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에 월드컵 대진운이 과연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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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대한민국의 열 번째 월드컵인,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콘서트홀에서 있었다. 대한민국은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함께 F조에 편성되었다. 경기일정에 의하면 2018년 6월 18일 대한민국은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르드에서 스웨덴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첫 경기를 펼치게 된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 편성 결과 (사진=아주경제)

 

아무래도 월드컵 전에 가장 많은 이슈가 되는 것은 조 편성에 관한 이야기다. 많은 축구팬들은 각 조 편성에 따른 팀들의 분석을 하기도 하고, 대한민국과 어느 팀이 비교적 박빙의 승부를 펼치느냐 혹은 만만하게 볼 팀인가 등에 따른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지금부터 늘어놓고서는 많은 설전이 오가기도 한다. 이번 월드컵 대진표를 본 대한민국의 축구팬들의 분위기는 대부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참패로 이끌면서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 독일부터, 강호 이탈리아를 플레이오프에서 끌어내리며 60년만에 탈락을 이끌어낸 스웨덴, 늘 만만한 상대로 평가하면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던 멕시코까지 어느 팀 하나 쉬운 상대는 없다는 평가다. 벌써 댓글에서는 광탈(광속 탈락)이라는 비아냥이 어린 댓글들이 가득하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조 편성을 어떠한 시점으로 봐야할까?

 


 

1. 월드컵 조 편성이 안 좋았던 경우

 

대한민국이 월드컵 사(史)에서 비교적 좋지 않은 조에 들어갔을 경우 어떤 성적을 냈는지부터 한 번 알아보자. 당시 축구 기술이나 지원이 열악했던 최초로 진출했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은 제외하기로 한다.

 

1-1 1986년 멕시코 월드컵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32년만에 진출한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아직 월드컵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한 시련을 축구의 신으로 부터 받은듯 했다. 마라도나를 위한 마라도나에 의한 마라도나의 대회인 이 대회에서 결국 챔피언을 차지한 아르헨티나와 한 조가 되었다. 또 다른 한 팀은 지난 대회인 1982년 스페인 월드컵의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다음 월드컵 개최국이기도 했던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더욱 좋은 성적을 내, 다음 개최국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최정예 멤버를 꾸리는 중이었다. 우리가 만만하게 볼 상대는 딱 한 팀, 같은 첫 월드컵 진출국인 불가리아뿐이었다.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 역시 '차붐' 차범근을 비롯한 최순호, 박창선, 허정무 등의 레전드 멤버로 구성된 팀이었지만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에게 너무도 큰 장벽이었다. 당시 언론 및 여러 축구팬들도 우선은 일본을 꺾고 32년만에 진출한 월드컵에 참여하는데 의의를 두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국축구에서 월드컵의 첫 번째 기록들은 대부분 이 대회에서부터 시작된다. 비록 마라도나를 봉쇄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다 결국 3골이나 내준 한국이지만, 주장 박창선의 중거리슛은 한국의 첫 번째 월드컵 골이기도 했고, 빗 속에서 펼쳐졌던 불가리아와의 혈투 속에서 청소년축구 4강 신화의 주인공 김종부의 골로 1대1로 비기면서 월드컵의 첫 번째 승점을 기록했던 것도 이 경기다. 하지만 이 대회의 최고 백미(白眉)는 작년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와의 본선 마지막 경기였다. 결과는 3대2로 석패했으나, 한국 축구의 실력은 이탈리아와 대등했다. 단지 이탈리아를 위한 편파적인 판정들이 이탈리아의 손을 들어준 것이었다. 당시 현지 언론들도 '심판이 이탈리아를 도왔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우리나라 축구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었던 멕시코 월드컵 이탈리아전. 이 대회 이후 최순호는 유벤투스로 부터 이적 제의를 받게 되지만 결국 소속팀의 욕심으로 인해 이적이 무산된다. (사진=게티이미지)

 

당시 대한민국이 그 경기에서 1골만 더 넣어서 3대3으로 경기가 끝났더라면, 우리는 조금 더 '월드컵 16강'이라는 꿈을 빨리 볼 수 있었을 것이고 이에 따른 축구 열풍도 좀 더 좋은 쪽으로 흘러갔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이탈리아전에서 맹활약을 했던 최순호는 유벤투스에서 영입 제의가 오기도 하는 등 앞선 1954년에 맥없이 무너졌던 스위스 월드컵의 대한민국의 모습은 확실히 벗겨낸 대회라고 할 수 있었다.

