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유라시아지역 역사서를 읽다 보면 기존의 중국왕조 중심의 역사서술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지금껏 농경문명에 비해 조명받지 못하고 변두리의 이벤트로 취급되던 유목문명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려 노력하는 느낌을 받곤 한다. 기존에 읽은 르네 그루쎄의 ‘유라시아 유목제국사’나 스기야마 마사아키의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에서는 두 세력을 서로 대립항으로 두고 서로 각축을 별여 온 이야기가 유라시아 문명사라는 입장을 취한다. -부분적으로는 수, 당 제국도 유목문명으로 규정하여(+진 시황제의 출생까지도) ‘중국왕조 그거 대부분 다 유목문명이 만든 거야 유목 짱짱맨!’ 같은 느낌까지 자아내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읽은 김기협의 오랑캐의 역사는 농경문명을 중심으로 하되, 유목문명은 그 ..
요즘 편짱이 연락을 잘 안받는다. 받아도 시큰둥하고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해보니 결국 글을 안써서였다. 참 요즘 삶이 팍팍하고 몸도 따라주지 않아 글 쓸만한 거리도 생각나질 않고 하다보니 글을 못 썼다고 이렇게 서럽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 하루에도 여러번씩 먹어도 질리지 않을만큼 치킨을 사랑하는 무우상이었지만 한동안 멀리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마땅한 가게들이 없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위통 때문이다. 이래저래 스트레스와 잦은 음주등으로 안그래도 좋지 않은 위가 말썽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닭을 먹기만 하면 새벽에 위가 아파 잠들지도 못하고 침대 위를 구르는 경우가 다반사다보니 치킨에 선뜻 손이 나가질 않는 요즘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편짱에게 다시 사랑을 받기 위해선 이 한몸 버려서라도 글을 쓰기 ..
당신은 이제 파스타를 만들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구장창 파스타만 먹을 수는 없다. 한동안 이탈리아인이 놀랄정도로 파스타만 먹었던 무우상이지만 그건 내 먹이이고 파트너에게 접대하려면 파스타만으론 부족하다. 어차피 요리는 다 고기서 고기 인 것을. 듬직한 단백질을 먹이고 나야 "오늘 잘 먹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것이다. 스파게티가 아니라 파스타라고 전편에서 이야기했다. 그래야 더 어감이 살고 요리가 산다. 가격도 3자리에서 4자리로 올라가는 것이다. 스테이크도 마찬가지. 그냥 고기를 불에 구운 요리인데 불고기나 구운고기라고 하지 않고 스테이크라고 한다. 그래야 어감이 찰지다. 인간은 허영을 먹고산다. 그 허영을 만족하여 기꺼이 돈을 지불하면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두껍게 ..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무우상은 성동구에 있는 한 자동차 공업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직원은 사장, 부사장, 전무, 공장장, 과장 2명, 현장직원 까지 총 1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2명의 과장은 사장의 아들과 조카이고, 부사장과 전무는 은퇴 나이를 넘어서 차량을 이동하는 배차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무우상은 사장의 조카인 친구의 일을 좀 도와주는 알바생이다. 따라서 딱히 어디에 라인이 있거나 친구를 제외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일도 거의 없다. 이런 공장에 요즘 문제가 발생했다. 월 매출 70%를 점유하는 최대고객인 A렌터카에서 차량유입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일이 없어지자 직원들은 노는 시간이 많아졌고 사장과 과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를 수소문했고, ..
남자라면 파스타다! 파스타는 요리하는 남자의 상징과도 같은 음식이다. 이제는 식상하고 개나소나 다 하는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래도 일단은 파스타부터 만들어서 대접하는게 정석이다. 상대가 아주 요리를 안 하는 사람이면 파스타도 정말 대단해보이고, 자주하는 사람 중에서도 의외로 기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쉬우면서도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꽤나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요리 중 하나다. 그리고 의외로 밖에서 1만원대 언저리에서 사먹는 것은 집에서 기본을 지켜 만든것보다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파스타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쉽게 접하며 또 많이 만드는 파스타는 '스파게티'이다. 하지만 스파게티라 부르면 가오가 떨어진다. 그냥 무조건 파스타라 부르자...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취미가 있다. 그것은 유튜브로 수 많은 영상들을 보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주로 먹방과 쿡방을 본다. 올리브쇼, 냉장고를 부탁해 등 쉽게 검색할 수 있는 클립들은 이미 여러번씩 반복 시청한지 오래고, 이웃나라 일본에서 만들어낸 영상들도 즐겨보고 있다. 그런 영상들을 보고 있으면 '맛있겠다' 혹은 '먹고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더더욱 강한 욕구는 '경험하고 싶다'라는 느낌이다. 두껍게 잘 제단된 고기를 썰어보고 싶다거나, 그릴에서 스테이크를 구워보고 싶다거나, 혹은 대방어를 해체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물론 대부분은 평생 한번 해볼까 말까 한 일들이 많겠지만, 가끔은 칼로 마늘이 썰고 싶다던지,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초밥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던지 하는 ..
