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MVP,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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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2018시즌 MVP를 수상한 두산 베어스 김재환 (사진=구글이미지)

 

두산 베어스의 외야수 김재환(30)이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올해 최고의 성적을 올린 그의 성적은 타 팀의 선수나 야구를 문외한이 봤을 때도 엄청났다. 139게임에 출장해 타율 0.334, 176안타, 44 홈런, 133타점으로 홈런과 타점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선배 김상호와 타이론 우즈에 이어 KBO리그 통산 3번째 '잠실 홈런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엄청난 성적을 냈다. 그런 성적에 부합해 기자단 투표에서 만점 888점 중 487점을 얻었고, 51표를 획득하며 같은 팀의 투수 조쉬 린드블럼(18표)을 크게 따돌리고 MVP를 받았다.

 

그가 획득한 MVP. Most Valuable Player. 가장 가치 있는 선수의 약자다. 물론 가장 가치 있는 성적을 냈지만 과연 그는 가장 가치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을까?

 

봉인해제
김재환은 약물복용 징계 후 '봉인 해제'라는 말로 구설수에 올랐다. (사진=구글이미지)

 

이미 2011년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출전정지 10경기의 징계를 받은 김재환은 출전 정지가 끝나자마자 "봉인이 해제됐어요."라는 발언으로 구설수를 샀고 그의 징계는 일순간이었지만 '약쟁이'라는 별명은 계속 따라다녔다. 포털 사이트에서 김재환의 기사엔 언제나 '약재환'이라는 문구가 붙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사생활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이 지냈고 성적은 꾸준히 올라갔으며 명실상부 두산의 4번 타자로 자리 잡았다. 연봉은 꾸준히 상승하며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받게 되었고 다시 태극마크도 달았으며 팀에서는 고참 선수가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온라인상의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시즌 후 투표 때에도 은근한 불이익이 생겼다.

 

하지만 김재환은 야구선수로 정점의 자리까지 올라왔고 결과적으로 프로야구 역사에 김재환의 이름은 남았다.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누가 말했던가?

 

정운찬
정운찬 KBO 총재 (사진=오센)

 

MVP 투표는 팬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기자들의 공정성을 탓하는 것은 옳지 않은 처사다. 커미셔너가 두산 팬이고 편파적으로 판정을 줬다거나 하는 건 지금 거론하기엔 논란이 많아지는 이야기이다. 올해 프로야구판은 정말 혼돈 그 자체로 비윤리적 성추행 사건부터 트레이드 이면계약 문서 공개, 응원가 저작권 사태, 사인 훔치기 논란, 한국시리즈 편파해설 문제, 신인 드래프트 지명선수 후배 폭행사건, 특정 선수 병역특례 밀어주기 등등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논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더욱 불타올랐다. 관중감소와 병역특례 밀어주기, 아마야구 선수 배제라는 이슈가 한 차례 쓸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한국시리즈는 아시안게임 시즌 동안 리그 전체를 정지시킨 보람이 있을 만큼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 개인적으로는 논란이 많았어도 마무리가 좋으면 다 좋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시나마 했었고 응원팀은 아니지만 본의 아닌 업셋을 통한 우승으로 '공은 둥글다'는 걸 보여주었던 한 시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MVP 수상을 보고서는 마무리조차도 깔끔하지 못하게 되었다.

 

오지환
오지환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전 국민이 은메달을 염원할만큼 많은 비난을 받았다. (사진=구글이미지)

 

김재환은 결국 홈런왕과 타점왕을 동시에 차지하며 MVP에 올랐고, MVP 수상 후 자신의 치부인 약물복용 전력을 먼저 이야기했다. 진심 어린 반성인지 단순 면피용인지 누구도 알 수 없기에 그의 의도까지는 섣불리 추측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결과만 나온다면 수단이 어찌 되었건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가 팽배해지는 야구판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란다. 약물이 언제까지 효과가 있는지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좋지 않게 된 결과를 보았기에 시도에 경계하고 그 시도를 수행하기 위해 드는 불의의 과정부터 감시하며 퓨쳐스리그의 선수들부터 도핑검사를 실시하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단지 알고만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작금의, 특히 올해의 프로야구판은 정말 판 전체가 도핑이라도 한 듯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게 너무나도 많았다.

 

결국 확실한 건 세가지다. 징계는 짧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축하의 자리에서 공정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한미일 야구를 통틀어서 야구 역사상 최초로 약물 징계를 받았던 MVP를 배출한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안게 되었다. 비난은 순간이고 기록은 영원하다고 누군가 말했던가. 그렇게 누군가의 주홍글씨를 덮으려다 영원한 주홍글씨를 안게 된 KBO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과 번영이 있기를 바란다.

 

Copyright ⓒ K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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