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에도 치맥이 어울릴까: 센트럴리그 中

반응형
반응형

한신 고시엔 구장 (甲子園)

 

요미우리 다음 인기팀이라고 하면 당연히 안티(Anti)요미우리의 수장이자 관서(関西)의 맏형인 한신 타이거즈 아니겠는가.

 

한문 그대로 읽은 갑자원(甲子園)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고시엔 구장은 국내에 발매된 고교야구 만화 대부분이 다루고 있는 일본 고교야구 선발대회의 최종 스테이지 쯤 이라고 보면 된다. 그만큼 국내에서도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고 다른 곳보다 야구팬들도 이곳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가 꽤 있다.

 

어느정도 야구팬이라면 이름 정도는 알고 있을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 고시엔 (사진=위키백과)

 

내 경우엔 2015년 한참 오승환이 한신의 마무리로 뛰던 시절 일본 출장 후 휴가를 며칠 붙여서 평일 야구를 관람하고 온 적이 있었다. 한신 고시엔 구장은 전통적으로 감독, 선수의 이름을 따거나 선수가 평소좋아하는 메뉴 혹은 선수의 고향과 관련된 먹거리를 파는 경향이 있는데 오승환이 뛰던 시절엔 특이하게도 오승환의 '시메노칸코쿠하야시멘(締めの韓国冷麺)' (오승환의 '마무리 한국냉면')이라는 메뉴를 팔았었다. 당시엔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어 4천엔 짜리 1루 아이비[각주:1]에 앉았고 오승환의 세이브까지 합쳐지면서 성공적인 관람이 되었다. 당시 오승환의 시메노칸코쿠하야시멘의 맛은 식초와 겨자가 필수인 찡한 맛의 한국식 냉면이라기 보다는 김치, 오이에 콩나물이 들어가고, 맛이 시큼한게 모리오카 냉면에 더 근접한 맛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승환이 마무리로 뛰던 시절 '오승환의 마무리 한국냉면'을 팔기도 했다. (사진=국민일보)

 

그리고 작년 일본에 체류할 적에 신칸센을 타고 가서 본 한신 대 야쿠르트의 경기는 한참 야쿠르트도 한신도 암흑기에서 헤맬때였지만 평일에도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몰렸던지라 어쩔 수 없이 3루 알프스[각주:2]로 물러가야만 했다. 고시엔 구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라면 90년 이상 한 장소에서만 팔아온 전통의 고시엔 카레지만 은근히 호불호가 갈리므로 처음 가본 경우가 아닌 이상은 고시엔 야키소바나 점보 야키토리를 추천할만하다. 특히 점보 야키토리는 5개 세트와 맥주까지 포함한 세트가격이 3천엔이라 비교적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으나 맛을 보면 충분히 그 가격이 아깝지 않을 맛이다.

 

또한 앞서 말한 세 가지 메뉴가 고시엔 3대 명물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외에도 감자튀김이나 데리야키 베이스볼 피자, 상기의 긴타코도 상당히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구장에서 파는 맥주는 대부분 아사히 슈퍼드라이뿐인데, 고시엔 구장 스폰서가 아사히 맥주라 어쩔 수 없다나. 천만다행히 내야 3층의 바에서 고시엔 하이볼과 소주를 사서 3루 알프스로 올라갔으나 외야에도 매점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 그 쪽을 가보려 했으나 내야 관객은 들어갈 수가 없었기에 아쉽게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여름 고시엔 기간에 한번 정도 관람해보고 싶은 용의는 있지만 외야에 직격하는 끈적하고 찐득한 효고의 땡볕을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약간은 부담스러운 가격일지라도 점보 야키토리는 추천할만하다 (사진=구글)

 


 

나고야 돔 (ナゴヤドーム)

 

나고야 돔은 원래 모 가수의 5대 돔 투어 콘서트를 다녀오면서 두어번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경기 관람을 위해 이동한 건 작년이 최초였다. 나고야라는 동네가 워낙에 식문화로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만큼 일본 지인들에게 나고야돔에서 뭐 먹을만한 거 없냐고 물어보니 대부분 손사레를 치며 거절한다거나, 몇 년째 나고야에 사는 지인마저도 "그냥 옆에 이온몰 있는데 대충 사서 들어가지?"정도로 얘기를 한다.

