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원의 12단어 소회
- 황색걸그룹/걸그룹이슈
- 2021. 7. 19.
1. 소회 (所懷)
한자도 참 어렵다. ONE, THE STORY가 끝나고, 그동안의 덕질을 쓰려할 때 꼭 쓰고 싶었던 단어가 이상하게 소회였다. 사전에서는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해 온 소망, 미련, 애증'을 일컫는 말이라는데 한 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렵더라. 그래서 한자 뜻을 그대로 풀이해보니 '곳'이라는 의미의 소(所)와 '품다'는 의미의 회(懷)였다. 그냥 아이즈원을 좋아한 위즈원이 마음에 '한 곳에 품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2. 당연 (當然)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주목을 받는 엠넷 오디션의 12명의 승자였기에 소위 '엠넷의 딸'로 전폭적인 지지가 이어졌고, 일본 멤버가 끼어있는 것만이 아니라 AKB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의 지원하에 일본 진출도 승승장구했다. 시작과 동시에 들어오는 광고, 팬들 모두 만족스러운 곡 선정, AKB의 모바메 시스템을 가져온 소통, 호평을 받고 연장한 첫 번째 콘서트. 무패행진을 이어가는 리그 1위의 팀처럼 하루하루가 뿌듯하고 벅차올랐다.
3. 삼재 (三災)
2019년 7월 4일,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경제 보복 조치가 이루어지면서 국민들 역시 공분이 확산되고 일본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화살 중 하나는 일본 국적 연예인의 퇴출까지 이어졌다. 아이즈원의 멤버들의 이름이 언론에 수시로 언급이 되었다.
2019년 11월 7일, 엠넷 오디션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 조작이 인정되면서 첫 정규 앨범 컴백이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쇼케이스를 비롯한 방송 출연, 영화 상영, 음반 발매 모든 활동이 무기한 중단된다. 팬들의 열망이 담긴 해시태그가 이어지고 2020년 2월 3일 공식 활동 재개를 결정한다.
2020년 1월 20일, 한국에 코로나(COVID-19) 첫 감염자가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활동 재개 발표와 음반 발매의 중간에 터졌고, 마스크를 쓴 첫 번째 사인회와 아이즈원츄 시즌3의 자동차 극장 응원을 제외하면 모든 활동이 랜선으로 이어지는 화면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4. 초동 (初動)
두 개의 미니 앨범 COLOR*IZ, HEART*IZ 도 꽤 괜찮은 성적을 보였지만 오랜 기간 동안 기다려온 위즈원의 열망은 상상 이상이었다. 첫 한국 정규앨범 'BLOOM*IZ'의 초동 35만 장에 이은, 네 번째 한국 미니앨범 'Oneiric Diary (幻想日記)'는 38만 장을 기록했다. 당시 깨기 어렵다는 걸그룹 20만 장을 훨씬 상회했던 기록이었고 그만큼 아이즈원이 다시 무대에 서는 그 순간만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를 느끼게 하는 기록이었다.
5. 주목 (注目)
컴백이 마냥 기뻤지만 KBS 1회 한정 출연과 앞으로 쉽지 않을 거라는 냉담까지 컴백을 결정짓고도 모든 것이 만만치 않았다. 그때 한 분이 초동 기사를 읽고는 이메일을 한 통 보내주셨다. '구하라의 팬인 내가 아이즈원 앨범을 산 이유'라는 제목의 덤덤하게 써 내려간 글이었고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힘을 내주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내가 알던 조회수보다 더 많은 곳에서 읽어주셨다. 덕분에 이곳의 글이 조금 더 힘을 받지 않게 되었나 싶다.
6. 변화 (變化)
아이즈원으로 전시회가 열렸다는 지인의 유튜브를 보고 빠르게 컨택해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다른 대화보다 아이즈원을 '영업'하려다 보니 욕을 하거나, 화를 내는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가 늘기도 했다는 말이 와닿았다. 각종 SNS에서의 위즈원을 보면 그동안 무의미하게 자존감 없이 살아가던 사람들도 아이즈원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에 좀 더 익숙해졌다는 말에 가슴 뭉클해질 때가 있었다.
7. 과오 (過誤)
'늦덕'들이 많았다. 그만큼 팬덤에 대한 암묵적인 룰을 몰랐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지난 프로젝트 그룹의 전차를 밟지 않겠다는 절대적인 성향이 존재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며 사실상 존재할 수밖에 없는 개인 팬덤을 철저히 경고하고, 모든 활동을 기록하고 보관했으며, 일본의 모든 활동까지도 번역하면서 중계해왔다. 그것이 위즈원의 단합의 힘이었고, 현재 프로젝트까지 끝난 지금 허브 홈은 말 그대로 '방주'가 되었다.
8. 일상 (日常)
모든 생활 루틴이 아이즈원으로 돌아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멤버들의 프라이빗 메일을 모닝커피 삼아 일어나면, 지인 보다도 자주 재잘대는 멤버들의 메일로 미소 짓게 되었다. 몸이 무거운 월요일 오후 6시면 에너지(ENOZI) 캠을 챙기고, 자기 전에 월요 요정으로 마무리를 했다. 가끔 뜨는 떡밥에도 일주일이 즐거웠고, 짧은 V LIVE에도 기뻐하며 한 달을 보냈으며, 사계절 골고루 분포되었던 멤버들의 생일 이벤트에 1년을 넘겨왔다.
9. 대화 (對話)
온, 오프라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응원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진행하고, 그리고, 찾아가고, 핸드폰 배경화면이나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당연한 듯 쓰고 있던 공기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위즈원의 이야기도 꼭 한번 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WIZTERVIEW'를 만들었다.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응원을 하고 있지만 '아이즈원'으로 힘을 얻었고, 그 방식이 각자의 아이즈원을 위한 '사랑의 방식'이었다는 것이 같았다.
10. 휴식 (休息)
그동안의 활동을 다시 보다 보면 가장 울컥하는 장면들은 대개 프로그램에서의 먹방과 '돌들의 침묵'에서의 눕방 정확히는 잠방이었다. 항상 위즈원은 아이즈원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안쓰러웠다. 빵빵한 볼에 음식을 더 넣고 눈이 동그래지는 장면에서, 댄스 미션을 마치고 이내 눈을 감고 잠이 드는 모습에서 나긋하게 '수고했다'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11. 평행 (平行)
평행우주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가고 공교롭게 해시태그 이벤트도 '121'일간 이어졌다. 허탈한 마음에 여러 글을 읽던 도중 평행에 대한 수학적 의미가 떠올랐다. '평행'은 두 개의 직선이나 평면이 나란히 있어 아무리 연장하여도 서로 만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올바르게 평행선을 따라왔고 끝없이 걸어가기만 하면서 결국 만나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한숨 섞인 아쉬움을 내뱉었다.
12. 종료 (終了)
앞으로 '위즈원(WIZ*ONE)'이라는 단어는 아이즈원 멤버들도 우리들도 쉽게 외칠 수 없을 것이다. 그게 시한부 그룹의 안타까운 현실이고 숙명일 것이다. 이제 이 평행은 어떻게든 힘을 받아 휘어질 것이고 우리는 결국 평행이 아닌 선을 따라가다 어느 곳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게 어떤 모습일지 어떤 결말일지는 그때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
뜨거운 그 여름 프로듀스 48로 시작해 3년 후 여름에서야 위즈원이라는 이름을 놓는다. 그동안의 프로젝트라는 이름 하에 다양한 곳에서 고생을 했고 움직여왔고 황색언론도 한 줄이나마 글을 붙일 수 있어 참으로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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