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기자 회견, 후폭풍은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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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陰謀論, Conspiracy Theory)의 시작은 불신이다. 보통 권력자, 지도자, 의사 결정자들과 같은 소위 높으신 분들의 불신이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스멀스멀 음모론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한 번도 스킵하지 않고 모두 보았다. 거의 두 시간가량 정확히는 135분간 진행된 긴 기자회견을 말이다. 2024년 4월 25일 오후 3시 서초동에 위치한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ADOR 민희진 대표는 법무법인 세종 소속 변호사 2인을 대동하고 경영권 분쟁에 관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가 기자회견을 다 본 이유는 정말 핵심을 찌르는 명연설을 해서가 아니다. 실명과 욕설이 섞인 이른바 막장쇼가 어디까지 가는지 팔짱을 끼고 지켜보다 보니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4월 25일 기자회견을 가진 민희진 대표 (사진=아시아투데이)

 

모자를 눌러쓴 민희진 대표는 초반 카카오톡 화면을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은 월급사장에 불과하다는 말을 힘없게 꺼내며 무난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은 특이한 인간이라는 말과 함께 SM에서 나와 하이브에 들어간 인생 스토리를 풀기 시작했다. 어떤 복잡한 상황이 얽혔는지 설명하기보다 방시혁이 자신을 하이브에 영입하며 어떻게 뉴진스를 뽑게 되었는지를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멤버 민지가 어렸을 때 예뻤다느니, 해린이가 고양이 같다는 주제와는 아무 상관없는 말만 붙여가면서 말이다.

 

그리고 곧 방시혁과 민희진과의 불화가 불거진 부분을 집어냈다. 바로 하이브의 첫 걸그룹이 뉴진스가 아닌 방시혁이 만든 르세라핌부터 론칭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뉴진스 부모님들은 불안으로 민희진에게 호소했고 자신의 자식과 같다고 여긴 민희진은 여기서부터 감정에 호소하며 이렇게 내부고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 불화 이후 뉴진스를 홍보하지 않았다느니, 자신의 인센티브 20억이 불합리하다느니, 개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촌극을 보여주고 있다는 등의 호소를 했다.

 

기자회견 이후 도마에 올라간 아이돌은 누가 책임지나 (사진=구글)

 

그냥 묵묵히 보고 있는 입장에서 민희진의 불합리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아이돌과 팬덤을 짓밟고 이간질하는지가 눈에 보였음에도 기자회견이 끝나자 여론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중간에 끼워말한 랜덤 포토카드와 팬사인회의 잘못된 점이라던가 '개저씨' 란 단어로 인한 여성 유리천장 같은 처음에 열었던 기자회견의 이유와는 전혀 다른 워딩들이 민희진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고 결국 앞서 말한 여자친구를 비롯한 SM의 에스파, 같은 하이브 소속의 수많은 아티스트는 그저 놀림거리, 감 없고 버려진 아이돌의 팬덤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 SNS에서 갑자기 시작된 하이브와 단월드와의 관계 같은 음모론까지 올라오면서 이제 앞서 내가 걱정한 일은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진 꼴이 되었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내던 "케이팝을 모르지만" 혹은 "아이돌팬은 아니지만"이라는 방패를 두르고 나온 여론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여자친구의 팬들은 아무 이유 없이 버려진 아이돌, 뉴진스는 방시혁이 홍보를 막은 가련한 아이들, 르세라핌은 뉴진스의 앞길을 막고 나타난 방시혁의 감 없는 결과물, 심지어 아일릿의 팬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표절 논란으로 낙인찍힌 팬들로 살아가야 한다. 앞으로 내는 결과물은 앞선 이야기의 꼬리말 정도가 될 것이다. 이후 하이브 소속의 아티스트 역시 뮤직비디오나 음원을 공개하자마자 무조건 음모론부터 파헤치려 혈안이 된 사람들과 마주해야 한다.

 

기자회견을 다 보고 나니 왜 민희진과 방시혁의 갈등이 생겼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해를 위해 수 많은 아티스트들과 팬덤의 실명까지 밝혀가며 굳이 밟고 일어나서 말해야 했을까. 소위 오랫동안 아이돌 업계에 케이팝 업계에 있었다는 사람들이면서 135분간의 발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지 따위는 배려조차 없었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기자회견으로 남은건 민희진의 착장, 음모론 그리고 상처받은 아이돌뿐이다 (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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