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아이즈원 그리고 잇힝트립 - 마지막에 대한 예의
- 황색걸그룹/걸그룹이슈
- 2021. 4. 29.
제목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빼기 위해 수 차례나 다른 단어로 바꿨다 썼다를 반복했다. 어느 정도 글의 흐름이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제목을 정하는데만 하루 반나절 이상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마지막이 꼭 영원한 끝은 아니라는 생각에 결국 마음을 다 잡고 부제로 정한 뒤 글을 써나가 보기로 했다.
아이즈원(IZ*ONE) 팬덤인 위즈원(WIZ*ONE)에게는 오고 싶지 않은 그날이 다가왔다.
함께였던 모든 순간을 보여주겠다던 온라인 콘서트를 3일 앞두고 공식 팬카페도 아닌 난데없는 기사를 통해서 알게 된 바로 그 소식의 그날 말이다. 그렇게 시작한 콘서트는 완벽하게 준비했던 아이즈원의 무대와는 달리 갑자기 꺼지는 조명, 여기저기 새어 나오는 스태프들의 소리, 합이 맞지 않았던 갑작스러운 영상편지, 콘서트 시간의 절반에 가까운 눈물바다, 화면에서 노래를 부르며 웃는 팬들과 그 모니터를 보며 오열하는 그녀들. 지난 워너원(Wanna One)의 마지막 퇴장 장면만큼이나 충격적인 모습을 팬들은 심지어 현장에도 있지 못한 채 어떠한 부정도, 응원도, 환호도 직접 들려주지 못하고 모니터 너머로만 보며 눈물을 흘리고 찢어진 마음을 움켜 잡아야만 했다. 그렇게 ONE, THE STORY가 아닌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만의 Wonder Story를 만들어냈다.
잇힝트립이 건넨 감동
그에 비해 엠넷이 아닌 다른 회사에서 처음으로 제작된 단독 리얼리티 '잇힝트립(Eat-ing Trip)'은 처음에 모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특히 모기업에서 지원하는 리얼리티가 아니기에 혹시나 멤버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거나 뻔한 이야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대부분을 서울 활동에 국한되었던 아이즈원(특히 일본 멤버)에게는 속초, 여수, 문경과 같은 다양한 소도시를 소개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게임을 즐기는 정말 '여행'을 보내주는 '여행사' 리얼리티로 위즈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신없이 게임을 하며 위즈원들에게도 속초의 매력을 알려주었던 시즌1, 각자 멤버들의 역할을 바꾸는 에피소드에서 많은 웃음을 주었던 시즌2에 이어 시즌3은 재미를 넘어 감동을 주었다. 조용한 도시 문경에서 시작된 이번 시즌은 그동안 궁금했던 운전면허를 딴 멤버들의 드라이브, 어려운 미션 없이 행복한 모습으로 모두 즐겼던 식사, 한 방에서 편안한 옷차림으로 즐겁게 했던 게임과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익스트림 스포츠, 거기에 고추장, 도예 체험까지 사실상 이전 아이즈원의 여러 콘텐츠들에서 이른바 '떡밥'으로 끝나버렸을 것 같은 일들을 모두 현실화시켜 주었다.
"미안해"가 아닌 "고마워"
최근 유튜브가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우연히 tvN의 인기 예능 중 하나인 유퀴즈온더블럭에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나오는 클립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극찬한 영화 리스트를 보던 도중 2010년작 토이 스토리 3의 평 "이별의 순간이 왔다고 해서 꼭 누군가의 마음이 변질되었기 때문인 건 아니다. 이별은 그저 그들 사이에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에 찾아온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왔다. 장점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에서 감동적인 영화들은 대부분 "미안해"라 하며 끝나는 영화가 있고 "고마워"라고 하며 끝나는 영화가 있다고 하면서 보통의 영화였다면 엔딩 장면에서 "미안해"라고 하며 이별을 이야기했겠지만, 거기서는 고마워하며 인사해 주는 게 참 고마워서 좋은 영화라고 했다.
우리는 흔히들 뻔한 전개와 무조건적인 슬픈 눈물을 짜내는 영화들을 CJ 식 감성 신파극이라고 한다. '강제즙착기'라고도 하는 눈물 요소가 들어갔기에 결국 눈물을 흘리지만 그렇기에 울고 나서도 그냥 감정소비만 해버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ONE, THE STORY의 마지막에서 그런 특유의 신파극을 만들고자 하는 티가 흘러넘쳤다.
그에 비해 잇힝트립은 시즌 3 방송 내내 어떠한 자극적인 요소 없이 멤버들이 하고 싶어 했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들어주면서 주어진 10회를 마무리지었다. 특히나 감동적인 부분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김채원이 작사, 작곡한 '느린여행'이란 노래가 이제는 어떤 영상이 될지 모르고 웃으며 따라 부르는 팬들과 그 모습을 보고 엉엉 우는 아이즈원이 생각나는 곡이 아니라, 멤버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만든 사랑스러운 셀프 뮤직비디오 속의 곡이 되면서 '느린여행'은 마냥 슬픈 곡이 아니라 문경에서 추억을, 그리고 아이즈원과 위즈원의 선물 같은 곡으로 변모시켰다.
어쩌면 아이즈원이 서 있는 무대에서 말하고 싶었던 인사는, 그리고 위즈원이 랜선 너머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그들이 콘서트에서 보고 싶었던 엔딩은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노래를 따라 부르는 팬들을 모니터로 바라보며 그저 펑펑 우는 CJ 식 감성 신파 시나리오가 아니라 잇힝트립의 마지막 미션이 적힌 편지처럼 울지 말고, 눈물을 꼭 참고 그동안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미안해"가 아니라 "고마워"하며 인사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전하지 못한 말을 위해서라도 지금도 이 시간도 '평행우주' 프로젝트에 펼쳐진 수많은 평행선들을 수많은 위즈원들이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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