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동 골목치킨 정복기 3
- 황색뉴스/생활
- 2018. 4. 17.
경의중앙선 중랑역에서 하차하여 4번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동부시장의 입구가 보인다. 전국적으로 유명하거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은 아니지만 동네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전통시장으로 여러가지 행사나 홍보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무우상도 군데군데 단골집을 정해두고 '이 물건은 여기서'라고 지정한 가게들이 두어곳 존재한다.
입구쪽으로 두 블럭쯤 들어오다 보면 좁아진 시장길 사이로 더 비좁은 샛길이 존재한다. 그 중 한곳을 왼쪽으로 돌아보면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 닭집' 지인에게 소개받지 않았다면 그러한 가게가 있는줄도 몰랐을 것이다. 게다가 이 곳에서 바로 튀겨주시는 닭이 별미라고는 더더욱 생각도 못했을 것 같다. 자그마한 시골 닭집(닭고기를 파는) 분위기에 친절한 사장님들이 계시는 가게. 가격도 많이 저렴하다.
이 근방에선 유명한 가게인지 치킨을 튀겨달라 부탁을 드리면 항상 처음으로 하시는 말씀이 "전화하신 분이세요?"이다. 아니라고 말씀드리면 뒤이은 질문은 "얼마짜리 드릴까요?" 무우상 정보로는 치킨의 가격은 8천원, 9천원, 1만원짜리가 존재한다. (양념치킨도 해주시는것 같은데 그건 주문해보지 않아서 가격이 다른건지 어떤 맛인지 잘 모르겠다. 기회가 되면 한번 맛보고 다시 말씀드리리라.)
닭 한마리의 크기에 따라 가격을 달리 하신것 같다. 무우상은 늘 가장 큰놈으로 1만원짜리를 주문하곤 한다. 가장 비싼 메뉴지만 솔직히 요즘 1만원짜리 치킨이라니 너무나도 저렴한 것이 아닌가. 가게에서 먹고 갈 공간은 전혀 없지만,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동그란 플라스틱 의자도 두어개 준비해두셨다. 날이 좀 차가운 날이면 가게 안쪽에 있는 따끈한 온돌바닥에 앉아 기다리라며 내어주신다. 그 마음씀씀이에 맛도 배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커다란 무쇠솥에 기름을 가득채워 튀겨지는 치킨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아련하기도 하고, 언제든지 엄청난 식욕이 자극되는건 말할 나위도 없다. 20여분 남짓한 시간이 지나고 기다림에 지쳐갈 무렵 커다란 채에 치킨을 건져서 툭툭 치면서 기름을 떨어내는 손놀림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 드디어 내 치킨이 봉투에 담아지는 시간이다. 포장은 당연히 기름이 베어들어가는 누런 종이봉투에 담아 검은 비닐봉지를 씌워 주신다. 같이 챙겨주시는건 치킨무와 맛소금이 전부.
치킨을 받아들고 집에 걸어가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평소엔 순식간이던 거리가 너무나도 더디게 느껴지며 '우리집까지 이렇게 멀었나?' 싶다. 처음 치킨을 주문했을땐 그 고소한 기름냄새와 따끈한 온기에 참지 못하고 걸어가면서 한두개를 베어물었다. 허둥지둥 대다 한조각을 땅에 떨구기도 했지만 얼른 다시 주워담기도 했다. 바보같지만 그렇게나 치킨이란 매력적인 존재이다.
집에 돌아와 그릇에 쏟아두면 무우상 집의 가장 넓은 접시에서도 흘러넘칠 정도로 많은 양을 자랑한다. 동네의 저렴한 치킨집들(썬더치킨이나 부어치킨 류)에선 상상할 수 없는 양이다. 치킨을 좋아하고 많이 먹는 무우상도 한번에 한마리를 다 먹지 못해 매번 적지않는 양이 다음날의 반찬으로 넘어간다.
튀김옷은 아주 얇은 전형적인 시장 치킨 형태이다. 밑간은 세지 않지만 튀김옷이 얇은데다 튀김간이 좀 짭짤한편이라 소금은 끝까지 필요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입안에 크게 짠 맛이 남거나 하진 않았다. 요즘 빠져있는 요거트 소스 (변형된 타르타르소스)에도 잘 어울려 즐겁게 치느님을 즐길 수 있었다.
자주 접하는 크리스피나, 최근 유행하는 오븐식 치킨이 아닌 정통 옛날식 시장통닭을 먹고싶을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것 같다. 앞으로도 종종 찾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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