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습관처럼 천민자본주의니, 자본주의의 폐해라니 하는 말들을 입에 올리곤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 사회가 각박해지고 정이 사라지고 흉악한 범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 말들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는 있을까? 정치 이야기를 하면, 그런 이야기하지 말자느니, 정치병 환자들이 엄한 곳에 정치를 들이밀어 평화로운 공동체를 해한다느니 하는 말들을 인터넷 게시판이란 곳에서 접할 때가 있다. 과연 저 사람들은 '정치'가 무엇인지 알고는 있을까?
20대 후반에 직장 동료가 소개팅을 시켜주었다. 아는 동생이라고 한번 만나보라고 했다. 난 만나서 곱창집에 데려가서 고기를 구워주고 술을 마셨다. 이차인가 삼차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진짜 정치가 무엇인지 아냐며 설교를 했던 기억이 난다. 참 어린 나이부터 꼰대력이 충만했던 나였다.
난 세상 모든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모든 행위'. 그 자체가 정치라는 의미이다. 가장 단순하게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위해, 얼마나, 어떻게 돈을 사용할 것인지. 그 돈은 또 누가 어떻게 모으는지, 그리고 그 결정은 누가 어떻게 언제 해야 하는지. 를 정하는 행위라고 본다. 따라서 모든 결정은 정치이고, 정치를 빼놓고서는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중립이란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지금 너와 내 수중에 1만 원이 있고, 당장 둘 다 배가 고프다. 그럼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해서 둘 모두에게(혹은 나에게 더 유리하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중립'이라고 그 판단을 포기하는 일이 가능할까? 수많은 결정들을 반복해서 해 나가다 보면, 누군가는 조금 더 새롭고 변화가 큰 방향을 주로 선택하고, 누군가는 이전의 결정들을 많이 따라 하며 비슷하게 결정하는 경향성은 나타날 수 있다. 그런 경향성 가운데 비교적 변화가 큰 결정과 이전 결정을 답습하는 결정을 비슷한 빈도로 선택하는 '중도'는 나타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체제를 헌법의 기본개념으로 채택하고 있다. Democracy의 적당한 번역어로 민주주의가 적절하지 않다는 학자들의 의견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난 저 민주주의라는 꽤나 좋아한다. 국민(황국신민이 아닌 시티즌의 개념으로) 한 명 한 명 각각이 모두 주인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삶의 주체이자, 대한민국의 주인이고 결정권자이다. 따라서 이 나라와 이 사회의 문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깊이 관여하고 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 국가라는 조직을 만들어 대리인을 선택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맡기지만, 결국 내 문제이고 내가 결정해야 하는 사안들이라 받아들인다. 또 모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주인이니까.
우리 집에 강도가 들어와서 집기를 부수고, 나를 때린 후에 돈을 빼앗아 갔다. 그럼 당장 내 몸을 어떻게 치료하고 집을 어떻게 고치며, 앞으로 또 같은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떻게 노력해야 할 것인지를 내가 고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난 정치가 싫어. 다 똑같은 놈들이야. 난 중립이니까 정치이야기 하지 마'라는 소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사회 경제의 문제점은 자본주의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주식회사는 주주의 이익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망하고 사라져야 할 기업들이 사라지지 않으며, 열심히 일해서 가치를 만든 사람들에게 자본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다. 건전한 시장질서가 유지되려면, 독과점은 방지하고, 부패한 기업은 파산하며, 패자가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낸 세금을 잘 걷어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그 소리들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서 만들어진 제도를 게으르지 않게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우리가 만든 법과 제도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집행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잘 감시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그 책임을 맡길 사람을 올바르게 가려 선택해야 할 것이다.
추운 겨울로 접어드는 삭막한 세상에 너무 팍팍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 같아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들 따뜻한 국물 한 사발씩 하시고 건강하게 버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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