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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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무우상은 성동구에 있는 한 자동차 공업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직원은 사장, 부사장, 전무, 공장장, 과장 2명, 현장직원 까지 총 1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2명의 과장은 사장의 아들과 조카이고, 부사장과 전무는 은퇴 나이를 넘어서 차량을 이동하는 배차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무우상은 사장의 조카인 친구의 일을 좀 도와주는 알바생이다. 따라서 딱히 어디에 라인이 있거나 친구를 제외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일도 거의 없다.

 

이런 공장에 요즘 문제가 발생했다.

 


 

월 매출 70%를 점유하는 최대고객인 A렌터카에서 차량유입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일이 없어지자 직원들은 노는 시간이 많아졌고 사장과 과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를 수소문했고, 그 결과 갑(甲)이었던 A렌터카의 한 중간관리자가 속칭 '협조가 잘 안된다.'며 자신들의 부하직원들에게 B모터스에 차량을 주려면 사표 쓰고 주라는 소리까지 하면서 차량을 막고 있다는 것이었다.

 

A렌터카는 메인 사업소가 있고 그 밑으로 각 지역의 지역사무소가 있어서 직접 차량을 보내주는 현장직원들은 지역사무소에서 근무하는데 차량 수리비용을 관리하고 점검하는 메인사업소의 중간급 매니저가 무우상이 일하는 공업사의 공장장의 일처리가 마음에 안들어서 벌인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사장과 과장은 공장장을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우선은 줄어든 매출을 이유로 부사장, 공장장, 전무를 사임시키고 그 일을 사장과 과장이 대신하겠다고 이야기를 해둔 상태라고 한다.

 

회색도시공장장의 해고는 옳은 결정이었을까. (사진=구글이미지)

 

사장의 결정은 이해가 간다. 일견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회사의 경영에는 여러가지 선택이 강요되고 그 갈림길에서 어떤 어떤 방향이든 메리트와 리스크를 분석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이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다라서 사장과 과장들의 입장에서는 아쉽거나 부족한 부분은 있어도 가능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최대 고객인 A렌터카에서 이전처럼 차량이 많이 들어와야 매출도 다시 올라가고 회사 경영에 무리가 없어진다.

 

이번에는 공장장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는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다. 일이 많으면 늦게까지 남아서 야근도 하고, 현장을 바쁘게 뛰어다니기도 하고, 하루종일 걸려오는 전화들을 응대하느라 숨쉴틈이 없다. 물론 시간이 남으면 앉아서 핸드폰으로 게임도 하고 인터넷 서핑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가끔씩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협조요청'(대부분은 본인을 포함해서 공장의 누군가는 추가적인 일을 해야하고 직접적으로 비용이 들어가는 일들도 있다.)을 받으면 공장장도 자신의 위치에서 가능한한 기꺼이 협조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 어떤 협조요청들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거나 공장에서 손해를 보면서 서비스 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다른 공장이거나 다른 담당자들이라면 억울하지만 참고 넘어갔을 일들도 있고, 다른 공장이나 사람들도 거절했을 일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A렌터카 중간급 관리자가 언급했던 '협조가 안된다'는 사항들은 사실 불합리한 갑질의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A렌터카의 고객에게 싫은소리는 듣고 싶지 않고 자신들이 손해보는 결정은 할 수가 없으므로 하청업체인 공장에서 손해를 보고 부가적인 서비스를 해주거나 금액을 받지 않고 일을 해달라는 이야기다. 가끔은 고객이 부담해야 할 상황임에도 떼를 쓰며 부담하지 않겠다고 할때 금액을 공장 측에 떠넘기려 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속칭 관례이고 협조라는 명목으로, 또 중간관리자의 입장에서는 늘 있던 일처럼, 하청업체에서도 관례상 으레 해주었던 일이었음에도 B모터스의 '협조'를 받지 못해 업무에 차질이 생기거나 자신을 평가하는 상급자에게 무능하고 일처리를 못한다는 질책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돌아가 '협조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나쁘게 보자면 담당자 자신이 추가적으로 귀찮은 일들을 하기 싫어서일 수 있지만 좋게 보자면 회사에 불합리한 손해를 끼치지 않기 위한 거절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는 갑의 부당한 요구에 당당히 'No'라고 이야기한 것이라는 소리가 된다. 그 과정에서 고객처 중간관리자의 심기를 거슬렀고 그로 인해 여러 직원들에게 불편을 초래했거나 손해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원칙적으로 A렌터카쪽에서 감당할 일이지 하청업체에 떠넘길 수 있는 정당하거나 당연한 요구사항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만약 정당하고도 당연한 요구사항이었다면 공장장도 거절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처음부터 계약사항에 들어있었거나 당당히 공문으로 요청했을 사안이다. 수소문 해야만 '협조가 안된다'는 식으로 둘러 이야기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회색도시세상은 흑과 백으로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 (사진=구글이미지)

 


 

자, 그럼 이제는 어떤 평가를 해야할까?

 

누가 잘못하고, 누가 잘했다고 생각들 하시는지?

과연 공장장의 해고는 사장으로 올바른 결정이었으며, 공장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숙명으로 받아들여야만 했을까. 혹은 자신보다는 현장 직원들이 해야하는 일들이 대부분이고 손해가 나더라도 자신의 월급에서가 아닌 회사의 이익이 줄어드는 일인데 그냥 담당자의 기분을 맞춰주고 협조가 잘되는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어야 했을까. 번일로 공장장을 해고하는 일은 부당해고이며, 사장의 결정은 잘못되었을까. 혹은 A렌터카측의 갑질 혹은 중간관리자의 개인적 일탈이었을까.

 

실제 사회는 다양한 사실들에 의한 복잡한 관계로 얽혀있다. 세상은 흑과 백으로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 모두들 조금씩 다른 회색을 하고있을 뿐이다.

 

Copyright ⓒ 무우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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