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비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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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비콘 (2017)

자신들이 누리는 것과 똑같은 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이 요구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과연 그 자격을 가지고 있는가? 백인은 미국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가? 대강 <서버비콘>은 이런 의문에서부터 출발한다.

무튼 코엔 형제는 평범한 백인 중산층 가정이 붕괴되는 이야기를 너무나도 사랑하며 이 영화의 감독인 조지 클루니 또한 이들과 의견을 함께 하는 듯 싶다. <파고>,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시리어스 맨>, 조금 더 폭넓게 보자면 <번 애프터 리딩> 까지, <서버비콘>은 이 영화들과 아주 흡사한 감상을 보는 이에게 주입한다.

영화는 미국 어딘가의 서버비콘이라는 뉴타운에 대한 광고로 시작한다. 배경은 칠팔십년대쯤,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과거다. 백인들만이 사는 이 세련되고 멋진 마을에 어느날 흑인 가족이 이사를 온다. 서버비콘의 여느 가정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가정이다. 다른 것은 피부색뿐. 서버비콘의 모든 백인들은 자신들의 마을에 흑인이 이사왔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결국에는 그들을 따돌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흑인 가정의 뒷집에 가드너 로지(Matt Damon 扮)가 살고 있다. 그는 부인과 그녀의 쌍둥이 자매(Julianne Moore 扮), 그리고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뒤이어 눈뜨고 보기 힘든 수준의 불화와 음모, 협잡이 이 안에서 벌어진다. <파고>가 그랬듯이 가정의 가장인 백인 남성이 자기 잘살자고 마찬가지로 백인 남성인 범죄자를 끌어들이면서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미친 사기극에 끼어들어 모든 돈을 가로채려는 또 다른 백인 남성인 손해사정사(Oscar Issac 扮)까지 등장한다.

 

뒷집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거나 말거나 동네 사람들은 마을에서 흑인 가족을 몰아내기 위한 집단 행동을 하는데 여념이 없으며 부끄러움 또한 없다. 심지어 방송사는 이 일을 공론화하고저 황금시간대에 토론 방송까지 내보낸다. 아직 흑인은 백인과 어울려 살기에는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곁들여가며.

영화를 중간까지 보니 이 두 가정의 이야기가 무엇을 통해 어떻게 합쳐질지가 궁금했다. 그러나 이 두 이야기는 끝까지 섞이지 않는다. 서버비콘의 백인들은 노상 흑인가족의 집 앞에 모여 소리를 질러대거나 야유를 하고 북을 두들기고 찬송가를 합창한다. 종내에는 마을의 거의 모든 남자들이 모여 그 집에 불을 지르려 하고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 심각한 수준의 테러를 가한다. 그리고 이 흑인 가정은 영화속의 백인들이 자기 등잔 밑도 못 보는 사람들이라는 걸 관객에게 인지시킨다.

블랙코미디다. 정말 뒤로 갈 수록 가관이고, 앞집 흑인네에 테러가 가해지고 있을 때 뒷집 백인네서 벌어지는 버라이어티를 보고 있노라면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여기저기 노미네이트가 많이 됐던데 조지 클루니와 코엔 형제에 대한 로얄티 때문이 아닐까 싶고, 사실 그럴만한 가치는 없다. 뭐, 워낙 코엔 형제가 많이 반복해왔던 이야기니까 그다지 신선하지도 않고. 그렇지만 재미나기는 하다. 우리 이런 막장 드라마 좋아하잖아. 주말 드라마 작가들은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생의 비밀, 죽을 병, 이런 거 지겹잖아 이제.

+

"Who loves you like a son?"

세상 어디에도 사랑과 헌신은 반드시 존재한다. 비록 그곳이 백인 중산층 가정일지라도 말이다.

Copyright ⓒ 조태석


ⓒ 조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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