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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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떠오르는 장르는 무엇인가?

영어로는 meat, beef, pork, chicken 등으로 특정지어 이야기를 하지만 한국어에는 굳이 단어앞에 개, 돼지, 소, 닭 등을 붙이지 않으면 어떤 종류의 고기인지는 특정지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고기'라는 단어로 떠오르게 되는 특정 음식은 화자와 청자의 문화적 습관에 따라 정해진다고 할 수 있겠다. 

 

지역적으로도 무슬림들이 많은 중동지역에서 서부 중국까지는 '양고기'가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장 익숙한 '고기' 였을 것이고, 중국은 '돼지고기', 일본은 '생선'이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일본은 근대화된 이후 '肉'(고기) 라고 하면 '소고기' 를 의미하게 되었다. 메뉴에 다른 설명이 없고 고기'肉' 자만 적혀있다면 대부분 그 고기는 소고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한국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접하게 되는 음식은 닭고기가 아닐까 싶다. 


예로부터 보양식의 대표메뉴인 '개장국'이 현대에 들어 그 위치를 '삼계탕'에게 내어주었고, 보양식 이외의 목적으로도 닭고기는 저렴한 가격과 손질의 편의성등을 무기로 '치킨' , '통닭' 이 되어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근한 고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고기' 라는 단어를 듣고 '닭고기' 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한국인들은 드믈 것 같다. 닭고기는 '고기'이기 이전에 '치킨' 이고 '통닭' 이기 때문일까? 


명확한 근거나 학설은 제시하기 힘들지만 한국인들에게 가장 '고기'로써 떠오르는 식재료는 '돼지고기' 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회식의 단골메뉴는 '삼겹살'이고, 집에서도 밖에서도 간편하게 즐기는 반찬은 '제육볶음' 이며, 땀흘려 김치를 만든 후에는 '삶은 돼지고기' 로 '김장'이라는 축제를 마무리한다. 친구들과 여럿이 모이면 '족발' 이나 '보쌈' 만한것이 없다. 소주한잔 당길때는 순대가 들어간 곱창볶음이 제격이다. 거의 버리는 부위가 없을만큼 돼지라는 동물을 다양하게 즐기고 있는 현대의 한국인을 보면 역시 한국인에게 '고기' 란 '돼지고기'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싶어서 이런 너스레를 떨었느냐 하면, 무우상이 지금 배가고프고, 돼지고기가 먹고싶다는 이야기다. 뭐 거창한 이유같은거 있을리가 없다.

여름이 되면 날씨가 더워지고 불 앞에 앉아있기가 싫어진다. 더군다나 불판 앞에만 서면 직접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구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무우상의 경우에는 여름철에 구운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을 사랑하거나 스스로가 미치도록 구운 고기가 먹고싶어질때 뿐이다. (그동안 여름철에 무우상이 구워준 고기를 드신 분들은 감사하시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름철에는 직화구이 보다는 삶은 고기들을 주로 선택하게 되는데, 그 양대산맥이 단연 '보쌈' 과 '족발' 이다. 


이전화에서 이야기를 했듯이 무우상이 본격적으로 맛집리스트 작성을 위해 움직인 후에 처음으로 찾은곳이 보쌈집이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무우상은 족발보다 단연 보쌈을 선호했다. 족발에서 느껴지는 강한 양념맛이 먹다보면 입안에 계속 축적되어 금새 질려버리게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보쌈에 늘 따라나오는 보쌈김치등 채소를 한가득 쌈으로 만들어서 한번에 종합적인 맛을 느끼는 것을 좋아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대체적으로 족발과 함께 나오는 찬들은 보쌈의 그것에 비하면 무게감 있는 조연보다 엑스트라에 가까운 연출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최근에는 외로운 '족발' 에게도 든든한 조연들이 등장하는 가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수십년 살아온 동네에 있으면서도 비교적 적게 찾게되는 위치에서 조그맣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숨은 '맛집' 을 알게되었다. 가게 이름은 '미아족발'. 너무나도 평범하게 동네 이름을 딴 초라한 외관의 포스를 무우상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초등학교 동창인 A양이 친구들 모임에서 처음으로 알려준 그 곳은 나는 한번도 눈길조차 주지 않은 가게였다. 그 바로 옆에있는 가게는 유명세가 있어 두어번 들른적이 있었으나 숨은 진주를 몰라보고 지나쳤던 것이다. 그 친구는 자신은 이전부터 가족들이 그 가게를 좋아해서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고 했다. 


비주얼을 보시라. 이건 마치 주연이 재희지만 조연으로 백윤식 선생님을 등장시킨 '싸움의 기술' 같은 모양새 아닌가?!


다양한 쌈채소들을 아낌없이 풍족하게 담아준 이 족발이 무우상은 너무나도 좋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크게 쌈을싸고 "한점에 한잔~ 한점에 한잔~" 노래부르며 먹고싶다. 비록 위치가 서울 동북쪽에 치우쳐 있어 쉽게 발걸음을 옮기긴 어려울지 몰라도 근처를 지나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아~ 족발땡긴다!

 

Copyright ⓒ 무우さん。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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