비아의 샘'이라는 방송의 표절이다.) 의 실험과 분석을 통한 작은 즐거움을 주는 방송.
한 달 쯤 전이었다. 늘 그렇듯 침대에 누워 왼쪽, 오른쪽으로 어깨를 비틀어가며 유튜브로 음식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가 재밌어 보이는 일본방송을 하나 발견했다. 제목은 기억이 잘 나질 않지만 취지는 이랬다.
여러가지 방식으로 만든 스테이크를 비교해서 먹어보고 어떤 방식이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인지 찾아보자는 것. 여러 방식을 재현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스테이크를 맛있게 잘한다는 곳으로 일본인 쉐프가 찾아가서 직접 맛보고 요령을 배워온 후, 스튜디오에서 조리하여 유명인 패널들이 비교시식하며 우월을 가리는 식이었다. 대충 개요는 다음과 같았다.
- 숙성 vs. 비숙성
- 레어 (rare) vs. 웰던 (well done)
- 고온에서 굽는 방식 vs. 수비드 (sous-vide)
주로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소의 고기를 숙성시켜 레어로 즐기는 방식은 유럽에서도 프랑스에서 특히 발달된 것 같았다. 반대로 숙성시키지 않은 어린 소고기를 바로 숮불 등에 오랜시간을 익혀 웰던으로 즐기는 방식인 아르헨티나식 요리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각각의 승자는 있었지만, 그 결과가 중요한게 아니라 생략하기로 한다.
요리는 과학이다
한국사회는 요리 또는 요리사의 직업에 있어 아직도 과학적인 접근방식을 잘 적용시키지 못한다. (비단 요리만은 아닌 것 같지만) 요리는 '숙련된 기술자가 수 많은 경험을 통해 내공을 쌓아 찰나의 순간을 잡아내는 예술적 행위' 라는 시선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집에서도 늘 하던 사람인 어머니만이 해야하고, 친구끼리 놀러가서도 잘하는 사람(주로 여성)이 해야 하며, 그것은 따로 교육시키거나 분석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달인의 옆에서 수 많은 시간 동안 몸으로 부딪히며 익혀나가는 것이라는 생각말이다.
MSG가 혐오식품일까 (사진=구글)
그래서인지 조미료에 대한 근거도 없는 혐오가 일반적으로 퍼져있다. MSG? 그거 천연유래성분이다. 오히려 천일염에 포함된 미네랄은 대부분 불순물이라 표현해야 할 중금속 덩어리인데도 마트에 가보면 정제염은 무슨 합성마약이라도 되는 취급을 당한다. 합성이든 일반이든 추가적으로 함유된 다른 성분들이 문제를 일으킬지언정 분자구성은 같다. 같은 양을 섭취하면 같은 작용이 일어난다.
요리의 '사시스세소(さしすせそ)' 라는 말이 있다. 일본어의 '사'행 1의 순서대로 양념을 사용하라는 이야기다.
- 사 (사토(砂糖)) : 설탕
- 시 (시오(塩)) : 소금
- 스 (스(酢)) : 식초
- 세 (소유(醤油)) : 간장
- 소 (미소(味噌)) : 된장
위와 같은 뜻을 의미하며 각각의 순서는 분자의 크기 및 산화 정도에 따라 함께 사용시의 우선순위를 이야기 한다. 앞에 소개한 프로그램 이외에도 일본에서는 여러가지 요리의 과정을 분석해서 이 과정에는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화학반응을 이용하며,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어떠한 방식으로 해야하는지를 일반인들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많이 목격된다. 그것을 보고 따라하며 가정에서도 조금 더 프로와 같은 맛을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요리의 사시스세소 (사진=구글)
그에 비해 한국의 요식업 수준은 낮다. 물론 모든 요식업자들이 요리를 못한다거나 실력이 없다는게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IMF사태)를 계기로 수 많은 사람들이 고용된 직장에서 쫒겨나며 일자리를 잃었고 그 중 대다수가 살아남기 위해 요식업에 진출했다. 어딘가의 조사에 의하면 단위인구당 자영업자의 수가 일본의 3배, 미국의 5배에 달한다는 결과도 있었다.
서울에서는 어느 지하철 역을 내려도, 조금만 통행량이 있는 골목을 지나가면 수십수백개의 음식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판매를 위한 요리가 무엇인지 모른채 집에서나 하는 방식으로 요리를 만들어 내놓는다거나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마인드가 부족한 가게들이 너무 많다.
요식업계 프로업자의 가치
그래서 백종원 같은 프로업자가 가치가 있다. 그는 일류 요리사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판매하는 음식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방식이 있다. 그리고 그 방식을 포장해서 서비스로 판매할 줄 안다. 그런면에서 나는 인간 백종원이라는 캐릭터가 현재 한국사회에서 속칭 '먹힌다'고 생각하며 '골목식당'이니 '집밥 백선생'이니 하는 프로들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식업계에서 백종원 같은 프로업자는 가치있다. (사진=구글)
백종원의 요리실력과는 별개로 그의 프랜차이즈는 저렴한 가격으로 한끼 적당히 해치울 수 있는 수준의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오랜 시간동안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거나 철저한 마케팅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종잣돈으로 평범하지만 부담 없는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곳들이다. 결과적으로 그런 프랜차이즈류의 기본조차 맞추지 못했던 수 많은 가게들이 쓸려나가고 있다. 그게 지금 대한민국 요식업계의 현실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백종원씨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겠지. 하지만 그가 불법과 갑질을 저지르지 않는 한 그 부분은 칭찬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자꾸 일본과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한가지만 더 이야기하자. (무우상이 경험하고 아는 사회가 한국 이외에는 일본 밖에 없어서 그렇다.)
일본의 레토르트 카레 (사진=구글)
일본에서는 반가공 식품이나 레토르트를 광고할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유명한 바로 그 가게의 맛을 손쉽게 가정에서!' 라는 표현이 있다. 해당 제품이나 조미료를 사용하면 집에서도 유명한 가게, 속칭 '원조집'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어머니 손맛', '집밥같은' 맛이라는 소리를 칭찬이랍시고 음식점의 음식에다 대고 하고들 있다. 프로가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음식이 겨우 우리 어머니 수준이어서 어쩌란 말인가? (우리 어머님이 아무리 요리를 잘한다고 해도 말이다.) 어머니의 손맛과 집밥은 집에서 먹으면 된다. 우리가 일부러 돈을 내고 사먹는 요리는 프로의 실력이 담긴 제대로 된 상품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집에서는 쉽게 재현하기 힘든 방식이나 오랜 시간, 까다로운 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돈을 내면서까지 기꺼이 맛보고 싶은 수준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도 어디서 점심을 사 먹어야 할지 고민이 많다. 그냥 김밥천국이나 가야지.
Copyright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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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어 50음도의 '사'로 시작하는 행. 한국의 사샤서셔소쇼...와 같은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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