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 기사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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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식당' 이라는 장르의 음식점이 있다. 주로 택시운전을 생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식사를 하러 들르는 식당들을 말한다.

 

서울에서는 주로 지대가 저렴한 부도심 외곽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여러 가게들이 모여 '기사식당 골목'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기사님들이 식사를 하시는 만큼 '주차공간의 확보'가 최우선 조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빠르고 저렴하며 비교적 양이 푸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간이 돈'인 분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식사를 하기 위해 선택하는 가게들이다. 또한 메뉴가 다양하거나 뷔페형식을 차용하는 가게들이 많이 보이기도 한다. 그날의 메뉴를 미리 정해서 식사를 하거나 음식을 즐기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아버지들은 특별한 시점이 아니면 '식사를 즐기시기 보다는 끼니를 때우시는 분들이기에' 메뉴선택도 하나의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서울지하철 4호선 수유역근처 사거리에서 화계사 방면으로 500미터쯤 올라오다 보면 왼편으로 기사식당이 줄지어 있는 골목이 있다.

 

속칭 '빨랫골 기사식당 골목'. 전국 어디에나 비슷한 분위기 지역에는 같은 지명이 있을법한 곳으로 기사님들을 위한 식당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가게마다 삼삼오오 주차되어있는 차들을 따라 골목을 들어가다 보면 다양한 장르의 기사식당들이 유혹하는 소리가 들린다. 대부분은 한식을 기본으로 한 '제육볶음', '생선구이', '김치찌개' 등의 다양한 메인요리에 몇가지 반찬이 나오는 백반집들이지만, 개중에는 설렁탕, 양식, 중식등 특색있는 메뉴들을 내세운 가게들도 종종 눈에 띄인다.

 

어느날 (여전히) 한가했던 무우상이 산책 겸 이곳저곳을 걷다가 처음으로 들어선 빨랫골에서 유독 눈에 들어온 가게가 있다. 비록 그 날은 직전에 식사를 마친 상태였기에 들어갈 수가 없었지만, 너무나 인상적인 가게이름에 무심코 핸드폰을 들어 간판사진을 찍었다.

그 가게의 이름은 '다래 함박스텍'

 

이게 뭐 어떠냐고? 물론 가게 이름에 '경양식' 이라는 장르명이 아닌 메인메뉴를 적어둔 것은 크게 드믈지 않은 일이지만 그 표현이 너무나도 맘에 들었다. '햄버그 스테이크'도 '함박스테이크'도 아닌 '함박스텍' 노란색 간판에 검은색 고딕체로 담담하게 써 놓은 이름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 찾아가 대표메뉴인 함박스텍을 맛보았다.

 

우선 익숙한 맛의 인스턴트 수프로 손님맞이 인사를 하고, 계절에 따라 따뜻하거나 시원한 콩나물 국으로 속을 달래준다. 자 드디어 주인공의 등장이다.

이것이야 말로 대한민국 경양식 함박스텍의 표본이라고 할만한 비주얼이 아닐 수 없다. 특제 소스를 입고있는 당당한 패티 위에 영롱하고 고운 자태로 시선을 사로잡는 계란후라이와 수줍게 함께하는 베이크드 빈즈랑 마카로니까지! 완벽하다. 퍽퍽하지도 너무 기름지지도 않은 '함박스텍'이 가게 특유의 소스에 너무나도 잘 어울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끝내버린 맛있는 식사였다. 그래도 약간이나마 느끼함을 발견하신 분에게는 매운맛 소스를 뿌린 매운함박도 있다. 잘게 다진 청양고추가 적당히 들어가서 느끼할 수 있는 끝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일견 평범해보이지만 준수한 돈까스와 직접 만든 소스를 내어주는 생선까스도 가성비가 훌륭한 한끼다. 양이 많은 분들은 1,500원을 추가하면 곱배기가 된다. 덕분에 무우상은 매번 갈때마다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 하는지 너무 고민스러울 정도. 마지막으로 들렀을때는 생선까스를 선택했었다. 그 당시 옆 테이블에서 맥주를 즐기는 커플을 보기전까진 술은 마실수 없는 곳으로 생각했지만, 술도 판매하고 있다. 다음번엔 맛있는 경양식에 소맥을 즐길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여러분도 꼭 한번 들러보시길 권하는 바이다.

Copyright ⓒ 무우さん。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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