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쿼터, 아스나위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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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8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는 동남아시아(ASEAN) 쿼터를 새롭게 결정했다. 그로 인해 2020년 K1, K2 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최대 5명까지 영입할 수 있게 되었는데, 기존의 외인 선수 3명과 AFC(아시아축구연맹) 가맹국 소속 외인 선수 1명 외에 베트남을 비롯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이상,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캄보디아, 브루나이 10개국으로 구성된 동남아시아(ASEAN) 선수가 포함 된 것이다.

 

J리그의 성공적 제휴국 쿼터 제도

 

사실 동남아시아의 경우 축구 열기가 상당히 뜨거운 곳이며 이미 기존의 J리그에서 이와 비슷한 'J리그 제휴국 쿼터'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물론 호주와 스페인이 포함된 '리그 제휴 국가'이기에 조금은 맥락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동남아 공략'에 대한 취지는 동일하며 베트남의 레 꽁빈이 J리그에 처음으로 발을 디디며 베트남에서 J리그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고, 그 뒤로 같은팀인 콘사도레 삿포로의 태국 에이스 차나팁 송크라신,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의 티라톤 분마탄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팀의 성적에도 관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제휴국 쿼터에 대한 장점이 가시화 되고 있다.

 

마케팅을 넘어서 에이스로 자리잡은 태국의 차나팁 송크라신 (사진=구글이미지)

이를 바탕으로 J리그는 동남아 클럽간의 교류를 위한 'J리그 아시아 챌린지'를 개최하면서 동남아 클럽의 입장에서는 한 수 높은 팀과의 게임 및 J리그 홍보에 큰 효과를 줄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태국 프로리그의 메인 스폰서 역시 도요타가 되었으며, 국가대표 감독도 일본인 니시노 아키라가 맡고 있다.

 

코나미의 축구게임 PES에도 태국리그의 라이센스가 획득되었다. (사진=PES2020)

소위 태국 축구 및 여론은 상당히 '친일'에 가까워진 상태이다. 한국도 이런 점에서 베트남 국가대표 박항서 감독의 열풍과 최근 인도네시아 감독이 된 신태용 감독, 거기에 K-POP의 인기까지 동남아시아에 탑승하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발판이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과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확실한 선수와 마케팅만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는 제도였다.

 

80년대 피아퐁 이후 쉽지 않은 동남아시아의 K리그 입성

 

뿐만 아니라 한국은 80년대 팀의 우승 및 득점과 도움상을 동시에 수상한 태국의 피아퐁이라는 선수가 있었고, 당시 태국에서의 피아퐁의 인기로 인해 방콕 최대 백화점인 소보 백화점의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수주 및 금성사 매장까지도 들어설 수 있었던 전례가 있었다.

 

80년대 럭키금성을 우승으로 이끈 피아퐁은 득점, 도움왕을 모두 차지 하였다. (사진=BE)

하지만 생각보다 동남아 시장은 만만치 않았다. 육성의 개념으로 영입했던 쯔엉과 꽁푸엉은 K리그와의 수준차를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실패로 자리잡았고, 정상급 선수를 영입하자니 뜨거운 리그의 분위기에서 이적료가 10억원이 넘는 선수들도 있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몇몇 분석가들은 평균적으로 왜소한 체격의 동남아 선수들이 체력과 힘이 중심이 된 K리그에서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평이었다. 결국 2020 시즌 K리그의 동남아시아 쿼터 선수는 0명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다 2020년 말 태국의 에이스로 떠오르는 사살락 하이쁘라콘(이하 사살락)의 전북 현대 이적설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사살락의 전북 이적은 거의 확정된 분위기였고, 축구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해 전북 현대의 팬사이트 에버그린과 스포츠 관련 유튜브 및 사살락이 속해 있는 부리람 유나이티드 FC의 팬페이지에서도 이미 반응이 뜨거워진 상태였다. 하지만 주전 선수를 보내고 싶지 않았던 부리람 구단 측과 전북으로 이적을 한다고 해도 강상우와 정우재 다음의 제 3 옵션이었다는 점에서 10억원이라는 이적료는 과하다는 평에 결국 동남아 쿼터제의 우려했던 상황들이 겹쳐지며 이적은 취소되었다.

