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사망, 우리가 그녀를 한 걸음씩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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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4일 오후 2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사퇴를 발표하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아쉬운 국민들의 마음과 그에 관련 기사들이 포털사이트를 뒤덮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세 시간쯤 흘렀을까. 그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소식이 또 한번 다가왔다.

 

"설리 사망"

 

듣는 순간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찹했다. 현재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경찰에 밝혀진 바로는 우울증으로 인해 집에서 목을 매 자살을 한 것으로 밝혀진다. 정확히는 신고자인 설리의 매니저가 지난 13일 오후 6시 30분 경 마지막 통화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고,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있던 그녀이기에 빠르게 신고했다. 성남시 수정구 심곡동에 위치한 설리의 집으로 들어간 경찰은 2층의 자신에 방 조명에 아쉽게 생을 마감한 설리를 볼 수 있었다. 향년 25세. 하얀 피부에 분홍빛 볼 때문에 동료 가수 아이유(IU)가 복숭아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던 그 복숭아 꽃은 그렇게 졌다.

 

설리설리(최진리) (1994-2019) (사진=악플의밤)

 

태업 논란, 극심한 악플, 동조했던 언론

 

2013년부터 런닝맨 혹은 뮤직뱅크 등에서 설리는 말 실수가 몇번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몇번의 실수로 인해 언론들은 수 많은 논란거리를 만들어냈다. 아직 어렸던 설리가 과도한 스케줄로 인한 피로감을 견디지 못했던 상황들을 견주며 태업논란을 만들게 된 것이다.

 

소속팀 f(x)가 미니앨범 일렉트릭 쇼크(Electric Shock)로 최정상에 오르며 앞선 정규 1집 '피노키오(Danger)', 'Hot Summer'에 이어 f(x)만의 스타일을 굳건히 구축했고, 다음 2번째 정규앨범인 핑크 테잎(Pink Tape) 활동으로 본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려야 할때부터 설리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성의 없는 무대매너로 태업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3번째 정규 '레드 라이트(Red Light)'에서 활동 1주일만에 몸살 감기로 모든 일정에서 하차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모습을 기대한 팬들에게 모든 일정 불참을 선언하게 된다.

 

설리레드 라이트 시절 설리 (사진=엠넷)

 

하지만 지인의 인스타그램에서 화방에 놀러간 설리의 사진이 유출되며 팬 사이에 균열이 일었다. 이후 더욱 멍하게 있는 모습이 늘었고 팬들의 걱정이 올라가고 있던 그때 SM에서는 설리가 루머와 악플에 시달려 방송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실 SM관련 아이돌은 늘상 최정상에 오르는 일이 많았고 그러한 막강한 팬만큼의 안티를 늘 보유하고 있던 터라 악플과 루머로 활동중단을 하게 해준다는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후로 설리는 f(x)활동을 비롯해 자신이 찍은 영화 해적의 시사회나 SM 아티스트들이 모두 모이는 SMTOWN 투어에도 모두 불참했다.

 

그때 결정적인 열애설이 터진다. 바로 다이나믹듀오(Dynamicduo)의 최자와의 열애설이 난것이다. 사실상 설리의 건강문제로 중단된 3집 활동인데 애인과 놀러 다녔다는 정황이 여기저기 발견되자 팬덤은 분노에 휩싸였다. 사실 아이돌도 사람이라 연애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문제지만 그래도 건강상의 문제로 팀 활동이 중단된 상황에서 이러한 열애설은 쉽게 용납이 되지 않았다. 2014년 7월 31일에 터졌던 동영상에서 시작해 끝없이 사진과 영상이 올라왔고 결국 디스패치에서 이 사실을 잡아내면서 SM에서는 연인사이가 아니라고 공식 해명을 했다.

