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와트 입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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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처음이니까 잠깐 소개를 하자면 필자는 "무우さん。"이라는 닉네임을 여기저기서 사용하고 있는 한량으로 편하게 애칭으로 '무우상'이라 불러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냥 '무상'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흉악한 무리들은 나를 공짜로 취급하여 여기려는 시도라고 생각하고 단호하게 대응하지는 않는다. 그냥 검색에서 찾기 힘들기 때문에 이왕이면 '무우상'이라고 해주시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스스로에 대한 소개를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 하다가 이놈이 얼마나 호구인가를 읽는이들께 알려드리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싶어 해묵은 이야기를 꺼내본다.

 


Welcome To Hoguwarts (사진=나무위키)

때는 2004년 초여름. 무더위까진 아니고 슬슬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려하는 즈음이었다.


그 당시 무우상이 기거하는 집은 반지하 전셋방으로 특이하게도 같은 건물의 다른 모든 세대와는 다르게 출입문이 별도로 달려있었다. (흔히들 그러하듯 '대문'이라고 불렀지만 이 글에 그렇게 적기에는 너무 낮고 조그만 문이었다) 출입문 이라고는 해도 어른의 가슴팍정도까지 밖에는 되지않는 낮은 철문이어서 누구든 쉽게 넘을 수 있는 문인데다 별도의 현관문이 있었기에 크게 문단속은 신경쓰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열려있는 출입문이 이 사건의 필수요소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현관문을 포함한 모든 창문들을 열어둔채 여느때와 다름없이 노닥거리고 있을 때였다. (무우상은 당시에 웃통은 벗은채로 하의는 반바지를 입고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출입문이 열려있었는지 아주머니 두 분이서 (30대 전후로 추정) 열린 현관문 앞까지 들어오셔서 사람을 찾고있었다.


외부인 : "저기요~"

무우상 : "네?"


외부인: "목이 말라서 그러는데 물 한 잔만 주실 수 있으세요?"

무우상 : "아, 네" 


(당시에 무우상은 병역의 의무를 마친지 두어달도 안된 사회적응이 끝나지 않은 어리숙한 상태였다.)


아주머니 두 분은 당연하다는 듯이 현관을 지나 신발을 벗고 우리집 거실에 털썩 앉으셨다.

'헉, 드...들어오라는 이야긴 안했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어 한잔씩 내어드렸다.


무우상 : "여기요~"


그 두분은 시원하게 한컵씩 들이키시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외부인 : "고맙습니다~ 얼굴에 복이 참 많으세요~"

무우상 : "아, 네~"


이 쯤에서 다들 눈치채셨으리라 보지만 굳이 말씀 드리면 그 두분은 속칭 '도를 아십니까' 크루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사회화가 덜된 예비역 병장이자 호구와트 입학요건을 충분히 갖춘 무우상은 그런걸 알 턱이 없었다.


외부인: "그런데, 최근에 무슨 안좋은 일 있으셨죠?" (이렇게 뻔한 낚시에도 걸려주는 것이 인지상정)

무우상 : "나쁜일이요? 글쎄요~ 제작년에 어머니 돌아가신것 빼곤 없는데요" (물어보지도 않아도 친절하게 알려드려야 호구와트에 입학할 수 있다)


외부인 : "아~ 그래서 그렇구나. 돌아가신 분의 원한이 풀리지 않아서 아직 성불하지 못하시고 구천을 떠돌고 계세요~"

무우상 : "아닌데? 어머니가 다니시던 절에 가서 49제도 하고 할거 다했어요~"


외부인 : "아니에요 그 원한을 풀어드리지 않으면 안좋은 일이 생길거에요"

무우상 :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해야되는데요?" (알아서 개미지옥으로 들어가고 있다)


외부인 : "제대로 제사를 지내서 영혼을 달래드려야 해요. 그런데..."

무우상 : "???"


외부인 : "제사를 지내려면 돈이 들어서..."

무우상 : "얼마나 드는데요?" (이렇게 착실하게 도망갈 기회를 놓치는 사람도 흔하지는 않을것 같다)


외부인 : "아무리 작게해도 20만원은 드는데..."

무우상 : "그래요? 저 통장에도 17만원밖에 없는데." (참으로 친절한 무우상)


외부인 : "그럼 할 수 없죠. 저희가 좀 도와드려서 17만원에 맞춰 드릴게요" 

무우상 : "네. 고맙습니다" (뭐가??)


그렇게 셋은 의기 투합을 하고 무우상의 집을 나서서 대로변에 있는 은행으로 이동. 무우상이 직접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였다. 그리고는 사이좋게 버스를 타고 도봉산 근처로 추정되는 어딘가에 내려 평범한 빌딩의 3층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이미 차려진 몇개의 제단이 있고 그 외부인 들은 나로 하여금 그 곳에 대기하던 다른 크루에게 돈을 건내게 한 후, 옷을 갈아입으러 어딘가로 들어갔다. 그제서야 무우상은 '아! 내가 사기를 당했구나! 도를 아십니까가 이런 집단이었구나' 라는걸 깨닫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호구와트 입학조건을 충족시키는 훌륭한 호구들이 하는 행동이 뭔지 아시는가?

그건 바로 '자기합리화' 회로를 가동시키는 것이다.


자신들이 입고있던 옷 위에 찍찍이로 붙인것 같은 디자인의 한복(요즘 한옥마을 근처에서 대여해주는 한복들을 생각하시면 된다)을 입고 나타난 그 두명의 외부인과 다른 한분의 크루는 무우상을 가운데 두고 제사의식을 진행했다. 가끔씩 무우상에게도 한두번씩 절을 시켜주는 배려(?)를 잊지 않으면서 자신들은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1회에 4번씩의 절을 올리며 땀을 비오듯 쏟았다. 당연히 그 상황에서 열심히 자기합리화 회로를 가동중이던 무우상'그래 저렇게 열심히들 사시는데 17만원이면 싼거지. 다른사람 돈 먹는다는게 쉬운일이 아니야' 라며 그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제사가 끝나자 둥그렇게 둘러앉은 크루들은 나에게도 음식을 권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외부인 : "제사에 올린 음식은 나눠먹어야 복이 몸에도 깃드는거에요. 와서 같이 드세요"

무우상 : "아, 네~"


차마 식욕이 동하지 않는 무우상을 너머로 열심히 일한 그분들은 흡사 사극에서 산적들이 그러하듯 닭백숙을 게걸스럽게 뜯어먹고 있었다.


그 사건이 끝나고 어떻게 집에 돌아 왔는지는 기억이나질 않는다. 마지막으로 무우상의 뇌리에 선명히 남아있는 장면은 그 외부인들이 게걸스럽게 닭을 먹고있는 모습이다. 다만 그 이후로 길거리에서 그런 분들을 보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되었고, 그들에 대한 적개심도 조금은 생겨난 것 같다.


오늘은 이렇게 무우상의 호구와트 입학기를 들려드렸다. 이렇게 글을 마치며 다시 소소하고도 한가한 이야기로 찾아뵙고 싶다. 모두들 건승하시라~

Copyright ⓒ 무우さん。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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