 

부리람 구단 측의 일방적인 반대로 영입에 실패한 태국의 사살락 (사진=방콕포스트)

누군가 동남아시아 쿼터를 물어본다면 고개를 들어 아스나위를 보게 하라

 

그러나 몇 주 뒤 안산 그리너스의 떠오르는 신성 아스나위 망쿠알람 바하르(Asnawi Mangkualam Bahar, 이하 아스나위)가 K2의 안산 그리너스로 이적을 결정지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당시 안산 구단 측은 서울 이랜드 FC로 이적한 황태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인도네시아 U-19의 전지훈련 중인 신태용 감독에게 선수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신 감독이 한국의 최효진, 최철순을 연상시키며 가장 높게 평가하는 아스나위를 추천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아스나위도 앞선 상황처럼 인도네시아 리그에서 억대 연봉을 받고 있었으며, 시민구단 안산 그리너스는 아스나위의 몸값에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아직 검증이 안된 동남아시아 쿼터 선수에게 그런 투자를 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스나위는 자신의 연봉을 K리그 신인급 선수 수준으로 삭감하면서까지 상위 리그에 대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인도네시아 리그가 열리지 않는다는 이유도 포함되긴 했다.

 

안산 그리너스에서 아스나위의 영입은 시작하자마자 그 효과가 나타났다. 자가격리 종료 이후 2월 17일에 격리지에 등장한 아스나위는 안산의 대표적인 외국인 밀집지역인 원곡동과 안산 와~스타디움을 방문하면서 라이브를 거치는 사이 수 많은 인도네시아 교민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고 사인을 요청할 정도였으며, 결국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아스나위가 언제 처음 뛰는지 문의 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했다.

 

아스나위의 인기는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데뷔 무대를 문의 할 정도였다. (사진=K2)

자신의 14번을 반대로 뒤집은 41번을 배번받은 아스나위는 K2 부산 아이파크 원정에서 첫 데뷔전을 가졌다. 특히나 눈여겨 볼 점은 기존의 라이트백이 아닌 저돌적인 공격력을 인정받은 라이트윙에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당시 네이버 TV에서 방영된 K2 안산 대 부산의 시청자수는 70,000명이 넘어갔다. 이후로도 아스나위는 빠른 돌파와 경기 내 보여준 오프더볼의 움직임과 엄청난 활동량까지 마치 '박지성'을 연상시키는 움직임에 결국 8라운드 베스트 11까지 선정되면서 결코 마케팅용 선수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아스나위는 경기 뿐만 아니라 구단 내 많은 팬들을 끌어모았다. 안산 그리너스의 인스타그램은 5천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었으나, 아스나위 이적 후 2배가 넘는 1만명이 순식간에 증가했고, 2021년 5월 현재 6만 2천명이 되었다. 이는 현재 K1 에서 인기가 많은 수원 삼성의 인스타그램의 3만 4천의 2배가 넘는 숫자이며, 한국 인기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8만 2천명에 근접한 정도이다. 당연히 인도네시아의 스포츠 전문 방송사인 TSB에서는 안산 및 K1, 2의 중계권을 계약했고 네이버 스포츠 축구 생중계에 안산 경기가 있는 날이라면 IP를 우회해서라도 인도네시아의 채팅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불법중계되는 유튜브의 경기만 해도 1만 5천명이 넘는 인원이 시청하고 있다.)

 

많은 활동량, 저돌적인 돌파로 기대 이상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아스나위 (사진=구글이미지)

이에 안산시는 지난 5월 12일 아스나위를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한국관광공사와 인도네시아 관광마케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윤화섭 안산시장은 인구 2억7천만명의 인도네시아를 또 다른 한류로 떠오를 수 있게 관광 마케팅에 최선을 다할것이라 밝혔고, 이날 협약으로 K리그 경기관람 및 안산 관광 상품 개발, 축구를 통한 온라인 홍보 이벤트, 한국 스포츠 관광 홍보, 동남아 무슬림 방한여건 개선 등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안산 명예 홍보대사가 된 아스나위 (사진=안산시)

브라질이나 동유럽 국가 선수들을 영입할 정도의 비용으로 동남아시아 선수를 영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큰 모험이었다. 때문에 J리그에서 태국 마케팅이 성공을 했음에도,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육성급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K리그에서 큰 고민인 마케팅 면에서 아스나위의 영입이 확실하게 효과를 거두어주면서 망설일 수 있는 동남아시아 쿼터제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앞으로 K리그 발전에 중요한 답이 될지도 모른다.

 

아스나위로 인해 안산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는 K1의 인기팀 못지 않다. (사진=안산 그리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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