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동 골목치킨 정복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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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주제에 치킨을 좋아해서 벌어지는 불상사가 있다. 좋은 기름에 잘 튀겨진 닭다리를 손에 들고 그 묵직함을 느끼면서 한 입 와그작 씹었을때 흐르는 육즙. 그 한 웅큼이 주는 감동이야 말로 치킨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일견 평범해 보이는 저 상황에서도 가난이 가져오는 불편함이 작동을 한다.

 

무우상은 치킨을 좋아한다. 그런데 가난하다. 그래서 브랜드 치킨을 먹기에는 부담이 된다. 따라서 고민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부어치킨, 썬더치킨 등이 주로 선택되곤 한다. 그런데 해당 브랜드들과 같은 한 마리당 만원 이하의 저렴한 치킨들은 아무래도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들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기에 마련이다. 무우상은 기본적인 후라이드 또는 크리스피 치킨이나 클래식한 양념치킨을 선호하기에 양념이나 튀김옷 등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크게 뒤지거나 하지 않지만 크기가 문제다.

 

보통 만원 미만의 치킨들은 9~10호 사이의 삼계탕용 닭을 사용하여 튀기므로, 그 크기가 작아 다리도 얄상하고 구석구석에 붙은 살들이 적다. 따라서 혼자 1닭을 하기에는 좋지만 큼직한 다릿살을 한 웅큼 베어무는 쾌감을 느낄 수는 없는것이다. 그렇다고 보통 12호를 사용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을 시켜먹자니 앞서 말한대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늘 좋아하는 치킨을 먹으면서도 한쪽에 쌓여가는 아쉬움과 부족함을 애써 무시하곤 했다. 그래서 '만 2~3천원대의 골목치킨들을 한번 찾아서 먹어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진격의 오븐 바베큐치킨

첫 번째 타켓은 면동초등학교 근처에 위치한 '진격의 오븐 바베큐치킨'이었다. 이 날 무우상은 기름에 바싹 튀긴 후라이드 치킨 감성이었기에 가게 이름만 보고는 바베큐 치킨 전문점이라 간주하여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 그보다는 근처에 마주보고 있었던 두 호프집들중에 한 곳에 들어가서 한번 치킨을 먹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두 호프집이 겉에 '치킨'이나 '통닭'이라는 문구를 적어두지 않아 망설이던 차에 '진격의 오븐 바베큐치킨'에는 메뉴판을 밖에 전시해 놓았기에 그 곳에서 후라이드 치킨 메뉴를 발견하고는 결정을 바꾸었다.

 

비교적 밝은 실내에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 젊은 부부(그래도 40대 중후반은 되어보이는)가 운영하는 것 같은 가게였다. 양념반 후라이드반(물론 소우주1병도)을 주문했다. 주방에 있던 남성분은 "한 15분 정도 걸리는데 괜찮으세요?"라며 친절하게 알려주셨고 무우상은 물론 OK사인을 보냈다.

 

먼저 케챱과 마요네즈 소스의 양배추 샐러드와 치킨 무우, 그리고 소우주를 가져다 주었다. 가게 오픈시간 직후라 그런지 아직 완전한 준비가 되어있지는 않은 모습으로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 한 7~8분 정도 지나자 종이 울렸다. 두 분이서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치킨 튀기는 시간이 좀 걸리니까 먼저 튀겨진 감자튀김을 먼져 가져다 드려라'라는 이야기. (메뉴에 치킨과 감자튀김이 세트로 나오게 되어있는 구성이었다.) 덕분에 깨끗한 기름에 갓 튀겨진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여유롭게 치킨을 기다릴 수가 있었다. 혼자 온 손님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몇 개를 집어먹고 있는데 여기서 조금 아쉬움을 느꼈다. 맛있게 갓 튀겨진 얇은 바 형태의 감자튀김에 간단히 소금 정도만 뿌려줬으면 좋았을 것을 시판되는 치즈 시즈닝을 뿌려서 무우상의 입맛에는 조금 마이너스였다. 그리고 기본 소금간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즈닝만 뿌린 것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이 가게에 특징이라는 것을 치킨이 나오고 알았다.

 

드디어 눈 앞에 나온 반반치킨, 당연히 후라이드의 다리부터 하나 집어들었다. 11호는 되는 것 같았다. 노리던 바다. 12호까지는 아니라도 썬더치킨이나 부어치킨보다는 조금 큰 사이즈로 나름 치킨매니아의 부족함을 달래주는 사이즈다. 한입 베어물고 맛을 음미해보니 조금 싱겁다. 튀김옷을 따로 떼어서 맛을 보니 튀김옷 자체는 간이 짭짤하게 되어있는데 치킨을 베어물면 싱거운 이 느낌은 염지(鹽漬)[각주:1]를 안했거나 밑간이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튀김옷은 요즘 유행하는 물결무늬 튀김이 잔뜩 붙어있는 모습과 한국식 튀김옷의 중간정도로 약간 주름정도가 잡힌 튀김이고 기름도 깔끔학 튀기는 시간도 나쁘지 않았다고 느꼈으나, 계속해서 밑간이 부족한게 아쉬운 기분이 들어싿. 아니나 다를까 양념을 먹어보니 그 부족한 간이 더더욱 티가 났다. 양념은 시판되는 치킨 양념을 사용해서 크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지만 그 양념자체에는 염분이 적고 단맛과 매콤한 맛만 존재해서 추가로 간을 더해주진 않는데 이 부분을 잘 모르고 감자튀김도, 치킨도 간을 적게 한 것 같아 보였다.

 

계속해서 제공해준 소금을 찍어먹는 편이 더 맛있게 느껴진 점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부분에서는 가성비가 훌륭한 치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식과 저염식이 각광받는 요즘 추세에 누군가는 건강을 생각해서 이렇게 간이 약한쪽을 선호할 것도 같지만, 전체적인 염도가 낮은 부분과 밑간이 부족하다는 느낌과는 조금 궤가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다음에 또 방문하게 되면 그때는 그냥 후라이드를 시켜서 소금을 찍어먹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무우상은 차마 감자튀김에시즈닝 대신 소금을 뿌려달라는 이야기까지는 못할 것 같고...

 

크게 추천하여 멀리서 오실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무우상처럼 가격과 크기사이에서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지나가는 길에 한번쯤 들러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깨끗한 기름과 적당한 조리시간 그리고 주인분들의 배려가 손님에게 전해지는 즐거운 가게라고 생각한다. 계속 자리를 지켜주시기를 바라며.

 

Copyright ⓒ 무우さん。


ⓒ 무우さん。

  1. 소금, 설탕 등을 이용해 고기, 생선 등을 조미하고 보존하는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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