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회 감독, 이건 감기가 아니라 각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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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너무 쓰고 싶지 않았다.

 

전(前) 15대 김시진(자진 사퇴), 16대 이종운(경질), 17대 조원우(경질), 18대 양상문(자진 사퇴) 감독 모두 안 좋은 결말로 끝났다. 롯데는 새 감독을 영입하면서도 조원우(2020년까지 계약), 양상문 두 명의 감독에게 연봉을 지급을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냥 단순한 팬으로서도 더 이상 감독을 무능하다며 흔드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팬뿐만 아니라 허문회 감독을 경질한다면 무려 3명의 전 감독에게 계약금, 연봉, 시즌 중 새 코칭스태프까지 꾸려야 하기에 이는 구단의 재정에도 자존심에도 분명히 큰 여파가 있을 문제다.

 

롯데의 전 감독 네 명 모두 사퇴 혹은 경질로 끝이 났다. (사진=구글이미지)

게다가 현재 밝혀진 바로는 대표이사는 지난 시절 프런트의 지나친 월권행위로 인해 구단의 접근에 대해 무척이나 신중하며 그래서 재계약한 감독에게 좀 더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라고 한다. 결국 허문회 감독이 갑자기 야구 인생 및 성적에 대한 자괴감이 들어서 자진 사퇴를 선언하지 않는 한 또 한번 실패를 인정하는 모양이 되는 모그룹에서의 결단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자이언츠 19대 감독 허문회 (사진=중앙일보)

하지만 올 시즌은 팬 뿐만이 아니라 언론까지도 유독 롯데 스태프진에 대해서만 날 선 비판이 계속되고 있을만큼 답답한 상황이다. 8위 키움도 9위 한화도 경기에서 질 지언정 코칭 스탭과 선수들에 대한 믿음, 노력, 작전에 대해서 호평하거나 응원하는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포털 사이트의 야구라는 카테고리에서 부정적인 제목은 모두 롯데가 차지하고 있을 만큼 야구 전문가들 마저도 부정적인 시선이 몰리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팬이 많은 롯데에 자극적인 기사가 장사가 잘 되는것이야 당연하다는 걸 알고 있어도 그렇다.

 

그동안 나왔던 진부한 작년 민병헌 혹사, 손아섭 타순, 포수 기용, 2군 선수 활용, 신인 김진욱과 나승엽의 사용법, 강로한 기용, 투수진 폭락 같은 주제는 다루고 싶지 않다. 이미 수많은 야구 전문 매체들이 분석을 했고 그래도 혹시나 현장에서 보는 다른 뭐라도 있겠지 하는 실낱같은 희망까지 버리고 싶지 않아서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번에 글을 쓰게 된 것은 바로 허문회 감독의 마인드에 대해서이다.

 

사실 민병헌의 투병 사실을 부임 시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부터가 답답했다. (사진=구글이미지)

 

올 시즌 허문회 감독의 실망스러운 부분은 세 차례의 야수의 투수 기용이었다.

 

물론 이는 MLB에서도 현재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승패가 크게 기울었을 경우 불펜 소모를 아끼면서 지루한 팬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하는 일종의 '팬서비스'가 되었다. 2005년 1번에 불과했던 야수의 투수 기용은 2013년 14번, 2018년 75번, 2019년에는 90번이나 되었다. 그리고 올 시즌 생소했던 야수의 투수 기용을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한화의 수베로 감독이었다. 선발 장시환이 3이닝 만에 내려가고 세 명의 투수를 교체했지만 13점 차로 뒤쳐진 상황에서 투수들을 쓰기보다는, 시리즈 1승 1패인 상황에서 다음 경기에서 이기고 위닝 시리즈를 가져가기 위해 강경학, 정진호를 마운드에 올린 것은 이해가 갔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비아냥거렸던 안경현 해설위원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면서 지난번 광주 발언에 이어 또 한번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마운드에 선 오윤석 (사진=스포츠조선)

그리고 정확히 7일 후인 4월 17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0-12로 크게 뒤진 7회 1사 1, 2루의 상황 롯데의 허문회 감독 역시 야수를 마운드로 올렸다. 추재현, 배성근, 오윤석이 마운드에 올라갔고, 다소 맥 빠진 경기이긴 했으나 현재 김대우, 최준용을 제외한 믿을만한 불펜이 없던 롯데 역시 이런 기용이 이해가 갔다. 물론 야수를 3명씩이나 올렸던 건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지만...

