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쿼런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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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너무 오래된 ‘주유소 습격사건’이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서 단순무식한 불량배 '무대포' 역할로 나온 유오성 씨가 유행시킨 대사가 있다. "난 한놈만 패."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대사가 '난 한놈만 패' 였다. 그렉 이건(Greg Egan)의 '쿼런틴(Quarantine)'은 어느 날 갑자기 태양계에 벌어진 '격리' 현상이 불러온 파장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인류가 스스로의 뇌 속의 감정과 사고들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그 효과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미래사회에서 벌어진 미스터리 한 사건을 다룬 SF소설이다. 원래는 1992년에 출판된 오래된 소설이었으며 국내에서는 SF 번역 출간으로 유명한 행복한책읽기에서 정발 되었다. 그 이후 장기간 절판 되어 있다가 2022년 12월 21일 출판사 허블에서 재출간된 작품이다.

 

쿼런틴 / 그렉 이건 지음 : 허블, 2022 (사진=무우상)

 

이 소설의 주된 착안점이랄까 집중하고 있는 과학적 사실은 양자역학에서의 불확정성에 대한 코펜하겐 해석에 따라 '어떠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관측하는 순간 하나의 결과로 수렴한다'는 이론이다. 그리고 그 중첩상태(확산)를 관측에 의해 하나로 수렴(수축)시키는 사건이 매 순간 모든 입자 하나마다 벌어지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건들의 후보를 만들고 또 소멸시킨다는 '평행우주'적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한놈만 패듯' 사용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과학과 SF를 좋아하고 양자역학에서 파생된 평행우주 등의 가설을 즐기는 ‘하드 SF’ 애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가볍게 과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한 즐거운 이야기를 읽고 싶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원하시는 독자들에겐 취향이 아닐 것 같다.

 

P. S. 9년 전 그날의 친구들이 모두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던 세상으로 수축한 현실이었다면 좋겠다. #0416 🎗

 

Copyright ⓒ 무우さん。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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