 

설리2013년도 활동 당시 설리 (사진=구글이미지)

 

하지만 이미 f(x)팬덤 사이에서 설리의 신뢰도는 바닥을 쳤고 이렇게 설리는 여행 사진이 올라오는 와중에, 과도한 스케줄로 같은 팀의 멤버 크리스탈이 과로로 쓰러지면서 팬덤은 인내심은 끊어져버렸다. 그 이후 '패션왕' 시사회 등에서 모습을 보인 설리였지만 팬들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결국 2015년 f(x) 탈퇴를 선언하며 연기자의 길을 걷겠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때부터 엄청난 루머와 갖은 악플들이 설리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탈퇴를 했고 미운 마음은 있겠으나 f(x)가 4인조로 다시 시작하는 만큼 도를 넘는 악플들은 여기서 멈춰야만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데서 또 터졌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노브라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들이 갑자기 이슈를 탔다. 사실 노출이 아닌 이상 크게 문제될 일은 없었다. 그 외에도 예쁜 사진만 올린 것이 아닌 괴랄한 사진들이 올라왔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가수 마일리 사이러스와는 달랐다. 파격적인 컨셉을 위해서 SNS을 이용한 것이 아닌 단순한 자신이 좋아하는 개인적인 사진들이었다. 모든 사람들 눈에 예쁘게 보이면 좋겠지만 굳이 혐오감을 줄만큼의 사회적 문제가 있는 사진들은 아니었다.

 

 

설리악플의밤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던 설리 (사진=JTBC)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끝없이 설리의 의상에 대한 일거수 일투족이 야기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SNS의 모습과 논란을 조장하는 기사만을 읽고 없는 루머를 만들어내고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를 동조해 언론들은 설리의 새 사진이 올라올때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바이라인을 덮어댔다. 이에 최근까지 촬영을 했던 예능 프로그램 '악플의 밤'에서 설리는 "실제 인간 최진리의 속은 어두운데 연예인 설리로서 밝은 척해야 할 때가 많다."며 "내가 사람들에게 거짓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언을 구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두운 부분이 있는데 겉으로는 아닌 척 할 뿐."이라고 말하며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애도하는 스타

 

워낙 충격적인 소식에 보도 뉴스서도 설리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바로 전날까지도 광고를 촬영하고 SNS를 했기에 더욱 믿기지 않는다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동료인 아이유에 이어 '페르소나 2'의 주인공으로 영화 복귀까지 결정된 시점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엠버평소에 유난히 엠버를 잘 따랐던 설리. 엠버는 설리의 소식에 충격을 받고 활동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사진=SM타운 페이스북)

 

확실히 가장 충격을 받은건 SM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들이었다. 대부분의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며 애도의 뜻을 표하기로 했다. 멤버들의 군 입대로 인해 오랜 기간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슈퍼주니어의 정규9집 'Time_Slip' 라이브가 취소되었다. 후배그룹 NCT의 콘서트 티켓팅 일정과 이수만 대표가 공을 들여 만든 유닛 슈퍼엠(SuperM)의 컴백쇼도 연기되었다. 뿐만 아니라 소속사에서 가장 친한 언니 중 한명이었던 태연의 정규 앨범 일정도 모조리 취소되었다. 기존의 같은 팀의 f(x)의 루나는 뮤지컬 일정을 모두 취소했고, 항상 '형'이라 부르며 따랐던 엠버는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당분간 연예계 활동 자체를 중단선언했다. 그리고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오늘 장례를 위해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엠버활동중단을 선언한 엠버의 전문 (사진=구글이미지)

 

더욱 가슴 아픈건 전 카라의 멤버 구하라였다. 평소 함께 있던 사진을 유난히 많이 올린 절친이었던 구하라는 현재 일본 활동 본격화를 위해 일본에 체류중이다. 때문에 다른 아티스트들처럼 스케줄을 취소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결국 귀국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친했던 설리의 장례식을 가지못한 구하라는 결국 인스타 라이브를 통해 애도의 뜻을 표하기로 했다. 구하라는 "그 곳에 가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잘 지내. 언니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고 열심히 할게"라며 오열했다. 구하라 역시 한차례 좋지 않은 선택을 했던터라 팬들의 걱정이 잇따랐고, 감정을 추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라이브를 마쳤다.

