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정말 불륜의 나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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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연예계 뉴스를 가끔 보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에서는 음주운전, 일본은 불륜.'이라는 감상입니다. 물론 인간적으로는 둘 다 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음주운전에 비해 불륜의 경우는 개인사생활에 가깝고 일본이 특히나 그런 데 많이 관대하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일드만 보아도 불륜 소재의 드라마가 엄청 많이 나오기도 하고 W불륜(더블 불륜, 부부 모두 불륜이라는 의미)이니 양다리, 3 다리 걸친 사람들도 의외로 보도만 되고 크게 타격 없이 쇼프로나 더빙현장 나오는 건 흔하지요. 특히 게닌(芸人, 개그맨)들의 경우가 불륜이 걸리거나 하는 경우가 워낙 흔해서 이젠 '연예인 다 그렇지.' 정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3다리 불륜과 독신 사기 혐의가 불거진 성우 사쿠라이 타카히로 (사진=구글)

 

과연 일본은 불륜같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을 일으켜도 쿨하게 넘어가는 동네인가?


아나운서나 스포츠 캐스터의 경우에는 주간문춘(週刊文春)이나 프라이데이(FRIDAY)에 사진을 찍힌다거나 하면 대부분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가 되거나, 해당 프로그램에서 강판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방송가라고 하지만 몇몇 방송사는 내부 문화가 엄청나게 보수적이라 이를테면 전 남자친구가 침대에 누워있는 여성 아나운서의 사진을 주간지에 팔아버렸고 그게 실렸다는 이유로 퇴사를 시키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본다면 '사회적 물의'의 범주 내인 형사사건(탈세, 절도, 성범죄, 폭력사건 등)이나 야쿠자와 연루되었거나 하는 경우는 바로 강판 내지는 매장이지만 불륜은 매장까지는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매스컴에 나오거나 굳이 매스컴 출연을 하지 않아도 음반이 팔리는 가수와 달리 매일 방송에 나오는 방송패널이나 아나운서의 경우에는 어떻게든 매일 봐야 하는 경우가 많은지라 민원이 폭주해서 하차시키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결국 프로그램에서는 강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TV 아나운서였던 나츠메 미쿠(夏目三久). 결혼 전 만나던 남자친구가 팔아넘긴 사진으로 인한 일명 '콘돔 스캔들'로 인하여 방송사에서 퇴사, 후일 유명 게닌인 아리요시 히로이키(有吉弘行)와 결혼했다 (사진=구글)


그럼에도 용서받지 못하는 경우나 불륜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수준이면 어떤 경우를 뜻하는가?

첫번째로 미성년자가 얽힌 건입니다. 한때 한일 연예계에 유명했던 스캔들인 히가시데 마사히로(東出昌大) - 카라타 에리카(唐田えりか) 불륜 사건의 경우인데 이 경우엔 카라타 에리카가 미성년자였던 시절부터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보도되었습니다. 그나마 카라타 에리카는 어느 정도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히가시데 마사히로의 경우엔 아예 소속사에서 최대한 참고 데리고는 있다가 후일 다른 여성과 스캔들이 보도되어 사실상 해고되었습니다. 특히나 전 아내인 와타나베 안(渡辺杏)과의 결혼으로 확 뜬 케이스라 욕을 더 먹었지요.

 

카라타 에리카(좌) / 히가시데 마사히로(우) (사진=구글)


두 번째로 이미지입니다. 가령 밴드 게스노키와미오토메(ゲスの極み乙女)의 보컬인 카와타니 에논(川谷絵音)과 혼혈 방송인 벳키(ベッキー)의 경우가 있는데, 당시 촉망받는 신진 작곡가이자 보컬이었던 카와타니 에논은 비밀리에 이미 결혼한 기혼자였고 벳키는 톱클래스라고 할 수 있는 국민 호감형 연예인이었지만 두 사람의 라인 메신저 대화가 유출이 되었습니다.

 

물론 일본 방송가에서 배우나 가수의 불륜 폭로는 흔한 일이라면 흔한 일이지만 메신저 내용의 유출은 여파가 심각해서 에논과 벳키 두 사람의 속마음까지 모두 들켜버렸습니다. 원래 스캔들이 자주 일어나거나 놀기 좋아하는 이미지의 연예인이라면 모를까 당시의 벳키는 성실하고 호감형인 이미지였기에 메신저 내용과 둘이 짜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충격이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사례로는 게닌 콤비 안잣슈(アンジャッシュ)의 와타베 켄(渡部建)의 경우인데 하필 배우자가 톱모델인 사사키 노조미(佐々木希)였고 애가 있는 상태에서의 불륜이었던지라 거의 1년이 넘도록 복귀를 못했던 것 역시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내에서도 젠틀한 개그맨으로 이름높던 와타베 켄은 16살이나 연하였던 톱모델 사사키 노조미와 결혼했지만 소위 '다목적 화장실 스캔들'이 발각되어 1년 7개월간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구글)


그렇다면 일본 방송가 전체의 문제가 아닌가?

