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동 골목치킨 정복기 4

이 시리즈도 어느덧 네 번째 가게를 맞이하고 있다. 갈수록 디테일도 줄어들고 글의 퀄리티도 떨어지는 것 같아 심히 걱정되긴 하지만, 뭐 어떠랴 수준 미달이면 편짱이 짜르겠지 싶어 그냥 일단은 끄적여보기로 한다.

 

 무우상은 상당히 우유부단한 편이다. 마땅한 저녁메뉴가 떠오르지 않거나 몇 개의 후보군이 죄다 성에 차지 않아 한자리에서 왔다갔다 이삼십분을 허비하는건 예삿일이다.

 

이날도 그랬다.

 

다음날 친구들 두 명을 불러 집에서 닭도리탕을 해주기로 했기에 그 전날 '저녁에 치킨을 먹어도 되는가?' 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머릿속 한자리에 머물러 떠나질 않았다. 물론 치킨을 비롯한 모든 닭요리를 좋아하지만 매일 같이 닭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고, 그 저날 속이 아파 잠을 설친 참이기에 튀긴 음식을 먹는것에 대한 두려움도 잇었다. 그래서 동네 한바퀴를 거진 한 시간을 서성였다. 결국 내적 갈등을 이겨내고 '오늘밤도 치킨이닭!' 하고 정한 이후에도 어떤 가게를 들어갈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이전부터 보아둔 BHK라는 이름의 호프집과 리치리치 치킨이라는 300여미터 거리되는 가게 둘 사이에서 또 한 이십분을 왔다갔다 했다. BHK는 간판을 촬영하고 가게안으로 두 발짝 들어가고도 너무 밝은 조명과 실내에 가득한 알탕냄새로 인해 퇴장을 선택했다. 리치리치는 동네치킨 치고(이 날은 술을 많이 안 마시기로 결심한 날이다.) 가격이 조금 부담이 됐다. 그래서 터덜터덜 다시 집으로 걸어오던 도중에 다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 가게는 프랜차이즈지만 여기서 처음 본 가게인걸?'하며 납득을 시키고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또바기 치킨'

 

프랜차이즈 치킨점이라는 것에 조금 망설임이 들었지만 이미 너무 지쳐있었기에 스스로에게 '이 가게는 프랜차이즈지만 여기서 처음 본 가게인걸?'하며 납득을 시키고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가게는 테이블 4개짜리로 건물 한 쪽에 짜투리 공간을 억지로 만들어 가게를 차린것 같은 모양새였다. 인테리어는 90년대 후반의 전형적인 부도심형 호프스타일. 가장 안쪽의 자리에 앉아 양념반 후라이드반과 생맥주 한잔을 부탁드렸다. 평소에는 잘 즐기지 않는 뻥튀기를 몇 개 주워먹으며 맥주잔을 반쯤 비울무렵 치킨이 나왔다.

 

튀김옷이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짭짤한 형태가 맘에 들었다

 

보라. 이 황금빛 자태를. 요즘 내 안의 치킨은 크리스피와 시장통닭을 거쳐 보드람류에 다가가는 중이었기에 완벽하진 않아도 비슷한 비주얼이 많이도 반가웠다. 무슨 말이냐 하면 튀김옷이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짭짤한 형태가 맘에 들었다는 이야기. 만원짜리(양념이나 반반은 만천원) 치킨이라기엔 튀김옷에 치중하지 않고 잘 튀겨낸 닭고기살이 꽤나 만족감을 주었다. 오히려 튀김을 많이 먹으면 속이 아플까 두려운 날이라 적당한 양까지도 오히려 안심스럽고 반갑기까지 했다.

 

밑간은 세지 않은 정도였으나 튀김옷이 두껍지 앟아 튀김옷의 간으로도 약간 짭짤한 정도로 살이 두껍지 않은 부위는 그대로 좋았고, 가슴살 부위는 내어준 맛소금을 중간중간 찍어먹으면 간이 맞았다. 놀라운 점은 BHC나 BBQ등에서만 가끔 느낄 수 있는 적당히 잘 조리했을 때 나오는 촉촉한 안심을 즐길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아, 이 사장님 조리 잘하시는구나' 하고 만족스럽게 가슴살을 즐겼다.

 

양념도 조금 달랐다. 보통의 만원 초반대 치킨집들은 기본인 후라이드 치킨을 기준으로 삼고, 양념소스는 시판되는 업소용 치킨양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적당히 새콤하고 달달하며 끝맛이 약간 느끼한. 그래서 양념치킨들에겐 별 기대를 안하는데 또바기 치킨에선 직접 만드신 소스를 사용하는 것 같다. 시판소스에 자신만의 양념을 추가하여 사용하시는지는 몰라도 시판되는 양념소스의 맛과는 달랐다. 조금 더 새큼하고 짭짤한 고추장맛이 강했다. 학생 때 학교앞 분식점에서 먹던 튀김떡꼬치 소스같은 느낌이랄까. 끝맛은 약간 느끼함이 남아있지만 시판되는 소스만큼 달고 어중간한 산미가 아니라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스러운 퀄리티의 치킨집이었다. (모든사진=무우상)

 

이것저것 생각하며 맛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는 빈 접시만 남아있었다. 양이 적지 않은 성인남자 1명이 만족스럽게 혼자 일닭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집 가까운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스러운 퀄리티의 치킨집을 발견했기에 앞으로는 종종 이곳이 생각날 것 같다. 그럼 오늘도 즐닭하시라.

 

면목동 골목치킨 정복기 전편

 

2018/01/05 - [황색뉴스/생활] - 면목동 골목치킨 정복기 1

2018/04/05 - [황색뉴스/생활] - 면목동 골목치킨 정복기 2

2018/04/17 - [황색뉴스/생활] - 면목동 골목치킨 정복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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