 

주니치 드래곤즈의 나고야 돔 (사진=위키백과)

 

확실히 나고야는 특이한 음식의 메카라고 볼 정도로 식문화가 독특하고 특히 된장을 굉장히 많이 쓰는 동네라 이를테면 돈카츠를 시켰는데 돈카츠에 우스터셔 소스 대신 된장소스를 올린 미소카츠가 기본이고, 은근히 단맛이 나는 나고야 특유의 아카미소(赤味噌: 적된장인데 사실 색은 우리나라 된장과 큰 차이가 없다)를 진짜로 쿠시카츠(꼬치구이 튀김)에다 소스로 발라주는 동네이니 타지에서 보면 확실히 별난 동네라고 할만하다. 정말 이 동네는 그 어느 편의점을 가도 한겨울에 오뎅을 사면 기본으로 된장소스를 끼워주는 동네이지만 그래도 난 나고야에 자주 와본 편이라 그렇게까지 거부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나고야 쪽의 미소카츠도 처음에 된장 바른거라고 생각 안하고 그냥 먹어보면 입에 의외로 맞는 맛이기도 하고 말이다.

 

실제로 필자는 나고야 관광 중 배고픔을 느끼고 정말 우연히 들어간 미소카츠 집에서 배가 너무 고파서 허겁지겁 미소카츠를 먹다가, 외국인이 참 맛있게 먹는다며 식사값은 안 받겠다는 주인아저씨에게 종이 봉지 한가득 미소카츠까지 받고 나온 적이 있다.

 

그런고로 기대를 별로 안하고 갔던 나고야 돔...

 

좌석은 그래도 목동 느낌이 난다고 추천을 받은 파노라마 A좌석으로 3천엔이 좀 안되는 가격으로 구했는데 시야가 좀 멀긴 해도 운좋게 맨 앞좌석이라 공간도 넓은 편이었고 거의 꼭대기었지만 야구보기엔 상당히 좋았다. 거의 목동 야구장의 포수 바로 뒷자석 수준.

 

나고야 돔의 쿠시카츠. 뒷쪽으로 된장소스도 보인다. (사진=타베로그)

 

그나마 좀 먹을만하다는 추천을 받은 돈카츠 샌드나 립 버거 세트는 진작 매진되어 나간지라 드래곤 포테이토 줄에 섰는데 시간이 20분이나 걸린다는 말에 그냥 포기해버렸고 어차피 어느정도 나고야 음식에는 적응이 되어 있는 편이니 큰 고민하지 않고 금방 나오는 쿠시카츠(된장)와 소고기 라이스버거를 구입했고 하이볼은 역시 맥주언니에게서 따로 구입했다. 하이볼과 햄버거는 확실히 무난한 맛이었는데 앞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먹던 오코노미야키는 영 맛이 별로였던지 몇 입 먹지도 않고는 나가는 길에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걸 보았다.

 

현지 사람들이 아닌 외지 사람이라면 좀 많이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나고야돔의 먹거리지만 쿠시카츠는 이거 된장이라고 말 안하면 대충 그냥 좀 짠 소스를 뿌렸다고 할 정도의 미미한 수준의 미묘한 맛이라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어쩌면 생각보다 입에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Copyright ⓒ KHAI


ⓒ KHAI

 

  1. 아이비 석(Ivy 席): 담쟁이 덩굴이 있는 고시엔의 1루 내야석의 명칭 [본문으로]
  2. 알프스 석(Alps 席): 산처럼 높아 보이는 고시엔 3루 내야석의 애칭 [본문으로]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