 

롯데의 대안 유격수로 칭찬을 받는 배성근을 마운드에 두 차례나 올렸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문제는 다음 등판부터였다. 22일 두산전 1-12로 지고는 있었지만 9회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놓고 오현택에서 강태율로 등판해서 아웃을 잡아냈다. 아무리 오현택의 투구수를 지켜준다는 명목이었어도 굳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위해서 야수를 올린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다. 다음날 타석에서 홈런을 친 강태율은 1982년 김성한의 이전 경기 투수, 다음 경기 타자 홈런이라는 39년 만의 기록을 세우긴 했지만 이는 현대식 야구와는 전혀 동떨어진 아무도 달가워하지 않는 기록일 뿐이었다.

 

전날 마무리, 다음날 홈런 따위의 기록은 갖고 싶지 않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더 최악은 5월 1일의 한화전이었다. 이날 선발 이승헌이 3이닝 동안 8피안타, 6 실점(5 자책)으로 시작했던 것이 컸다. 7회 올라온 1군에서 막 콜업된 박재민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두 타자 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고, 교체된 오현택은 하주석에게 그랜드슬램을 맞으면서 9점 차로 벌어졌다. 하지만 그래도 7회 말 강태율이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라붙으며 다시 8점 차로 점수를 좁혔다. 그러나 거기까지 8회부터 바로 3루수로 출전했던 김민수가 마인드에 올랐다. 9회 초에는 지난 삼성전에 올라왔던 배성근이 투수로 나섰다.

 

이런 경기 운영은 앞서 설명한 '팬서비스'가 아니라 그야말로 '경기 포기' 다.

 

이 날 경기를 포기하면 이미 루징시리즈 확보인데다가, 이 시리즈 다음날이 월요일이기에 휴식 시간도 충분했고 심지어 앞선 4월 30일에 5월 4일 백신 접종 선수 휴식 보장으로 이틀간의 휴식일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경기 패배 시 공동 최하위로 내려갔고 심지어 코로나로 인해 티켓 수요까지 제한된 시국에 어렵게 경기장을 찾아준 사직 홈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심지어 얼마나 중요하기에 그렇게까지 아꼈나 싶은 필승조 구승민-김대우-최준용-김원중은 루징시리즈가 확정된 다음날 도합 5이닝을 던졌으며, 시작부터 구승민과 김대우가 2 실점을 하며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한화에게 13년 만에 홈 스윕패를 당하면서 공동 최하위로 떨어졌다. 더 우스운 건 다음 기아와의 경기에서 9대 0으로 이기고 있다가 2이닝 동안 9점이나 실점하며 9대 9로 동점의 상황까지 간 것이다. 8점 차에서 2이닝을 남기고 야수를 두 명이나 올리며 경기를 포기한 상황과는 현저히 비교가 된다.

 

비록 경기에 이겼지만 기아는 허 감독이 포기했던 2이닝에 9점을 냈다. (사진=스포츠조선)

롯데 팬으로부터 사랑받는 최동원, 염종석, 윤학길, 박정태와 같은 선수들에게 따라오는 단어는 끈질긴 '근성'과 '투혼'이었다. 데이터와 관리 야구가 점차 대세가 되어 가고 있는 야구판에서 지금도 무식하리만큼 많은 훈련과 투구수, 허슬플레이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팬들과 응원하는 도시가 있는 프로야구에서 '경기 포기'를 보여주는 허문회 감독의 경기 운용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기아전에서 난타전 끝에 승리하고 5연패를 탈출했던 허문회 감독은 인터뷰에서 "감기라고 생각했다. 언제든지 감기에 걸릴 수 있다고 했는데 이제 감기에서 회복했다."라는 말을 했으나, 오늘도 결국 경기 후반 투수 기용을 실패하며 삼성에게 패배했다. 팬들이 바라보는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단순하게 끝날 감기가 아니라 왜 자꾸 기침 사이에서 섞여 나오는 각혈이 보일까.

 

롯데 팬들은 매일 허문회 감독의 기사 뒤에 사퇴라는 단어가 붙기를 바라고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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