 

1-2 1994년 미국 월드컵

 

'도하의 기적'으로 간신히 월드컵에 올라간 한국은 또 한 번 디펜딩 챔피언을 만난다. 지난 월드컵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이긴- 독일과 같은 조가 된 것이다. 또한 서독이 아닌 통일 독일로서의 첫 번째 월드컵이기도 했다. 또한 바로 전 대회에서 무기력했던 패배를 안겨다준 스페인과도 한 조가 되었다. 또한 벌떼축구니 약체니 하고 평가했던 볼리비아도, 사실상 브라질을 자신의 홈 경기에서 이겼던 팀으로 만만한 상대는 이번에도 단 한 팀도 없었다. 특히나 김주성을 제외한 스타 플레이어 하나 없었던 당시 역대 최약체로 평가되던 대한민국 축구팀에게 기껏해야 볼리비아를 상대로 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정도의 기대였다.

 

경기를 앞둔 인터뷰 타임에서 하비에르 클레멘테(Javier Clemente) 스페인 대표팀 감독은 대한민국 정도는 5대0으로도 이길 수 있다라는 너스레를 떨었고, 이에 김호 감독은 "그럼 우리는 딱 1대0으로 이기겠다"는 인터뷰로 응수했다. 그리고 결전의 날 스페인전이 열린 뜨거운 댈러스 구장의 날씨만큼이나 한국 선수들의 투지 또한 상당히 불타올랐다. 초반 수비를 위주로 공격하면서도 기습적인 공격을 하던 한국에 호재가 찾아온다. 스페인의 핵심 수비수 미겔 앙헬 나달(Miguel Angel Nadal)이 퇴장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수적 우세로 인해 대한민국은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으나 당시 스페인의 골키퍼 '제2의 검은 거미'였던 안도니 수비사레타(Andoni Zubizarreta)의 선방에 결국 득점에 실패한다.

 

결국 이러한 맹공 속에 위기가 찾아왔고 후반 6분과 10분 연달아 어이없는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2골을 실점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모든 축구 팬들은 이번 대회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을 무렵, 후반 38분 홍명보의 프리킥골이 상대편 수비수를 맞고 굴절이 되면서 한 골 차로 따라붙자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선수단을 휘감았고, 대한민국은 초강세의 공격을 펼쳐 결국 극적인 후반 45분 교체 투입된 서정원이 동점골을 터트린다. 첫 경기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스페인에게 비기면서, 한국은 볼리비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경우 그렇게 고대했던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볼리비아전은 월드컵 최초의 클린시트 경기 정도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던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 초반 독일의 화려한 경기력, 기술과 더불어 베테랑 골키퍼 최인영의 집중력 부족으로 3점을 초반 실점했다. 하지만 후반 초반 황선홍의 만회골로 부터 시작된 한국의 집중력은 8년전 이탈리아전처럼 빛났다. 연이은 홍명보의 중거리 골까지 터지자 사기가 오른 대한민국 축구팀은 지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쉴새 없이 밀어붙였다. 더운 날씨가 평균연령 31세의 늙은 독일팀을 지치게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독일전에서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홍명보. 이 당시의 이미지가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워낙 커서 우리나라의 유니폼이 당시 파란색으로 알고 있었던 팬들도 있었다. (사진=구글)

 

하지만 이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진출 후 승점을 바치는 승점자판기의 팀은 아니다라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었고, 조별 최다 승점을 1점에서 2점으로 올리게 되었다.

 

1-3 그 외에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되었던 월드컵

 

사실상 2002년 한일 월드컵도 대진운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당시 공동개최국이라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시드에 배치되었고 이에 따라 강호 유럽팀들이 B시드에 들어오면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은 피했으면 하는 강팀이었다. 이에 일본은 벨기에와 러시아를 편성받은데 반해 대한민국은 결국 피하고 싶었던 포르투갈과 폴란드를 유럽팀으로 맞이했다. 물론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결과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아쉬운 16강 탈락, 최종 월드컵 순위도 17위였던 2006년 독일 월드컵도 당시 세계 대회 3관왕에 이길 자가 없어보였던 천하무적이었던 프랑스와의 대결을 1대1로 만들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의외로 만만하게 보았던 스위스에게 패배를 당했다.