이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게닌(개그맨)의 경우에는 자기 불륜을 네타(소재)거리로 쓰는 경우는 정말 비일비재하고 중견 배우들도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네타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능프로만 봐도 불륜-이혼-재혼 소재로 서로 낄낄 웃고 떠드는 건 정말 틀기만 하면 나오는지라 의식적으로 많이 가볍게 생각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를테면 갓 결혼한 게닌에게 젊고 예쁜 여자가 너 좋아한다고 연락처 주면 안 넘어갈 자신 있냐는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정도니까요.

 

한 번은 심야방송에서 '일본의 불륜, 이대로 괜찮은가?'로 특집방송을 했고 패널들은 일본어로 대화가 가능한 외국인들이나 혼혈 예능인 위주로 구성된 방송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토론 중에 어떤 나라는 불륜이 걸리면 사형도 한다는데 일본은 그 정도까지 삭막한 나라는 아니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요.

 

한국에서도 공연한 적 있는 진나이 토모노리(陣内智則). 그는 결혼 후 2년만에 불륜으로 이혼했고 무수한 스캔들 끝에 2017년에야 재혼했다. (사진=구글)

 

일본 국민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일반화를 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체류해보며 느낀 점을 솔직하게 적어보자면 사실 일상적으로도 불륜이 엄청 많긴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불륜남녀야 사람 사는 데니까 물론 많겠지만 약간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너무 불륜이 만연하니까 경각심도 없고 대범한 사람들도 많은데 이를테면 유부남이 불륜하면서 그 불륜 상대가 미성년자부터 연상까지 여럿인 것도 자주 봤습니다. 여자들도 유부남에 대한 거부감이 한국만큼 없는 것은 사실인지라 이를테면 불륜이 걸린다 하여도 세 번까지는 용서해 주는 여자들이 아직까지 꽤 많습니다.

 

한때 청춘스타로 잘나가던 원로배우인 이시다 준이치(石田純一). 결혼을 3번이나 하고 무수하게 바람을 피웠던 그는 불륜 스캔들 인터뷰 중 '문화나 예술은 불륜에서부터 탄생할 수 있어(文化や芸術といったものが不倫から生まれることもある)', 일명 불륜도 문화다 발언 이후 매스컴에서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 (사진=구글)


기혼 남성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젊을 적 화려하게 놀던 친구들도 결혼을 하면 가정적으로 바뀌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포커스는 차이가 있지요. 아이들을 아주 끔찍하게 생각하고 아낍니다.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만한 일도 딱히 하지 않게 되고 집에 딱히 신경을 안 쓰는 건 아니지만 결혼 후에 부인을 그냥 가족이라 생각하고 가족은 가족 밖에서 바람상대는 바람상대 이런 개념인 경우가 많아 보였습니다.

 

물론 우리식으로 말하는 유흥업소... 그러니까 성매매 업소에 대한 개념 자체도 다르고 유사 성행위 혹은 그 이상까지 가능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 역시 한국과 일본의 개념이 다르긴 하지만 '아무리 네가 내 남편이라 놀아봐야 아내는 나다'라는 마인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은 여성인권이 낮기로 유명한 국가인데 남성 측이 아닌 여성 측 불륜도 용인되는가?

대한민국이 여성이 살기 어려운 나라이며 타국은 훨씬 낫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있는데, 일본에 와서 지내보시면 그런 말씀이 나오지 않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불륜이 발각되면 여성 측에서 먼저 사과하거나 방송 강판으로 책임을 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일본은 여자력(女子力)이라는 말이 비공식적으로 통용되는 나라이기도하지요. 전통적으로 야마토 나데시코(大和撫子)라는 일본 특유의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순종적인 여성상의 대체단어로 최근에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유년기 여자아이에게 '조금은 머리 나쁜 척 굴어도 된다.' 거나 '100점을 맞을 필요는 없다.'라는 말이 암암리에 돌 정도라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런 순종적인 여성상은 와패니즈나 옐로우 피버가 있는 서양사람들이 많이 좋아하긴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페미니즘이나 양성평등이 의식에 자리 잡은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생각해 보면 절대 들어올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여성인권에 대한 의식 제기는 일제시절에 시작했지만 현재는 왜 답보상태인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척도이기도 합니다.

 

80년대 유명 여가수였던 이마이 미키(今井美樹). 친구의 남편과 바람을 피워서 친구 부부를 이혼시키고 친구의 남편과 결혼했고 커리어에 많은 부침을 겪었다. (사진=구글)


여성 측 불륜의 경우도 다들 나이가 어리거나 자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여성 측 단순 한눈팔기 정도까지는 그저 사진이 찍혀버렸다거나 이혼의 전초전 정도 가십거리로 소비되지만 가끔씩 친구 남편과 바람을 피워 가정을 파탄 낸다거나 하는 경우인 '약탈혼(掠奪婚)'이라고도 하는 적나라한 가정파괴 수준의 행위인 경우에는 가차 없습니다.

 

유명 가수인 이마이 미키 씨의 경우에는 친구의 남편인 유명 기타리스트 호테이 토모야스(布袋寅泰)와 바람을 피워 친구 부부를 이혼시키고 그 남편과 결혼한 이후 30~40대 여성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 몇 년간 가끔씩 출연하던 드라마에도 나오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으니까요. 이 나라도 '다른 여자에게 인기 없는 사람과 결혼한 게 자랑은 아니잖아?'로 나가는 게 문제가 있다는 결 알아야 할 텐데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멀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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