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과 맛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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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과 맛의 상관관계

 

  • 맛없지만 친절한 가게
  • 맛도 친절도 보통인 가게
  • 맛있지만 불친절한 가게

 

각자 선호도는 있겠지만, 맛없고 불친절한 가게를 좋아하고 찾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결국 정도의 차이에서 둘 사이의 미묘한 밸런스에다 가격을 더하여 재방문의사를 결정하는 것일테다. 그런데 과연 친절도와 맛의 사이에서 서로를 잠식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얼마전부터 중식으로 애용하게 된 중화요리집이 하나 있다. 회사에서 도보 10분정도의 거리이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너무 멀다고 찾질 않는 정도의 거리. 하지만 무우상은 늘 혼자 점심을 해결하는 상황인지라 조금 걸을겸해서 그 정도 거리는 기꺼이 찾아가서 점심을 해결하곤 한다.

 

크게 유명하지도 그렇다고 전혀 손님이 들지않는 것도 아닌 중소규모의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다. 하지만 이 가게는 주인이 성실한건지 원래 컨셉이 그런건진 몰라도 매번 즉석에서 조리해주는듯한 음식들이 마음에 든다. 맛도 찾아갈 정도는 아니고 마침 지나가다 이 가게가 있다면 부담없이 들어갈만한 무난한 수준. 썩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은 하지만 기대에 부합하는 그런 맛이다. 메뉴도 다양한데다 가격대도 적당해서 집 근처에 있다면 좋으련만 싶다.

 

집 근처에 있다면 좋으련만 싶다.

 

얼마 전 늘 하던대로 맛집 블로거들을 둘러보던 와중에 비슷한 거리에 꽤 괜찮은 중화요리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바로 찾아가보기로 했다. 거리는 상기 중국집에서 도보로 2~3분 정도. 마침 점심시간이 조금 일찍 시작되어 기쁜 마음으로 찾아가 보았다.

 

근처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라는 이야기에 긴장했건만 다행인지 손님이 한 팀 정도 뿐이어서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가게를 둘러보니 가장 먼저 들어오는 내용은 '현금만 받는다'는 것. 꽤나 정중한 표현이기도 하고, 블로그에서 이미 접했던 정보인지라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돌려 메뉴판을 보니 가격은 아주 저렴했다. 위에서 언급한 중화요리집이랑 비슷한 가격이지만 메뉴는 좀 적은 편이었다.

 

아주머니 한 분이 홀에 계신다. 짬뽕을 주문했다.

 

"사장님 짬뽕 하나 주세요."

"...... (말이 없다)"

 

가게도 조용하고 해서 들으셨겠지 하고 그냥 기다리다 한 5분 정도 지날때까지 아무런 기척이 없으셔서 (아니 주방에다 "짬뽕 하나~" 정도만 했어도 불안하진 않았을텐데) 다시 한번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짬뽕 하나요"

"알아요!"

 

응? 내가 뭘 잘못했나? 다시 긴장하며 기다리기를 10여분, 결국 짬뽕을 받아볼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 (말이 없다)"

 

음식의 비주얼은 기대한대로, 한 눈에 봐도 아무런 중국집에서나 볼 수 있는 녀석까지는 아니고 조금 더 신경쓰고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요리사가 만들어낸 짬뽕이었다. 맛도 준수했다.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바로 단골이 되리라 맹세하고 싶은 퀄러티였다. (글의 성격을 고려하여 자세한 묘사는 생략한다.)

 

음식은 괜찮았다. (모든사진=무우상)

 

그렇게 한 두 젓가락 뜨고 있는데 옆에 있던 다섯명 쯤 되어 보이는 단체 손님이 나간다. 그러자 아주머님이 먼저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인사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잖아? 나한테만 그러는거야? 아니면 혼자 온 사람에게만 그런거야? 바쁠때도 아니고 혼자 왔기로서니 이렇게 차별해도 되냐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다. 조금 있다 다른 두 분의 손님이 왔다.

 

"혹시 차가운 메뉴는 없어요?"

"..... (또 말이 없다)"

"차가운 메뉴는 없나요?"

"없어요"

 

날도 뜨겁고 쉬고 싶은 기분이신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친절한 분은 아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할때도 삐딱하게 앉아서 돈을 받고 거스름을 틱. 나도 아무 말 없이 그냥 받아서 나왔다.

 

나중에 알아보니 늘상 태도가 그런식이라고 한다. 물론 손님이라고 해서 굽신거리고 잘못한 사람처럼 안절부절하거나 꼭 웃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도 그건 잘못된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상대방이 인사를 하면 인사를 받아주고 자신의 가게에 대해 어필은 못할 망정 제대로 의사소통도 안하는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블로그에서 사진으로 접한 짜장면의 비주얼도 훌륭했기에 다시 한번 가보고도 싶지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과연 접객을 하는 사람들의 올바른 태도는 무엇일까?

어디까지가 친절을 결정짓는 허용범위일까?

내가 갑질을 하려는 것은 아닐까?

과연 나는 다시 이 가게에 방문을 할까? 하지 않을까?

친절함의 정도를 수치로 환상해서 가격에 더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비중은 얼마나 될까?

 

정말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준 경험이었다. 찾아다니면서 욕설을 달고 싶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 글을 읽어주신 고마운 분들이 계시다면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가게를 만나시길 바랄뿐이다.

 

Copyright ⓒ 무우さん。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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