 

2. 월드컵 조 편성이 괜찮았다고 했던 경우

 

2-1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1무2패로 탈락했던 대한민국이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것이 눈에 보였고 졌더라도 축구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경기로 끝났던 대회였기에 다음 월드컵을 축구팬들은 더욱 기대했다. 그리고 2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한 대한민국은 지난 대회와 다른 상대적으로 상당히 괜찮은 조 편성에 축구팬의 분위기는 상당히 들떠 있었다.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독일(당시 서독)을 모두 비켜가고 게다가 네덜란드, 유로 1988 준우승 소련도 모두 비켜간 조 편성 결과는 E조의 스페인, 벨기에, 우루과이였다. 당시 대한민국은 8강까지도 가능하다는 언론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지난 월드컵을 얼마나 그야말로 '투혼'만으로 경기에 출전한 대회임을 알게 해주는 실력이 나타났다. 전혀 준비라고는 보이지 않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상대편 세 팀의 자료가 전혀 없었다. 당시 대한민국의 축구의 인식은 밑바닥이었다. 국가대표 감독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시키고 있었다. 지금의 감독에 대한 예우와 보상이 있었던건 1994년 미국월드컵 김호 감독 부터다. 따라서 감독이 요구하는 정보를 위한 자료제공은 당연히 없었고, 기껏해야 식대, 교통비, 상금 보너스 정도를 제외한 모두가 명예직으로 국가대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보 부족이 가져다준 3패. 김주성이 벨기에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사진=피파)

 

결과는 3패였다. 첫 경기 스페인전에서 미첼에게 해트트릭을 주기도 했고, 벨기에, 우루과이 전은 공격다운 공격 한 번 못해보고 무득점 패배를 당했다. 황보관의 강력한 중거리슛의 속도만이 한국팬의 위안 아닌 위안이 되었다.

 

2-2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02년부터 이어갔던 조별 예선 승리가 12년만에 끊어진 대회였다. 대한민국 축구 팬의 반응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때의 1무2패와는 현저히 다른 냉랭한 분위기였다. 당시 네덜란드전에서 5대0으로 졌을때도 이러한 반응은 아니었다. 어느때보다도 강한 분노가 대한민국 축구에 극도로 맴돌때였다.

 

이 대회 8강팀이었던 알제리가 같은 조에 들어오자 사람들은 기뻐했었다. (사진=피파)

 

하지만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조 추첨 결과만 보았을때 축구 팬들의 반응은 1990년의 그것과 같았다. 비록 유럽에서 선전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가득한 벨기에였지만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와 한 조라는 것은 축구팬들에게 16강 그 이상을 기대해도 좋을만큼의 대진이었다. 앞선 2010년 월드컵의 좋은 성적도 '설레발'에 한 몫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 대진에 까다로운 팀들이 뭉쳐진 조가 워낙 많았기에 이에 비켜갔다는 안도감으로 더욱 흥분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첫 승 상대의 러시아전의 무승부에 모든 힘을 쏟아낸 한국은 알제리, 벨기에와의 경기에서는 초반 무기력한 플레이와 함께 어린 선수들의 멘탈이 탈탈 털리면서 졸전을 보여주며 대회를 마감한다.

 

2-3 그외에 언론에서 조 편성이 좋았다고 홍보하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1998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 5대0 사건이 있었던 프랑스 월드컵의 조 편성도 당시 언론에서는 상당히 괜찮은 조 편성으로 보았었다. 이전 미국월드컵에서도 브라질과의 경기 끝에 아쉽게 탈락했던 네덜란드야 애시당초 승리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늘 다른 나라는 조심해도 우리는 만만하게 보던 멕시코와 벨기에가 한 조에 있어서 2승을 거둘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벨기에가 강호지만 당시만 해도 벨기에는 1990년대 초반에 엔조 시포와 프뢰돔이 이끌던 원조 붉은 악마 당시를 제외하면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2승1패가 아닌 1무2패였다.

 

3. 대한민국 축구에 월드컵에 대진운이 필요한가?

 

물론 이 앞에 알아보았던 이전 대회의 대진 운만을 가지고 이번 대회를 점치는 것은 솔직히 징크스 풀이에 가까울만큼 의미가 없는 훑어보기다.

 

우리나라는 조 편성을 떠나 2002년 월드컵 이전의 실력은 그야말로 투지 단 하나였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서 상대편 수비수들이 슬라이딩을 해 측면으로 감아서 공을 뺏는 기술을 처음 보았다고 말하기도 했고, 비디오 분석을 이용한 상대팀 분석도 최근에야 실시된 기술이었다. 90년대만 해도 대한민국의 축구는 세계 축구의 수준에 현저히 떨어졌고 그 기술의 차이를 투지를 불살라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당시 1998년 차범근 국가대표팀 감독이 당시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상당히 그 노트북의 내용에 대해 관심있어 하는 언론들이 있었다. (지금도 유투브를 보면 차범근 감독은 아이패드, 맥북 등을 보면 너무 좋아라 하는 얼리어답터 기질이 있다.) 하지만 당시 차범근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차범근 감독은 그 노트북의 워드프로세서로 선수들의 능력을 기입하는 등의 기존 감독의 노트 대신의 활용도 정도였다. 하기야 그 당시에 무선인터넷을 잡아 인터넷으로 기술을 파악했겠나, 혹은 한국축구협회가 상대팀의 경기를 담은 DVD를 받아왔겠냐만은...

