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은 뼈다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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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돈암동) 3번출구를 빠져나와 바로 보이는 왼쪽길로 들어서면 허름한 포장마차 같은 노포가 있다. 그 자리 그대로 수십년을 이어온 것은 아니지만 (실은 바로 맞은편 건물에서 시작했다) 분위기만큼은 그 역사를 오롯이 느낄수 있는 곳이다.


가게의 이름은 '태조감자국' 어느 기사에 의하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감자탕집이라고 한다.


60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온 이 가게를 무우상이 접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입학이었다. 정릉동 산골에 위치한 학교앞은 딱히 학생들이 찾을만한 가게들이 없었던지라 술자리를 가지고 싶은 학우들이 즐겨찾는 곳이 성신여대입구역 근처였다. 그 지역은 나름 번화가라 할 정도로 많은 가게들이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었으며 지하철을 이용하여 통학을 하는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오는 버스가 운행하기도 하는 뭐 여러모로 선호되는 지역이었다.

 

 

대학에서 찾아들어간 동아리 선배들과 함께하는 술자리. 가난한 학생들은 당연히도 저렴한 안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가게를 선호하게 되고 지금도 다른 가게들보다 가격이 저렴한 태조감자국은 그렇게 무우상에게 처음 접하게된 단골집이었다. 감자탕이라는 메뉴조차 처음이었던 무우상은 선배들을 따라서 술자리만 생기면 당연히 가야하는 곳 정도의 이미지로 그 가게를 소비하며 열심히 술,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그 장소에 익숙해져 갔다.

 

당시에는 '태조감자국'이라는 가게가 그렇게 유명한지도 맛집인지도 몰랐다.

 

지하철역 근처에 있던 허름한 1층의 감자탕집은 무우상의 바로 윗학번 선배가 군대를 갈 무렵엔 같은건물의 2층 3층까지 확장을 했고, 내가 군대에서 휴가나온 무렵엔 맞은편 건물의 1층에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지금은 그 맞은편 1층의 자리만 남아 원래있던 건물에서의 인테리어를 똑같이 재연하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무우상이 신입생때부터 찾아다니던 앞 건물의 1, 2, 3층은 무리한 확장과 건물매입에 따른 부채문제로 결국 포기하게 되셨다는 이야기를 최근에야 들었다.

 

 

무우상이 한동안 있고있던 그 가게를 다시금 떠올리고 맛집으로 들락날락 거리게 된 것은 불과 4~5년전 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맛집 찾아다니기를 시작하지도 않았고 감자탕이란 메뉴를 소홀히 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하나의 트라우마가 된 사건이 있어 꺼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해서 나름 선배노릇을 하고 있던 어느날이라고 기억된다.

 

후배들 두어명과 함께 여기저기서 술을 마시고 늘 그렇듯이 마지막으로 들른곳이 '태조감자국' 이었다. 술자리가 계속된터라 어느정도 취기는 있었지만, 취해가는 무우상의 정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얇아진 지갑이었기에 후배들에게 티내지 않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주문할때 마다 하나씩 하나씩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무우상의 지갑에 있는 잔돈과 우리가 먹은 음식의 값이 거의 수렴할 무렵 술자리가 끝났고, 계산을 시도했다. 

 

직원: ****원 입니다.


무우상: 네?? ****원이요?


직원: 네


무우상: &&&&원 아니구요?


직원: (화가난 목소리로) 아니에요. $$$드시고 ###를 n번추가하고 술이 @@@병이니까 ****원 맞아요.


무우상과 후배들: 저희 ###추가 k번 밖에 안했는데요?


직원: 아니 왜 거짓말을 하세요? 


무우상과 후배들: 우리가 왜 거짓말을 해요? 하나씩 다 계산하고 먹었는데 돈이 더 나왔으니까 아니라고 하는거자나요!


(중략)

 

이런식으로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직원측에서 제안을 했다.


직원: 우리는 뼈다귀 숫자 다 맞춰서 나가니까 뼈다귀 갯수 세어보면 다 나와요!


무우상과 후배들: 그럼 세어 보시던가요!!


그렇게 싸우고있는데 옆에서 술을 드시던 어떤 아저씨 일행 중 한분이 한말씀 하셨다.


아저씨: 아니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렇게 난리를 피웁니까! 거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만해요!

 

그 아저씨가 '까짓거 얼마나 한다고 내가 돈을 내겠다' 라는 식으로 말씀하신 건지 아니면 그냥 '시끄러우니 조용히 하라' 는 어조로 말씀을 하신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상황은 우야무야 마무리가 되고 우리는 미리 생각했던 가격만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크게 화가 나거나 억울한 기억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도 묘하게 그때의 일이 뇌리에 남아 한동안은 그 가게를 찾는일을 피했다.

 

그렇지만 뒤늦게 시작한 맛집탐방에 빠져있을 무렵 다시금 그 가게가 생각이 나기도 했고, '태조감자국' 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맛을 내는 가게도 만나지 못했기에 언젠가부터 다시금 즐겨찾고 있다.

 

 

전체적으로 맵다기 보다는 구수한 국물에 많은 깻잎들이 깔끔한 맛을 자아내는 좋은 감자탕집이다. 고기를 맛있게 먹고난 후에 볶아먹는 밥도 그 국물이 훌륭하게 기능하는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가깝거나 기회가 되시면 꼭 한번 찾아가 보시기를 권한다.

 

물론 자신이 먹은 뼈다귀는 꼭 세어두시기를.

 

그럼 이만.

 

Copyright ⓒ 무우さん。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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