 

지난 설리와의 추억을 올린 구하라 (사진=구하라 인스타그램)

 

그 외에도 절친 아이유를 비롯해 윤종신, 유아인 등의 많은 스타들이 설리의 죽음에 대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어제인 15일 SM엔터테인먼트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팬 들의 조문 장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그리고 오늘인 16일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지하1층 7호에서 슬픔에 빠진 팬들을 위한 조문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 외에도 방송을 타는 연예인들이 아니라도 수 많은 루머와 악플을 받은 SNS스타 및 유투버, BJ 들도 이런 설리의 안타까운 선택에 공감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여전히 설리의 죽음에 대한 대중들과 언론의 대처는 안타깝다.

 

취재운구를 길을 막아서며까지 취재하려는 경악스러운 기자들의 행태 (사진=마이데일리)

 

설리의 시신이 운구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자들의 촬영 사진을 비롯해서 서울신문의 강주리 기자와 헤럴드경제 정세희 기자는 기사를 쓰면서 논란이 되었던 과거의 설리의 노출 사진을 걸어놓았다가 사진을 바꾸기도 해 더욱 공분을 샀다. 뿐만 아니라 유튜버 영검무당은 설리의 혼과 접신했다며 못다한 말들을 전하겠다는 영상을 올리며 고인을 능욕했고, 가로세로연구소의 김용호 전 기자는 설리의 죽음을 정치적인 음모론적 얘기와 접목시켜 더욱 논란을 샀다. 지금 현재도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기자들의 취재는 쏟아지고 있다.

 

듀나듀나의 트윗 (사진=듀나트윗)

 

뿐만 아니라 설리의 안타까운 죽음을 젠더대결로 이용해먹으려는 구도도 나오고 있다.

어떤 남성혐오단체는 사회적 타살을 운운하며 여성혐오로 인해 설리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리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면서 수많은 악플을 퍼부었던 곳 중 하나가 여성커뮤니티였고 특히나 당시 구하라와 함께 찍은 로타의 사진을 거론하며 입에 담지도 못할 루머들과 악플을 퍼붓기도 한 곳이었다. 게다가 앞서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한 샤이니의 멤버 종현과 같이 묶어서 비하하기도 했다. 작가 듀나도 마찬가지다. 남자연예인이 설리보다 덜 공격받았음에도 죽은 것은 다른 이유라며 안타까운 죽음을 이상한 구도와 엮어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외에도 입에 담기도 싫은 여러 혐오사이트들에 대한 고인능욕은 글로도 담을 수 없을 지경이다.

 

심지어 최근 걸스데이의 민아는 흑백의 갈매기 사진을 올리며 설리의 비보에 애도의 뜻을 표했으나 댓글에 "왜 니도 가고싶냐. XXX야"라며 욕설이 섞인 댓글을 남겨 즉각 신고를 하기도 했다.

 

유니유니의 사망 이후 우리에게 달라진게 있긴 한걸까. (사진=구글이미지)

 

12년도 더 된 2007년 1월 21일 고질적인 우울증으로 추정되는 사유로 인해 가수 유니는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우울증의 이유는 악플로 인한 심적 충격으로 드러났다. 데뷔 이후 맡은 배역으로 인한 이미지로 아무 이유 없이 끝없이 인터넷에서 악플을 받아왔던 유니는 당시 자신의 미니홈피 대문에 수차례 악플은 상처를 받으니 자제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아무 이유없는 욕설을 그녀에게 퍼부었다. 당시 그녀의 죽음은 악플의 부작용에 대해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일으켰고 실제 포털 사이트 기사 댓글 포맷이 그 이후 변화된 조짐은 보였다.

 

하지만 지금도 이 악의 연결고리는 끊이지 않고 지금도 화면에서 보이는 연예인들의 순간적인 이미지만으로 엄청나게 많은 악플과 루머를 양산하고 쏟아내어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 부디 한번 더 그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그녀에 대한 무분별한 시도와 공격 없이 따뜻하게 보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녀의 명복을 빈다.

 

RIP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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