 

하지만 이전 대회에서 알 수 있는건 월드컵 조 편성이 좋았다고 해서 그 운을 이용해 대한민국 축구가 손 쉽게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조 편성뿐만 아니라 철저히 한국축구는 상대편의 자책골이라던가, 팀의 불화, 날씨 등으로 인한 축구외의 운으로 인한 승리 따위도 없었다. 상대팀이 감독과 불화를 겪든, 주요 선수가 부상으로 우리와의 경기에서 출전을 못하든 늘 우리는 그 실력 그대로의 결과가 대회에서 나타났다. 언론에서 만만하다고 평가받았던 팀들에게 우리는 매번 고전을 겪으며 이길 경기를 비기고, 오히려 참패를 당하는 등의 상황이 더 많았다. 그에 반해 강팀으로 평가받았던 강팀들에게 오히려 졌지만 투지를 보여주는 경기들도 있었다.

 

또한 지금 우리의 상황이 2002년 한일 월드컵정도라면 조편성은 상당히 중요하다. 당시 개최국이었던 대한민국은 16강 그 이상을 보여주어야 했고, 단순한 16강이 아니라 결선 토너먼트로 넘어가기전에 본선 조별 리그에서 최대한 부상자와 체력소모 없이 결선 토너먼트를 올라가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역대 월드컵 우승국을 보면 조별 리그에서 죽음의 조를 맞아 고전해서 토너먼트에 올라갔던 우승후보국치고 우승을 거둔 나라는 거의 없다. 그렇게 우승 혹은 4강을 내다보는 팀들은 본선 조별 리그에서 체력 안배를 하면서 결선 토너먼트를 치르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예선전에서의 부진으로 감독을 교체한 대한민국의 월드컵의 궁극적인 혹은 현실적인 목표가 어디일까. 그 놈의 월드컵 4강? 2002년 한일월드컵을 신화(神話)라고 한다. 그건 그야말로 신화같은 사건이었다. 물론 앞으로 한국축구에서 그런 일은 절대 안 일어난다는 부정적인 메세지를 전하고 싶은게 아니다. 현 시점에서 4강이라던가, 8강을 가줬으면 하는건 지금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 이번 월드컵은 좋은 경기내용으로 조별예선을 마감하거나, 혹은 16강 정도를 대한민국의 현실적인 목표로 잡고 있다는거다.

 

아드보카드, 홍명보에 이어서 월드컵 중간에 감독을 맡게 된 신태용 감독. (사진=유투브)

 

그렇다면 우리는 쉬운 조 편성의 결과가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그렇게 중요한 주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한국축구가 국민들의 불신에 가득찼을때 강호인 독일이나 스웨덴을 맞아 열심히 싸워주기를 바라는, 또 그렇게 대표팀도 경기를 치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히려 지난 브라질 월드컵처럼 1승 제물이니 하는 말로 만만하게 보았던 알제리를 상대로 혹은 지난 프랑스 월드컵처럼 우리와 체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1승을 할 수 있다던 멕시코를 상대로 참패를 당하는 것보다는 강한 팀을 상대로 대한민국 축구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면서 본선 세 경기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경기는 브라질이나 독일처럼 결승까지의 7경기를 체력 안배까지 생각해가며 치르는 월드컵이 아니다. 모든 팀들에게 주어진 본선 세 경기를 최선을 다해야 하는 대회이다. 또한 이렇게 축구팬들에게 불신이 가득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게도 오히려 독일과 스웨덴, 멕시코는 마음이 편안한 상대가 될지도 모른다. 비록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탈락을 한다면 이렇게 어려운 조에서 강팀을 만나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일종의 보험까지 들어놓은 셈이다. 우리가 어떤 팀을 만났다고 손 쉬운 승리를 한 적이 있는가? 우리가 월드컵에서 거의 완벽한 승리라 생각하는 폴란드나 그리스전도 기껏해야 2득점이었다. 이제는 게임이나 얕은 축구 뉴스에서 알아온 각 대표팀의 스타플레이어의 네임벨류의 합산만을 가지고 승격 혹은 탈락따위의 말장난은 그만두고,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에서 전력을 다해 준비해온 강팀들과 함께 준비해온 대한민국 축구팀이 어느정도 대등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는지 흥미를 가지고 지켜봐야할 월드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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