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파친코
- 황색문화/문화일반
- 2025. 7. 6.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소설에는 인물이 등장 한다.
얼마나 많은 인물이 등장해야 많다고 할 수 있고, 몇 명 이하여야 적다고 할 수 있을지 기준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읽은 소설들과 비교해서 파친코는 이상하게도 등장인물이 적다는 느낌이 든다. 한 명이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끌고가다 주변 인물들을 만나고 세계가 확장되는 것 같다가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그 중심인물을 제외한 주변의 캐릭터들은 모두 사라지고 잊혀진다. 덕분에 글 읽기는 수월하다. 이름이 낯설어서 자꾸만 다시 앞장을 뒤지며 찾아 볼 필요도 없다.
허나 인생은 그렇지 않다. 날마다 새로운 이름들이 나타나고 자꾸만 관계들이 생겨난다. 너무 많은 이름들에 파묻혀 외우느라 고생하기도 한다. 아니다 그렇지도 않다. 인생도 가까이 보면 많은 이름들 중에서 오늘 내일을 함께하는 이름들은 소수이다. 그 외의 이름들은 아주 먼 곳에서 내 눈에 보이지 않게 숨어있다가 가끔씩 다른 관계들을 들고 나타나곤 한다.
주인공은 처음에 한 소녀이다. 부산 영도에 살고 부자도 아니지만 마을에서 가장 가난하진 않은 정도의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은 듬뿍 받았지만 쉼없이 일해야 할 정도의 가난도 함께 물려받았다.
그 소녀가 한 남자의 눈에 들게된다. 외지에 처자식이 있으나 자신이 평소에 접하지 않는 부류의 주인공을 눈에 두고 접근을 시도한다. 여러모로 미숙했던 소녀는 결국 그 남자를 첫 사랑의 상대로 결정하곤 순결을 건낸다. 그 결실이 아이가 되었고 그로인해 그와의 꼬인 관계가 드러나서 그 둘의 사이는 일견 끊어진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하나님의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그 소녀의 남편이 되고, 그 소녀의 아이의 아비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름답고도 순진한 헌신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엔 시대와 지역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결국 태평양 전쟁의 한 복판의 오사카에서 그 둘은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들은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또 한번 그 남자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 올가미는 그녀의 삶을, 그녀 가족의 삶을 파고들어 하나 하나 더 많은 사람들을 원하는 상황과 원치않는 운명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전후(戰後) 일본에 남을 수 밖에 없었던 재일 조선인들의 삶을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상황들로 조명하나 결국 그들은 편협한 땅 일본에서 외지인이라는 표식을 달고 차별받으며 차별하며 살아왔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며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했다. 그 들의 아픈 삶은 하나하나가 비극이었으나 내 좁은 시야에선 희극으로 보일만큼 크게 조망하진 못하겠다. 이래서 문학을 읽는다. 세상의 해상도가 높아지고 보다 많은 인간들을 이해하며 다들 나와같은 한낱 인간일 뿐이라는 것들을 또 한번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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