맛없지만 친절한 가게 맛도 친절도 보통인 가게 맛있지만 불친절한 가게 각자 선호도는 있겠지만, 맛없고 불친절한 가게를 좋아하고 찾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결국 정도의 차이에서 둘 사이의 미묘한 밸런스에다 가격을 더하여 재방문의사를 결정하는 것일테다. 그런데 과연 친절도와 맛의 사이에서 서로를 잠식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얼마전부터 중식으로 애용하게 된 중화요리집이 하나 있다. 회사에서 도보 10분정도의 거리이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너무 멀다고 찾질 않는 정도의 거리. 하지만 무우상은 늘 혼자 점심을 해결하는 상황인지라 조금 걸을겸해서 그 정도 거리는 기꺼이 찾아가서 점심을 해결하곤 한다. 크게 유명하지도 그렇다고 전혀 손님이 들지않는 것도 아닌 중소규모의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다. 하지..
이 시리즈도 어느덧 네 번째 가게를 맞이하고 있다. 갈수록 디테일도 줄어들고 글의 퀄리티도 떨어지는 것 같아 심히 걱정되긴 하지만, 뭐 어떠랴 수준 미달이면 편짱이 짜르겠지 싶어 그냥 일단은 끄적여보기로 한다. 무우상은 상당히 우유부단한 편이다. 마땅한 저녁메뉴가 떠오르지 않거나 몇 개의 후보군이 죄다 성에 차지 않아 한자리에서 왔다갔다 이삼십분을 허비하는건 예삿일이다. 이날도 그랬다. 다음날 친구들 두 명을 불러 집에서 닭도리탕을 해주기로 했기에 그 전날 '저녁에 치킨을 먹어도 되는가?' 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머릿속 한자리에 머물러 떠나질 않았다. 물론 치킨을 비롯한 모든 닭요리를 좋아하지만 매일 같이 닭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고, 그 저날 속이 아파 잠을 설친 참이기에 튀긴 음식을 먹..
경의중앙선 중랑역에서 하차하여 4번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동부시장의 입구가 보인다. 전국적으로 유명하거나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시장은 아니지만 동네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전통시장으로 여러가지 행사나 홍보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무우상도 군데군데 단골집을 정해두고 '이 물건은 여기서'라고 지정한 가게들이 두어곳 존재한다. 입구쪽으로 두 블럭쯤 들어오다 보면 좁아진 시장길 사이로 더 비좁은 샛길이 존재한다. 그 중 한곳을 왼쪽으로 돌아보면 아래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 닭집' 지인에게 소개받지 않았다면 그러한 가게가 있는줄도 몰랐을 것이다. 게다가 이 곳에서 바로 튀겨주시는 닭이 별미라고는 더더욱 생각도 못했을 것 같다. 자그마한 시골 닭집(닭고기를 파는) 분위기에 친절한 사장님..
면목동에는 유난히도 썬더치킨이 많다. 강남역 주변은 유독 치킨뱅이가 많더라. 지역적 특성에 따라 선호하는(?) 혹은 입점이 용이한 브랜드가 있나보다. 무우상집 주변에도 썬더치킨과 함께 동네 호프집들이 치킨을 판매하고 있다. 역시 치킨공화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는 브랜드 치킨보다는 지역에서 자리하고 있는 상인들의 작은 치킨집들을 방문해서 맛을 보고 있는데 대부분 비슷하다. KFC의 크리스피치킨을 흉내낸 튀김옷에 시판되는 양념치킨소스로 개성보다는 저렴함을 무기로 동네상권을 차지하고 있는 속칭 '부어치킨'류 치킨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딱히 리뷰할 내용이 없다가 최근에 새로운 치킨판매점을 두어곳 발견했다. 이번 소개할 곳은 '호프야'라는 호프집이다. 무우상집 근처에는 간판에 크..
본명은 '이성주', 팬더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글쟁이가 있다. 주로 딴지일보에 글을 연재하며 밀리터리 및 전쟁사 분야의 이야기를 하는 작가이다. 무우상은 팬더님의 글을 좋아하며 그의 글이 연재되면 빠지지 않고 읽으려 한다. 그가 하는 강연에도 한 두번 참석한 적이 있고, 팟캐스트를 통해 송출되는 강의도 찾아서 듣곤한다. 그러나 대개의 작가강연이 그렇듯 글처럼 매끈하고 명쾌하진 못하다. 주제의식과 논지의 전개방식은 글과 비슷해도 표현방식이 바뀌면 중언부언과 갑작스러운 화제전환(흔히들 삼천포로 빠진다고 하는)은 퇴고가 불가능한 말의 특성상 늘 함께하는 단짝친구가 되기 쉽상이다. 유시민 작가처럼 대중앞에서의 즉흥적인 말도 막힘없이 논리정연하게 뽑아내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런 그가 며칠전 팟..
빠에야(Paella)라는 스페인요리가 있다. 정확히는 그 요리의 이름이라기 보다는 요리를 만들때 사용하는 널찍한 프라이팬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한국의 뚝배기나 일본의 나베와 같은 작명이라고 보면 되겠다. 스페인의 발렌시아 지방에서 시작된 요리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게 실은 꽤나 터프한 요리로, 원래는 야외에서 사냥으로 잡은 토끼나 꿩을 그 자리에서 널찍한 프라이팬에 만들어 먹던 요리이다. 토끼나 멧돼지, 꿩 등을 프라이팬에 볶다가 그 기름을 이용하여 쌀을 볶고 샤프란(Saffron / 향신료)을 섞은 육수를 부어 밥을 한 후 그 위에 해산물 등 부재료를 얹어 같이 찌듯이 익혀먹는 요리이다. 쌀도 씻지 않은 그대로 이용하여 쌀에 있는 전분가루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